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지만 해볼게요!

[ 기독교교육이야기 ] 기독교교육이야기

장순애 교수
2014년 11월 03일(월) 19:28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우리 교회엔 가족 찬양대가 뜬다. 대구 비산동교회의 성도라면 누구에게나, 어느 가정에게나 열려있는 이 수요저녁 가족찬양. 그러나 찬양 차례가 돌아왔다고 연락을 하면 일단 대부분의 가족들이 힘들어한다.

주일도 아닌 평일 러시아워인 저녁 일곱시에 더구나 요즘같은 맞벌이 대세 시대에 온 가족이 교회로 나와 찬양을 하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뿐인가. 가족찬양을 하려면 곡도 정해야하고 악보도 준비해야 하고 연습도 해야하고 미리 각자의 일정도 조정해야 하며 앞에 나가야하니 옷차림도 신경 써야 한다. 짧게는 몇 초, 길게는 한주일 이상 고민하던 가정들은 결국 두 가지 중 한가지 대답을 하게된다. "힘들어요. 그렇지만, 해볼게요." 아니면, "힘들어요. 저흰 못하겠네요."

무엇을 선택하건 선택 직전까지는 50%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힘들지만, 해볼게요'라고 대답하는 순간 그 부모는 교회학교로서는 가르치기 힘든 기독교 신앙의 '관계'적 차원과 '헌신'적 차원을 자녀에게 직접 보여주고 체험시키는 긍정적인 모델이 된다. 물론 교회학교는 기독교 신앙을 잘 가르치려고 최대한 노력한다. 그러나 교회학교는 '학교'라는 특성상 주로 신앙의 '신념'적 차원에 집중하는 경향이 많다.

'말씀의 적용'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일주일에 하루, 게다가 그 하루의 1/24이라는 시간적 한계는 교회학교 교사들로 하여금 부득이 그 '말씀의 적용'마저도 말로 요약해서 가르치도록 한다. 결국 교회학교 학습자들은 신앙의 '관계'적 차원을 '살아있는 관계'를 통해서 배우기보다는 말로 요약된 '신념'내지는 '개념'으로 배울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나 부모는 다르다. 하나님을 알고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 신앙의 부모로서 우리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우리는 이미 자녀들에게 가장 영향력있는 신앙의 교사이다. 교회학교에서 배운 신앙의 '신념'적 차원들이 삶의 구체적인 현실속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어떤 효력이 있고,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부모의 말과 행동과 선택들'을 보면서 자녀들은 저절로 알아간다. 그리고 저절로 닮아간다.

가족찬양이 끝나기 전 우리는 그 찬양의 한 부분을 다함께 부른다. 그리고 그 가족만을 위해 그 가족이 올린 기도제목만을 가지고 온 성도가 축복과 중보의 기도를 하나님께 드린다. 지난 주 수요일엔 단 세 가정뿐인 결혼이주민 가정 중 한 가정의 차례였다. 8년 전 남편 손 꼭 잡고 떠듬떠듬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을 찬양하던 베트남 새댁. 올해는 세 아이와 함께 가족찬양을 했다. 힘들지만 있는 힘을 다해 하나님을 주(主)로 섬기는 법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경험 시키려고 애쓰는 그 부부의 찬양이 한주간 내내 입가에 맴돈다.

"나의 등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 나의 인생길에서 지치고 곤하여, 매일처럼 주저앉고 싶을 때 나를 밀어주시네. 일어나 걸으라 내가 새 힘을 주리니. 일어나 너 걸어라, 내 너를 도우리"

장순애 교수 /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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