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주 총무 만들기' 온갖 꼼수가 판 친다

[ 교계 ] 결석 실행위원 교체에 유령 헌장 낭독 "실행위원회 유린됐다"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4년 10월 27일(월) 16:21

   
▲ 황선엽 사관이 '유령 정관'을 낭독한 직후 결석 실행위원 교체건에 대해 실행위원들이 찬성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장창일 차장
인선위원회와 실행위원회, 총회까지 거쳐야 하는 교회협 총무 선출 과정이 화합의 장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회의를 거듭할수록 '김영주 총무 재선'만을 위한 꼼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난장판이 돼 가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실행위원회에서는 급기야 결석하는 실행위원들을 대거 교체하는 교회협 사상 초유의 악수를 두기까지 했다. 이뿐 아니라 실행위원회가 개회하기도 전부터 불거진 무리한 실행위원 교체에 대해 날선 공방을 하던 끝에 한 실행위원은 교회협 헌장이 아닌 새가정사 헌장을 낭독해 교체된 실행위원들을 모두 받아주는 쪽으로 회의 분위기를 급반전 시키기도 했다. 한 사람을 총무로 만들기 위한 이 같은 '누더기 실행위원회'를 두고 몇몇 실행위원들은 "2011년 한기총 사태가 촉발된 당시의 모습과 너무도 유사해 과연 이곳이 교회협인지 의심스럽다"고 개탄하고 있다.

△결석 실행위원 교체, 심각한 도덕적 해이
 
이번 실행위원회에는 모두 14명의 실행위원들이 교체돼 파송됐다. 교회협 역사상 단 한차례도 없었던 이같은 대규모 실행위원 교체는 인선위원회가 제청한 차기 총무 후보인 김영주 목사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는 게 중론이다. 교체된 몇몇 실행위원 중에는 기존 실행위원의 잔여임기인 한달을 승계받아 온 인사들도 있을 정도로 이번 실행위원 교체건은 하자 투성이였다.
 
이처럼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꼼수'는 심지어 교회협 헌장이 정해 놓은 울타리조차 벗어나 있다. 교회협 헌장에 실행위원의 선임은 총회의 기능으로 규정하고 있다(헌장 제4장 제9조 1. 총회 중 8항 '총회의 기능'의 다항). 이뿐 아니다. 실행위원회에서는 "총회 폐회기간 중에 발생하는 중요 사항의 처리"에 대한 규정을 담은 헌장(제4장 제9조 2. 실행위원회 중 5항의 '기능')을 유권해석해 실행위원회가 위원 교체를 할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교회협은 헌장을 통해 실행위원 교체의 범위를 '정년 은퇴, 당해직의 임기 종료, 국외 이민, 사망'으로 명확하게 제한하고 있다. 14명의 실행위원 교체 중 본교단 2명을 포함해 이 규정에 해당되는 위원은 전체 3명에 지나지 않는다. 기존의 위원이 결석한다고 투표에 참여할 다른 위원을 대신 보내는 비상식적인 규정은 어디에도 없어 결과적으로 '김영주 총무만을 위한 맞춤 위원들'로 교체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특히 이날 우여곡절 끝에 개회한 실행위원회에서 진행된 김영주 목사에 대한 투표 결과 이토록 꼼수를 부려야 했던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10여 명의 실행위원을 교체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진행된 투표에서 김영주 총무가 얻는 표는 고작 44표였다. 이는 제적의 과반수인 41표를 얻어야만 마지막으로 총회에 제청되는 교회협의 헌장에 비추여 보면 겨우 턱걸이를 한 셈이다. 교회협이 도덕적 해이에 빠졌다는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결석 실행위원 교체를 강행하지 않았다면 김영주 총무는 고배를 마실 수밖에 없었다.
 
초법적으로 진행된 실행위원회에 대해 실행위원들조차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회의 중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루터교 이병창 총무는 "3년 전 루터교회가 왜 교회협에 가입했는지 이유를 알 수 없을 정도다. 더이상 연합을 아닌 것 같다. 마음이 조금 슬프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실행위원회에서 '유령 헌장'까지 낭독됐다.
 
온갖 편법으로 점철됐던 23일 실행위원회에서는 새가정사의 헌장이 교회협 헌장으로 둔갑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실행위원 교체문제로 개회조차 하지 못한 채 공전하고 있던 상황에서 구세군 황선엽 사관이 발언권을 얻어 "교회협 헌장에 보면 '실행위원 결원은 실행위원회에서 보선하되 그 임기는 전임자의 잔임 기간으로 한다'고 되어 있는 만큼 실행위원회에서 실행위원을 교체하는 일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회의 분위기를 일순간에 급반전시켰다. 바로 '실행위원 교체는 총회의 기능'이라고 주장하던 위원들의 입을 닫아버린 결과를 낳은 것. 황선엽 사관이 낭독한 정관은 분명 김영주 총무에게 기회를 줬다. 발언 직후 회장은 "가부 묻겠다. 실행위원 교체 요청에 대해서 가하시면 예, 아니면 아니라고 하시라"고 극한 논란을 빚던 실행위원 교체건을 표결에 부쳐 마무리 해 버렸고 곧이어 총무 가부를 묻는 투표로 이어졌다. 이날 황선엽 사관이 낭독한 정관은 새가정사 정관 회칙 11조(임원 및 실행위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임기 중의 결원은 실행위원회에서 보선하되 그 임기는 전임자의 잔임 기간으로 한다)였다.
 
고착 상태에 있던 회의를 한순간에 김영주 총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풀어냈던 특효약이 새가정사의 정관, 다시말해 '유령 정관'이었던 셈이었다. 황 사관이 '유령 정관'을 낭독할 때 이 내용을 알고 있었어야 할 교회협 직원들도 전혀 제지하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여전히 이에 대해 교회협은 어떠한 공식해명도 하지 않고 있으며, 황선엽 사관은 "실무자가 헌장 자료를 가져다줘서 읽은 것이다. 실수였다"고 밝히고 있어 의혹만 커지고 있다.
 
에큐메니칼권은 이로인한 상실감이 크다. KSCF 총무 장병기 목사는 "이게 실수라고 하더라도 무엇보다 중요한 건 다음세대를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십들이 많은 실망감에 빠졌다는 사실이다"면서, "도대체 교회협이 이렇게까지 망가지는 것을 보고 누가 에큐메니칼 운동에 헌신하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 실행위원회에서 김영주 총무에 대한 찬반 투표가 마친 직후의 회의장 모습. 많은 수의 실행위원들이 이석해 회의장이 한산하다. 사진/장창일 차장

△'막장 교회협', 회원교단들이 움직인다
 
본교단은 지난 27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교회협 총무인선 과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다음 달 열리는 정기총회 때까지 공공성 회복에 대한 해법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엔 효력정지가처분 신청 등 법적인 대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에서는 △교회협 회원교단들과 교회협의 관례에 준하지 않고 사회법에 의존해 총무 자격을 허락한 점 △실행위원회에서 실행위원 교체한 점 △실행위원 교체를 강행한 점 △새가정사 헌장을 교회협 헌장인 것처럼 낭독한 점 등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성명서 내용 중에는 자신을 대신해 다른 사람이 대신 실행위원이 됐단 사실을 몰랐던 인사가 있었다는 내용들이 담겨 있어 실행위원 교체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간접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변창배 기획국장은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실행위원 교체가 있었단 사실은 직접 확인한 일로 이 일이 의미하는 바는 굉장히 크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홍정 사무총장은 "반예장 정서가 있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는데 그런 정서를 정치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것, 이와같은 집단적 따돌림은 협의체 안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집단적 사유화가 더욱 위험한 일이라고 판단한다"면서, "물론 이런 정서를 만든 우리 스스로가 반성하고 있고 자성적 태도로 이번 성명서 발표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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