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참여, 공유

[ 4인4색칼럼 ]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4년 10월 17일(금) 14:38

조현진
작가ㆍ광고인
높은뜻정의교회

이제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디지털 혹은 인터넷이다. 그 근간을 이루고 있는 웹(World Wide Web)을 발명한 것은 '팀 버넌스 리'라는 영국인이다. 그가 디지털의 근간을 이루는 세계에서 가장 큰 거미줄을 만들면서 기초로 삼은 것이 바로 '개방, 참여, 공유'의 정신이다. 세상의 모든 정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개방되어야 하며, 누구나 정보의 공급자와 소비자가 되어 인종과 성별의 차별이나 장애 없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것이 팀 버넌스 리의 생각이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는 있지만 디지털 세상은 오늘도 이 정신을 근간으로 발전되고 있다. 팀 버넌스 리가 이런 철학을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해 한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에게 영감을 준 두 사람을 지목했다.

첫 번째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다. 예수는 십자가에 매달리며 하나님의 나라를 인류에게 개방하셨고, 열방에 복음을 공유하셨다. 그리고 누구라도 구원을 받을 기회를 허락하셨다는 것이다. 그가 두 번째 지목한 인물은 마틴 루터다. 마틴 루터는 종교개혁을 통해 사제들에게만 집중되었던 복음을 다시 대중에게 개방하였으며 누구나 예배자로 참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즉, 디지털은 기본적으로 예수의 정신 위에서 발명되어진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인터넷을 악마의 도구라고는 이야기하지 않기를 필자는 바란다.

문제는 언제나 우리들의 욕심으로 인해 이 귀중한 '개방, 참여, 공유'의 정신이 훼손되는 데에 있다. 나만 소유하겠다는 독점욕, 나만 우월하고 특별해야 한다는 이기심이 세상만이 아닌 교회에까지 만연하다 보니, 복음은 권위를 잃는다. 인류는 아날로그 세대에서 디지털 세대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팀 버넌스 리 덕분에 디지털 세대는 개방, 참여, 공유가 태어날 때부터 몸에 밴 이들이다. 스스로가 모든 정보의 생산자고 확대자이자 수혜자이기 때문에 그들은 결코 독점과 규모에 집중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어져 왔던 전통이나 조직, 계급 논리로는 그 세대를 설득할 수 없다.

필자는 많은 젊은 청년들이 지금의 한국교회를 외면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디지털 세대의 눈에 교회는 개방되지 않은 곳이다. 여전히 교회는 성장 부흥주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 부흥에 성공하면 자식에게 대물림하려는 독점욕이 지나치게 강한 곳이다. 그래서 디지털 세대들은 이런 교회의 문법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이 교회에 참여하지 않으니 확산되어야 하는 복음은 주춤하는 것이다. 예수님의 마지막 지상명령은 '와라가 아닌 가라'였다. 교회는 사람을 채운 후 문을 닫는 곳이 아니라, 사람을 세상으로 보내기 위해 문을 개방해야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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