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후의 가을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박신경 교수
2014년 10월 28일(화) 16:02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산들은 울긋불긋 물들어가고, 개울가에 핀 들국화들이 애잔하게 흔들린다. 그런데 며칠 전 뉴스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이 아름다운 가을의 단풍을 35년 후에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다름 아닌 지구의 온난화 때문이란다.

이 온난화의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될 수 있겠지만 그 핵심은 돈과 외모지상주의가 아닌가 싶다. 돈을 얻기 위해서는 자연파괴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바다 생물들의 씨를 말리고, 멸종위기의 동물을 죽이는 것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 된지 이미 오래다. 그것뿐인가?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교수는 그의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이제 우리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탄식한다. 신성불가침이라 여겨졌던 인간생명의 영역까지도 대리모 사업, 장기 사업 등 돈벌이 영역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이 돈벌이는 외형지상주의와 아주 긴밀한 관계이다.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많은 물건, 더 멋진 외모를 자랑하고 싶은 인간의 끝없는 탐욕. 하지만 그 외모지상주의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결국은 내면이 채워지지 못하고 있음을 외형으로나마 가려보려는 인간의 열등의식의 발로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물질과 외형지상주의는 우리의 삶 전반으로 번져가면서 인간 삶의 최고의 가치로 자리잡아가고 있으며, 그 앞에서는 우리의 마지막 보루인 교회마저도 무력하게 흔들리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우리의 행태를 우리 후대들이 그대로 보고 닮아 간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은 환경보호자들의 항의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고, 사회의 물질주의 풍조를 개탄하는 소리도 간간히 들린다. 하지만 우리의 물질지상주의적 삶의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보고 듣고 배우며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이 그 이상의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우리의 잘못된 생활방식을 당연한 삶의 원리로 여겨서 일말의 비판의식도 없이 돈을 벌고, 사람을 무시하고, 자연을 파괴해 나간다면 그들의 삶의 터전이 어떻게 될 것인지 상상조차 힘들다.

돈이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 존엄성을 향상시킨다고 생각하지만 이것은 착각이다. 이는 오히려 인간의 삶을 돈과 숫자로 계산하고 조작할 수 있는 대상으로 상대화하여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게 되며, 이는 다름아닌 인간과 모든 생명을 지으신 하나님의 영광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 문제에 직면하여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35년 이후에도 아름다운 가을을 즐기도록 해주기 위해서는 후대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가?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한 탐욕과 이기심과 허영인지, 아니면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모든 생명을 아끼고 염려하는 마음의 힘과 우리 모두 함께 살아가고 싶어하는 사랑인지.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단호한 선택을 해야 할 마지막 때이다. 우리 후손 대대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하나님이 선물로 우리에게 주신 이 생명의 아름다움을 모두 함께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하여.

박신경 교수 /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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