아동 폭력의 시작은 방임...교회, 아이돌봄 사역 관심 필요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5.약자의 눈물/7. 폭력에 방치된 아이들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11월 04일(화) 14:42
   
 

경기도 안산의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인 이진철 군(가명)은 요즘 제법 쌀쌀한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후줄근한 반팔을 입고 학교에 온다. 머리는 오랫동안 감지 않아 항상 기름기가 흐르고 까치집이 지어져 있으며 손톱에 항상 까만 때가 껴있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키가 작고 마른 진철이는 학교에 지각하는 적도 많고,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 책상에 힘 없이 엎드려 있을 때가 많다.
 
혹시 주변에 이와 같은 아동이 있다면, 이 어린이는 아동폭력을 당하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다. 외부적으로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아이의 경우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적어도 방임되고 있는 아이일 확률이 높은 경우다. 이 아이의 주변인이라면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신체적, 정서적, 성적 학대를 받거나 방임되고 있지는 않은지 살핀 뒤 학대가 확인되면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통합 신고전화 112로 신고해야 한다.
 
최근 울산과 칠곡에서 의붓 딸을 학대하고 사정 없이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은 국민들을 경악케 했다. 힘 없는 아이를 대상으로 한 너무도 잔인한 폭력을 행사한 이들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정부에서도 부랴부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지난 9월29일부터 시행하기에 이르렀다. 이 입법의 주된 목적은 아동학대 사건이 날로 증가하고 흉포해지고 있는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번 아동학대 특례법 시행으로 학대를 통해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범죄자는 최고 무기징역에 처하도록 처벌이 강해졌는데 과연 이러한 법 시행만으로 아동폭력을 줄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굿네이버스 김정미 아동권리사업본부장은 "아동학대 특례법이 시행되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제도는 사실상 변한 것이 없고 국민의 인식 개선 역시 부족환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아동학대 사건은 가해자의 80% 이상이 부모인 경우여서 상황의 변화가 없으면 아이들은 계속해서 학대를 경험하게 되기 때문에 법 시행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아동폭력을 방지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본교단 지역아동센터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강은숙 목사(대전 성남지역아동센터시설장)는 모든 아동 폭력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방임'의 단계에서부터 아이들을 돌보고, 부모들을 교육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강 목사는 "아동폭력에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 크게 4가지로 분류되는데 최근 신체적 학대 사건들에 대해서만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사실 아동폭력은 굉장히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고, 그중 방임을 당하는 단계에 있는 아이들을 돌보지 않으면 시간이 갈수록 아이들은 더 큰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동복지적 정의에 따르면 '방임'이란 '고의적이며 반복적인 아동양육 및 보호의 소홀로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모든 행위'다.
 
지난 7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3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전체 아동학대 유형 가운데 방임은 모두 1778건(26.2%)으로 중복학대 2922건(43%) 다음으로 많았다. 또한 지난해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사건 22건 가운데 12건(54.5%)이 방임에 의한 것으로 오히려 신체학대에 의한 사망(7건·31.8%)보다도 많은 것으로 드러나 방임에 대한 심각성은 일반적인 생각보다도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방임과 정서적 학대는 외부에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국민적으로 이러한 종류의 학대에 대해서는 경각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한부모가정과 빈곤가정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의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방치하는 '생계형 방임'이 늘고 있고,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인해 방과 후 빈집으로 돌아가 1시간 이상 홀로 집을 지키는 '나홀로 아동'의 수가 전국적으로 97만 명가량인 것으로 추산될 정도다.(여성가족부 2011년 발표 자료)
 
'나 홀로 아동'은 방과후 대부분 학원을 전전하거나 거리와 골목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정서적 문제를 앓을 수 있고, 비행의 유혹에도 쉽게 빠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 아동청소년종합실태조사에 따르면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1백만 명의 아동 중 80.4%, 즉 약 80만 명이 방과 후에 방임되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렇게 부모 혹은 사회구조에 의해 방임되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교회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동 사역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교회는 다음과 같은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먼저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가 없는지 교회학교 선생, 전도사, 목사들은 세심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방임과 정서적 학대를 받는 아이들의 상황을 알아차리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세심하게 관찰하면 증상 혹은 증거들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한, 교회에서는 아동학대와 훈육의 차이를 명백히 구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성경에 입각한 자녀교육을 할 수 있도록 설교, 혹은 성경공부를 통해 부모들을 교육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교회는 한부모가정 혹은 빈곤가정, 맞벌이 가정의 가정 형편으로 인해 생기는 '나홀로 아동'들을 위해 부모의 귀가가 늦어질 경우 아이들이 거리를 전전하거나 집에 두려움에 떨며 방임되지 않도록 안전하게 보호하고 부모에게 인계해주는 '저녁 아이 돌봄 사역'에 관심을 갖고 시행해 볼 것을 권한다.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방임 혹은 학대를 당한 아이들이 외부에 대해 공격적인 성향을 띠게 된다는 것은 이미 통계적으로도 증명된 바 있다. 우리 사회가 아동인권 보호와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이 아직도 온전히 수립되지 않은 만큼 이 부족한 면을 교회가 헌신과 섬김을 통해 메워야 한다는 것이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한결 같은 바람이 아닐까?

# 약자인 아동의 인권 지킴이 역할 교회가 앞장서야"
성남지역아동센터장 강은숙 목사
   
 

"지역사회의 신음소리를 듣는 것이 목회라고 생각해요. 정부 돈으로 사업하는 것만 관심 갖지 말고 지역사회의 필요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최근에는 '나홀로 아동'이 너무 많거든요. 교회가 늦게 퇴근하는 부모들의 신청을 받아서 단 1~2시간만이라도 우리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하는 사역을 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하면 전도지 들고 다니지 않더라도 그 부모가 교회에 오지 않겠어요?"
 
본교단 지역아동센터협의회 회장을 역임한 강은숙 목사(대전 성남지역아동센터시설장)는 "최근 문제가 되는 방임 아동들을 위해 교회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회가 아이들을 양육하는 부모들을 위해 돌봄 공간을 마련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우리 지역아동센터에도 엄마가 주야간 근무를 하는 초등학교 2학년짜리 아이가 있는데 엄마가 야간근무를 하는 날은 수업을 받다가도 엄마가 보고 싶다고 운다"며 "생존을 위해 부모들이 늦게 퇴근하면서 아이들이 방임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것은 사실 부모가 방임하는 것이 아닌 국가가 방임하는 것인데 이를 탓할 수만은 없고 교회가 현시대를 사는 이들의 필요를 채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강 목사는 "아직도 일부 부모들이 너무도 쉽게 '나가 죽어라', '집안 힘든 게 너 때문이다'라는 식의 말을 쉽게 하곤 하는데 이는 정서적 학대에 해당된다. 정서적 학대를 하는 부모들은 대부분 방임을 하는 부모들일 경우가 많다"며 "교회는 저항하지 못하는 약자인 아동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파수꾼과 조력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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