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일 목사, 에녹처럼 하나님과 묵묵히 동행

[ 교계 ] <추모사>

주선애 교수
2014년 10월 14일(화) 16:32

우리 한국교회가 모두 사랑하며 존경하는 목사님! 목사님! 목사님께서 우리 땅에 존재하셨음으로 인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셨는지 모르시지요? 우리 교회 지도자들과 그리고 우리 민족과 세계 교회 위에 목사님을 통해 내려주신 하나님의 축복이 얼마나 큰지 우리 어두운 사람들은 다 측량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만이 아시겠습니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파란 많은 일 세기 동안 일정 시대와 중국 선교 현장에서 그리고 귀국 후 특별히 단란하던 가정 식구들 마저도 먼저 보내시고 난 뒤, 주님만이 아시는 각가지 고난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지난 여름 편치 않으시단 소식 듣고 임창복 교수와 같이 방문했을 때 점심때가 지났는데 아무도 돕는 이가 없어 점심은 물론 식당에 갈 수 없으니 못하셨을 것이어서 "조반은 무얼 잡수셨나"고 물었더니 백원짜리 요구르트 빈병을 가리키시던 목사님의 모습을 기억합니다.

우리 모두는 목사님 앞에 죄인입니다. 목사님 용서하십시오. 우리들의 말만 있고 사랑과 섬김의 행동이 없었음을!

그러나 그 모든 고통 속에서도 언제나 명량한 목소리로, 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힘주시던 목사님! 그런 역경의 연속 속에서 십자가에 달리신 주님을 향한 그 뜨거운 정열을 품고 주님의 발자취만 올곧게 따르셨습니다. 지금은 바울사도처럼 승리의 개가를 부르시며 그토록 사랑으로 속삭이시던 주님의 품에 안기셨으니 영광의 승리를 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목사님! 목사님은 정말 능력의 일평생을 사셨습니다.
백 살이 넘으신 몸으로 이메일로 스케줄을 관리하시며 남한이 좁으시다고 세계로 날아다니며 순수 복음을 전하시도록 하신 방 목사님의 하나님! 그분은 또한 우리 모두의 하나님 되심을 찬양 드립니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보통 사람은 따를 수 없는 기억력과 총명과 영력을 풍성하게 받으셨고 그 위에 주님의 겸손과 온유한 성품을 닮게 하셨으며 성령의 충만으로 복음전도의 기쁨으로 사는 사도바울의 삶을 닮으셨습니다. 얼마 전 "목사님! 어떻게 컴퓨터처럼 옛날일, 다 기억하시고 계시며 지금까지 그렇게 총명하게 사시는지 그 비결이 무엇인가요?"  물었더니, 잠시 생각하시던 목사님은 "나는 아침마다 성경 100절을 외우지!"라고 하셨습니다. 그 노령에 말입니다. 역시 그분의 쉬지 않는 기도와 말씀을 알 수 있었습니다.

목사님은 간단한 말씀이나 축복 기도를 하실 때마다, 목사님의 음성에는 반석을 뚫고 솟구치는 생명수처럼 우리 모두의 잠자던 심령을 흔들어 깨우쳐주시는 영력을 체험할 수가 있었습니다. 목사님에게는 병 고치는 능력이나 기적이 아니었습니다.

오직 말씀과 기도로 한 세기를 살아오시면서 경건으로 다져진 믿음으로 에녹처럼 하나님과 묵묵히 동행하는 삶, 그 자체가 능력이었습니다. 

일상 생활이 주님과의 동행이었기에, 대화나 강의에는 '오직 성경 그리고 기도'를 평생 강조 하셨습니다.
그리고 목사님은 그 십자가 복음을 실제 자신의 삶 자체로 옮겼기 때문에, 대하는 모든 사람들의 내적 삶을 각성시키는 능력을 갖고 게셨습니다.

"기도로 하나님과 대화를 하다보면 현미경의 렌즈가 맑아지면서 죄가 보이는데 평소 보이지 않던 죄도 보고 회개하게 된다"고 하시며 스스로 맑고 올곧은 삶을 살아내신 것입니다. 행함 없는 말씀은 생명력이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목사님은 겸손하시여 한국교회 위기론에 대해서도 탄식하거나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노령으로 불편이 많았을 터이지만 언제나 긍정적이고 명쾌한 대답으로 위트 있게 웃음으로 답해주시며 누구에게나 소망과 삶의 힘을 북돋워 주는 우리 모두에게 평안한 아버지였습니다.

언제나 "닳아 없어질지언정 녹슬지 말아야 한다"시더니 기도하신 대로 끝까지 일하시다 육신의 기관들이 닳아 아프다는 말씀도 없이 고요히 잠들듯 아홉 시간을 무의식에 들어가셔서 그냥 하나님 나라에 들어가셨습니다. 얼마나 복된 삶이었으며 기막힌 하나님의 응답이였습니까? 얼마나 멋진 임종이였습니까?

그러나, 우리 이 흔들리는 한국교회와 이 도덕적으로 끝없이 추락해가는 사회! 정말 엘리사가 엘리야에게 구했던 것처럼 갑절의 능력이 요구되는 우리 민족 교회 지도자들을 두고 목사님은 훌쩍 떠나버리셨으니 우리는 아버지를 잃은 고아들처럼 텅빈 자리를 하나님께서 어떻게 하실런지요? 목사님 같은 우리들의 버팀목이 될 하나님의 사람이 또 있을까요?

떠나신 목사님은 아가서를 그렇게도 좋아하시더니 지금은 뜨겁게 사랑 주고 받던 술람미 신부 되어 길이길이 사모하던 주님과 사랑을 누리실 줄 믿습니다.부디 사랑하는 목사님! 한국 교회와 이 나라를 위해 축도를 계속해 주실 줄 믿으며 우리 모두 머지 않은 날 목사님처럼 승리로 입성하여 기쁘게 만날 날이 올 것을 기다리며 추모의 말씀을 끝냅니다.

주선애 박사/ 장신대 명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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