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큰 그릇을 보내며

[ 사설 ]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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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14일(화) 16:42

방지일 목사님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셨다. 우리교단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산 증인이시며 자랑이셨던 목사님께서 국내 최고령 목회자의 자리를 내 놓으시고 하나님 나라의 자리에 들어가신 것이다. 1937년 목사안수를 받으신 후 한국과 중국을 넘나드는 복음의 걸음을 멈추시고 하나님 나라로 걸음을 옮겨 영원한 안식에 들어가신 것이다.

목사님께서는 한국교회의 최고령 목회자라는 타이틀 때문에 존경받은 것이 아니라 목사님의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삶과 신앙 때문에 존경과 사랑의 대상이셨다. 한 세기가 넘는 목사님의 생애는 한국교회의 태동과 분열과 성장을 온 몸에 담은 역사의 그릇이었다. 한국교회의 시련에도 목사님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이 하늘을 향한 꼿꼿한 몸가짐을 흩트리지 않으셨다. 목사님은 교단 안팎에서 많은 직책을 수행하셨지만 단 한 번도 잡음이나 헛된 소문에 연루된 적이 없으셨다. 목사님의 목회와 삶은 모든 목회자의 큰 스승이셨고, 한국교회의 큰 어른이셨기에 한국교회는 큰 별을 잃음을 애석해 하는 것이다.

목사님은 10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건강과 정신력을 잃지 않으셨다. 부탁 받은 설교 시간을 절대로 넘기지 않았던 간결함과 총명함, 모든 모임에 가장 적절한 말씀으로 축하의 메시지를 전해주시는 센스와 스마트, 이 모든 것이 목사님의 영혼의 이미지였다. 건강 이상으로 병원에 가신지 몇 시간 후에 세상을 떠나셔서 목사님의 삶뿐만 아니라 죽음까지도 얼마나 큰 은총인가를 확인하게 하였다. 120세가 된 모세가 기력이 쇠하지 않고 눈도 흐리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그의 소명이 끝나자 불러 가신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아직도 건강하신 목사님을 불러 가신 것은 그의 소명이 끝났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한국교회의 실존적 현실을 위기라고 한다. 교회는 자정능력을 상실하고, 사회의 염려의 대상이 되었다고 한다. 기독교는 타종교와 사회의 지탄의 대상이 되고 교회내부의 문제가 고스란히 노출되어 신비감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이런 때에 목사님을 잃은 것은 한국교회의 큰 손실이다. 이제 한국교회는 목사님을 잃은 것을 슬퍼하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순전함을 잃지 않은 신앙과 삶이 균형을 이룬 하나님의 사람, 교회와 사회가 함께 우러러 볼 수 있는 제2, 제3의 방지일목사님이 탄생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며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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