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부산총회 1년 '평가와 과제' (2)채택한 문서의 의미와 영향

[ 특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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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04일(화) 14:41

장윤재 교수
이화여대 기독교학부

지난 부산총회는 문서의 풍년을 이룬 총회였다. 무엇을 다시 들여다볼 것인가? 어떤 것이 중요한가? 먼저 '하나님의 선물과 일치로의 부르심, 그리고 우리의 헌신'이라는 제목의 '일치문서'가 있다. 일치는 본래 삼위일체 하나님의 생명과 사랑의 교제 안에 내포된 것이다. 그리스도의 교회는 바로 이 일치, 즉 예수께서 하나님과 나누시고 우리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신 그 일치(요 17장)를 추구해야 한다. 이 일치는 정의와 평화의 삶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뜻하시는 일치의 최종목적은 온 창조세계의 일치이기 때문이다. '교회의 일치, 인류의 일치, 그리고 창조세계의 일치는 하나'라고 이 문서는 선언한다.

부산총회는 모두 11개의 '총회채택문서'들이 있다. 이 문서들은 대체로 우리시대 교회가 내야 할 예언자적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 중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성명서'가 포함된다. 총회채택문서는 총회의 권위와 힘을 갖는 문서다. 그만큼 세계교회가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한국교회의 노력에 지지를 보내고 있음을 반증한다. 그런데 총회채택문서들보다 지금 우리가 다시 읽어야 할 더 중요한 문서들이 있다. 7개의 '자료문서'들이다. 이 안에는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의 새로운 흐름과 신학과 방향이 잘 드러나 있다. 이 자료문서들 가운데는 여기서는 지면상 세계 에큐메니칼운동의 교회론과 선교론에 집중하도록 하자.

첫째 '교회:공동의 비전을 향하여'는 새로운 에큐메니칼 교회론을 천명한 문서이다. 이 문서는 1982년에 채택된 '세례, 성만찬, 직제'(BEM) 이후 30여년 만에 교회가 무엇인지에 대해 세계 교회들의 의견이 상당한 수준까지 수렴되었음을 상징한다. 새 에큐메니칼 교회론은 한마디로 '코이노니아(친교) 교회론'이다. '친교의 원천은 성삼위가 지니는 생명 그 자체이다' 그리고 '하나님의 계획은 인간과 모든 창조세계를 그리스도의 주권 아래 있는 친교 속으로 불러 모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이 세우신 친교'인 교회는 '모든 인류와 창조세계를 위해 하나님이 뜻하시는 그 친교를 증언하도록 부르심 받은' 선교공동체인 것이다. 교회의 뿌리는 '모든 창조세계를 향한 하나님의 위대한 구상'이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 약속되고 또 그 분 안에서 분명히 드러난 하나님의 나라'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바로 '그리스도께서 시작하신 생명살림의 선교를 지속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친교(코이노니아)가 섬김(디아코이나)이나 증언(마트리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한 것이 새 에큐메니칼 교회론의 특징이다.

둘째 '함께 생명을 향하여:기독교의 지형변화 속에서 선교와 전도' 역시 30여년 만에 새로 채택된 에큐메니칼 선교론이다. 새로운 선교론의 핵심은 '온 피조물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영의 선교'다. 신학적으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선교'라는 틀 안에서 '성령의 선교'(Missio Spiritus)가 강조됐다. 선교와 전도에 대해 문서는 다음과 같은 열 가지 확신을 선언한다. △하나님의 선교의 목적은 풍성한 생명(요 10:10)이다. △이 선교는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시작되었고 지금도 생명을 살리는 성령의 능력에 의해 지속되고 있다. △성령의 선교는 변혁적이다. △하나님의 영의 선교는 온 창조세계를 새롭게 하신다. △우리는 새로운 선교운동들이 지구 남반구에서 출현하고 있음을 목도한다. △주변화 된 사람들이 선교의 대리자들이며 예언자적 역할을 감당한다. △변혁적인 선교는 자유 시장 경제 안에 있는 우상숭배에 저항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사랑과 겸손의 성령 안에서 선포되어야 한다. △선교와 전도에서 생명을 위한 대화와 협력은 필수적이다. △선교하기 위해 하나님께서는 교회에게 권능을 주신다. 새로운 에큐메니칼 선교론에서 특히 주목을 끌었던 것은 '주변부로부터의 선교'(mission from the margin)라는 개념이었다. 지금까지의 선교는 언제나 '중심'으로부터 '주변부'를 향한 선교였다. 하지만 새로운 선교론은 '주변부' 사람들을 수혜자로 보던 지금까지의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그들이 선교의 주역이라고 말하고 있다.

셋째 '다종교 세계에서 기독교의 증언'은 새로운 선교문서와 짝으로 읽어야 할 만큼 잘 어울린다. 이 문서는 WCC만의 문서가 아니다. WCC가 가톨릭주교회의와 세계복음주의연맹과 함께 5년간 연구해 발표한 문서다. 여기에 따르면 오늘의 다종교 사회 속에서 우리가 기독교를 증언하는 데 유념해야 할 것들은 다음과 같다.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의 신앙을 증언하는 것은 특권이지만, 그것을 전할 때 가져야 할 태도는 친절과 존중이다. △기독교의 증거는 항상 하나님의 사랑에서 출발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증언은 복음서에 기록된 예수 그리스도의 방식과 본을 따라야 한다. △기독교의 증거에는 어떤 유형이나 종류의 폭력이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선교활동은 타인의 종교적 자유를 존중하며 수행되어야 한다. △복음의 증언 안에는 대화가 포함되어야 한다. 증언과 대화는 서로 상충하지 않는다. △복음이 제시하는 정의와 평화와 공동선을 위해 다른 종교와 연대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 △복음전도와 사회봉사는 둘이 아니라 하나다. △같은 복음을 들어도 문화적 차이에 따라 다양한 전통이 형성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진정한 회심은 전하는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듣는 사람의 내외적 환경을 통해 은밀히 역사하시는 성령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다. 이 문서는 신학적으로나 교리적으로 서로 만나기 어려운 WCC와 가톨릭과 복음주의 교회가, 그것도 대단히 민감한 사안인 기독교와 다른 종교와의 관계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한 것이어서 특별히 선교에 큰 열정을 가진 한국교회가 계속해서 깊이 경청해야 할 문서일 것이다.

마지막 넷째로 '21세기 디아코니아에 대한 신학적 전망' 역시 교회와 선교의 이해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서이다. WCC는 태동부터 디아코니아(섬김, 봉사)가 단순한 인도적 지원이나 교회성장의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예배고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신앙고백임을 강조해왔다. 예배와 봉사 모두 영어로는 '서비스(service)'라고 한다. 봉사도 예배라는 말이다. 말하자면 '예배 후 예배'다. 이 문서는 특히 디아코니아를 하나님의 선교의 일환으로 볼 것을 강조한다. 하나님의 지으신 온 세상이 디아코니아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참된 디아코니아는 세상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세상과 함께 하나님을 증언하며 사는 것이다. 이런 디아코니아는 불의한 세상을 변혁하여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새 하늘과 새 땅을 목적으로 한다. 이 문서는 역시 지금까지 수혜자로 여겼던 '주변부' 사람들의 눈으로 디아코니아를 볼 것, 그리고 지금까지 북반구 관점에서 형성되어 온 디아코니아 모델을 남반구의 관점으로 재구성할 것을 강조한다.

지면상 정의와 평화와 관련된 문서들은 생략했다. 하지만 지난 WCC 제10차 부산총회에서는 교회가 무엇인지, 선교가 무엇인지, 다종교 사회 속에서 복음의 증언은 무엇인지, 그리고 섬김이 무엇인지에 관해 대단히 중요하면서도 기본적인 것들이 천명됐다. 세계 에큐메니칼 운동의 교회론과 선교론에 있어서 일대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다음 WCC 총회까지 세계교회는 이 기념비적인 문서들과 함께 '정의와 평화의 순례'를 계속할 것이다. 행사는 끝났지만 문서는 남았다. 총회는 끝났지만 순례는 지속돼야 한다. 우리의 믿음의 순례길에 늘 가까이 두고 지속적으로 성찰할 것들이다. 이 문서들은 급변하는 세계교회의 지형변화 속에서 하나님의 성령이 어떤 새 일을 행하시는지(사 43:19) 언뜻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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