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미켈란젤로

[ 데스크창 ]

안홍철 편집국장 hcahn@pckworld.com
2014년 10월 22일(수) 09:51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이탈리아 안에 또 다른 국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 북서부에 있는 '바티칸시국(Stato della Citta del Vaticano)', 가톨릭 교황이 다스리는 국가입니다. 19세기 이탈리아가 근대 통일국가로 바뀌면서 교황청 직속의 교황령을 상실하게 되자 1929년 라테란(Laterano) 협정을 통해 이탈리아로부터 교황청 주변지역에 대한 주권을 이양받아 안도라, 산마리노와 함께 세계 최소의 독립국이 되었습니다.

이 바티칸 안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에는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Michelangelo Buonarroti)가 천장에 그린 프레스코 벽화 '천지창조'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의 '최후의 만찬' 등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보는 그 감동은 여행자들이 갖는 큰 은혜입니다.

두 사람은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들인데 오래 전 여행 중에 미켈란젤로에 대한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미켈란젤로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명령으로 천지창조를 성당의 천장에 그릴 때의 일이라고 합니다. 미켈란젤로는 무려 4년 동안 고개를 뒤로 젖힌 채 거의 누운 자세로 천장화 그리는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어느 날 천정의 모서리 부분에서 정성을 들여 그림을 그려 나가는데 한 친구가 "이보게 친구,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잘 보이지도 않는 인물 하나를 그려 넣으려고 그 고생을 한단 말인가? 얼굴이 잘 그려졌는지 누가 알기나 한단 말인가? 대충하게나." 그러자 미켈란젤로는 "그거야 내가 알지"하고 답했다 합니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자기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미켈란젤로처럼 일 자체가 좋아서 하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미켈란젤로 동기(Michelangelo Motive)'라고 합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출세나 이익 같은 외적 보상에 의존을 하면, 그 이유가 사라지는 순간 일에 대한 열정도 사라집니다. 반면 일에 대한 열정과 개인적인 성취감에서 동기가 비롯된 사람은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강력한 힘을 발휘 하게 됩니다.

한번은 또 미켈란젤로에게 제자들이 "스승이여, 어떻게 다비드(David) 같은 작품을 창조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미켈란젤로는 "창조라니? 다비드는 이미 대리석 안에 존재하고 있었다네. 나는 대리석 안에 들어있던 다비드를 꺼내기 위해 필요 없는 부분들을 쪼아냈을 뿐이지."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우문현답입니다.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조각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미 대리석 안에 다비드를 만들어 놓으셨고 본인은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로 '필요 없는 부분'을 깎아 냈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이 세상에서 이뤄지는 모든 일들은 하나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그저 우리는 하나님의 도구로써 필요없는 부분을 치우는 일만으로도 세상으로부터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죠.

미켈란젤로의 일화를 적다보니 새삼 그가 괜찮은 예술가요, 신앙인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다소 미련하고 어리석게 보이는 그의 행동은 오히려 자신의 인생을 아름답게 조각했습니다. "나의 나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이미 우리 안에는 다비드같은 명품, 걸작이 들어있습니다. 하나님을 통해 우리에게 불필요한 부분들이 제거됨으로써 우리의 타고난 재능이 꽃피울 수 있게 되기를… 결실의 계절을 맞이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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