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일 목사, 한 평생 전도 열정으로 온 세상 땅끝까지 족적

[ 교계 ] <조사> 正道 보여주시며,정직ㆍ청빈의 삶 사신 분

박종순 목사
2014년 10월 14일(화) 16:30

사랑하고 존경하는 방지일 목사님, 주님 만나러 먼저 가셨군요. 몇 주 전 뵈었을 때만 해도 건강한 모습이셨는데 조용히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다.

목사님은 제 스승이셨고, 큰 어른이셨고, 어버이셨습니다. 그리고 목회의 사표이셨습니다. 저를 만날 때마다 "박 목사는 어머니 기도 때문에 됐어"라고 하시던 말씀을 잊을 수 없습니다. 목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떤 목사가 되어야 하는가? 바람직한 교회는 어떤 것인가?를 가르쳐주셨습니다. 바른 신학, 바른 교회, 바른 신앙, 바른 목회의 길을 가르쳐주셨고 보여주셨습니다.

10여 년 전, 200여 명의 선교사들과 함께 캐나다 밴쿠버를 떠나 토론토까지 가는 선교여행을 했습니다. 버스 안에서 선교사들이 목사님 건강유지비결을 물었을 때 "설탕 많이 먹는거야"라고 대답하셔서 함께 웃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언제나 겸손하시고 검소한 삶, 옳지 않은 것과는 결코 타협하지 않으신 삶, 바른 신학과 정도 목회, 늘 배우고 따르고 싶었습니다. 존경받는 큰 어른이 곁에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기둥이셨습니다. 힘들고 외로울 때 답답하고 속상할 때 목사님의 인내와 삶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곤 했습니다. 목사님은 가슴속에 한국교회를 품고 계셨습니다. 늘 "이러면 안 되는데, 바로서야 하는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흔들리고 기우뚱거리는 한국교회를 바라보며 걱정하셨습니다.

여행 중에도 글을 쓰셨고 남기셨습니다. 선교하시던 산동성에 모시고 가겠다고 했을 때 목사님은 거절하셨습니다. 이유는 "내가 거기가면 그때 함께 했던 옛날 교인들을 만나야 하는데 그들에게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선교사 시절 복음을 전하고 양육했던 그들을 배려하고 염려하셨습니다. 목사님은 한평생 복음 전도의 열정으로 사셨습니다. 휠체어를 타신 채 세계를 누비셨습니다. 가시는 곳마다 복음을 전하셨습니다.

목사님은 외부 행사의 축사를 맡으실 때마다 원고를 쓰셨습니다. 그리고 1분을 넘기지 않는 기지를 발휘하셨습니다. 축사의 길이는 짧지만 내용은 무겁고 깊었습니다. 목사님의 말씀은 항상 간결했습니다. 글도, 말도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목사님은 한국 최초의 기독교사학인 평양숭실대학 1933년 졸업생이셨습니다. 모든 숭실인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대선배이고 숭실의 자랑이셨습니다. 목사님은 역사의 격동에 휘말린 한국교회의 산증인이셨습니다. 민족분단, 동족상잔, 교파분열을 거치신 역사의 증인이셨습니다. 한국교회의 거목, 존경받는 지도자, 정도를 보여주신 큰 스승, 정직과 청빈의 삶을 사셨던 목사님은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다. 계시던 그 자리 그 빈자리를 누가 어떻게 채울지 걱정입니다.

우리 모두 뒤따라 살겠습니다. 그리고 뒤따라가겠습니다. 주님 나라에서 만나십시다. 목사님, 사랑합니다. 그립습니다. 뵙고 싶습니다. 

2014년 10월 14일
사랑하는 방지일 목사님께 박종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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