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방지일 목사님

[ 데스크창 ]

안홍철 편집국장 hcahn@pckworld.com
2014년 10월 14일(화) 11:20

 
10월 10일 새벽 0시20분 방지일 목사님께서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총회 파송 최초의 중국선교사, 평양 장대현교회 시무 전도사, 영등포교회 원로목사, 본보 사장과 이사장 역임, 증경총회장 등 한국교회사에 한 획을 그은 목사님은 1911년 생, 만 103세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습니다. 몇 년 전 새해 덕담 취재차 독거하시는 오피스텔을 방문했을 때 목사님께서는 '格山德海'  한마디를 해 주셨습니다.

"88세를 뜻하는 미수 한자를 어케 쓰는지 아시요? 일본사람들이 쌀 미(米)를 써서 미수(米壽)라 하는데 중국서는 눈썹이 희어진다 해서 눈썹 미(眉)를 써서 미수(眉壽)라 하디. 내레 미수 때 받은 휘호 중에 이런 거 있었디. '壽比南山 福之如海(壽山福海)' "남산처럼 오래 살고 바다처럼 복을 누리라"는 뜻인데 오래 사는 거이 뭐 됴카써(좋겠어)? 기래서 내 바꿨디 '格比南山 德之如海(格山德海)'라고. "인격을 산같이, 덕을 바다같이 쌓으라" 이 말이디. 저건 내가 만든 말이지만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거이야. 오래 사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하나님 뜻대로 사는거이 중요하디."

130년의 한국교회 역사를 볼 때 방 목사님은 그야말로 한국교회사의 산 증인입니다. 목사님은 1933~37년 평양 장대현(장대제)교회에서 전도사로 길선주 목사님과 동역하셨습니다. 1907년 대부흥운동의 현장에서 사역하신 일에 대해 "당시 길 목사님의 말세론 사경회는 많이 참석하였거니와 그분이 앞을 잘 못 보시니 내레 손을 잡고 다니며 모셨디. 내가 장대제교회 전도사로 있을 때 그 분은 이미 은퇴하셨어. 그러나 그 철저한 가르침이 아직도 기억나."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목사님께선 까마득한 후배목사에게 "주님께서 맡겨주신 양떼와 소떼를 맡았으니 '그들에게 내 마음을 다한다' 하는 심정으로 지내는 것이 목회"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욥이 자녀들을 불러다가 성결케 하고 그들의 '명 수대로' 번제를 드렸는데, "목회란 명 수대로 하나하나 제단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며 "'우리 성도님' 이렇게 '도매금'으로 하면 안돼. 목회는 양 하나하나 돌보고 제단을 쌓는 거이야. 교인들 위해 하나하나 기도하면 교인들이 다 목회자의 장 중에 있어 그 사람이 기분 좋은지 나쁜지 슬픈지 기쁜지 다 알게되지. 그거이 목회야."라고 강조하셨죠. 목사님께서는 "마부가 마차를 끌 때 말고삐를 쥐면 말의 상태를 안다"고 하시며 "상태가 좋은 말과 아픈 말이 있으면 그 형편대로 말고삐를 조절해 마차를 끌고 가기에, 마차가 뒤집어지지 않고 잘 달릴 수 있다"며 목회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하셨습니다. 그런가하면 요즘 교회들이 사회 봉사, 나눔에만 지나치게 관심을 갖고 교회의 본질인 속죄구령을 전하는데는 소홀하다고 지적하기도 하셨습니다. "봉사, 그거이 믿지 않는 사람도 하는거잖아. 믿는 사람은 당연히 해야 하는거디. 요즘 목회는 '은과 금은 있으나 예수는 없어서 못준다' 이거 아닌가 싶어… '예수는 내 구주시다', 속죄구령을 전해야디! 다른거는 자선사업이야. 아무나 할 수 있는거이야." 늘 그리움 가득한 고향 평북 선천과 시무하시던 장대제교회를 끝내 가 보시지 못한 채 떠나신 방 목사님. 복음의 진수인 속죄구령을 강조하시며 "오래 사는거이 뭐이 중요해? 하나님 뜻대로 사는거이 중요하디." 또랑또랑하신 목소리로 하신 그 말씀, 마음에 잘 새기며 훗날 천국에서 만나뵈옵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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