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과 한국교회의 개혁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유갑준 목사
2014년 11월 03일(월) 19:41

지난 10월31일은 종교개혁 기념일이었다. 앞으로 3년 후인 2017년이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문에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붙이면서 종교개혁의 기치를 올린 지 꼭 500주년이 된다. 사실 종교개혁의 발단은 결코 요란하지 않았으며 사회를 개혁하자고 하는 거창한 뜻도 없었다. 다만 진실하고 용기있는 믿음의 사람 루터의 신앙적 양심이 발화가 되어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으며, 그 결과 전혀 새로운 형태의 교회가 태동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종교개혁은 단순히 교회개혁뿐 아닌 사회와 문화에 커다란 변혁을 일으키게 되었다. 따라서 497주년 종교개혁 기념일을 보내면서 오늘 한국교회가 풀어야 할 개혁의 과제를 생각해 본다.

전 숭실대 교수 김영한 박사는 한국교회의 목회유형에 대해서 기복주의 목회, 대형교회지향 목회, 물량주의 목회, 개교회 중심의 목회, 인본주의 목회를 들면서 여기에 한국교회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한국교회의 근본적인 문제는 목회자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음을 겸허하게 인정하면서, 먼저 목회자가 개혁자들의 정신으로 새롭게 변화되어야만 한국교회의 미래는 밝아지게 될 것이다. 

한편 종교개혁은 보는 관점에 따라서 그 가치와 의미에 대해 평가를 달리하지만 목회자의 입장에서 볼 때 종교개혁은 복음의 재발견이요, 바른 예배의 회복이요, 참다운 교회를 재건하고자 힘쓴 가장 의미있는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의 갱신은 종교개혁 정신에서 해법을 얻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교회가 바로 세워지기 위해서는 첫째, 설교가 개혁되어야 한다. 하나님의 말씀이 바르게 선포되어야 한다. 실제로 종교개혁은 잘못된 교회 정치체제를 단순히 바꾸자고 외친 것이 아니라 화려한 의식이나 성상숭배 등에 묻혀서 사장되고 있던 성경말씀이 살아난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이 강단에서 살아남으로써 개혁의 불길을 당겼던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의 변화는 설교단에서 시작되어야 하며, 목회자는 '하나님의 진실된 입'으로의 설교사역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예배가 개혁되어야 한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바른 예배를 드려야 한다. 중세 교회의 가장 큰 병폐는 잘못된 예배예전에 있었다. "미사는 순수하지 못한 미신적 경배 속에 행해졌고, 알지 못하는 언어 속에서 청취를 불가능하게 했다"고 언급한 윌리엄 맥스웰의 지적처럼 회중들은 예배자가 아닌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최근 들어서 한국교회의 예배가 무질서하고, 소란스러워졌으며, 경건성을 잃어가고 있다. 따라서 감정만이 아닌 구속의 은총을 깨닫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따라 드리는 영적 예배와 하나님께만 온전히 영광 돌리는 거룩한 예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셋째, 올바른 교회상을 정립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성패는 조직이나 행정력에 달려있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생명력에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교회는 대형화, 성장제일주의로 나아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세속적인 요소들이 교회 속으로 침투해왔다. 이제 교회 내에 산재해 있는 잘못된 세상의 먼지를 떨어내는 정화작업을 해야 하겠다.

"우리는 지금 새 시대의 새벽에 서있다"라고 설파한 루터의 말을 상기하면서 한국교회는 역사의 새벽을 깨우는 심정으로 내실 있고 차분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교회개혁에 매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개혁될 때 이 땅의 교회는 역사를 선도해 갈 것이며, 더 나아가 민족복음화와 세계복음화의 큰 지평을 열어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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