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관계 벼랑으로 몰고 가는 과대기능-과소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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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 교수 gkim114@swu.ac.kr
2014년 10월 08일(수) 15:14

Q.저는 결혼한 지 25년 된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입니다. 아내가 저더러 집을 나가라 하네요. 우울증도 심해 보이고, 집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아내의 상태가 심히 걱정이 되네요. 밖에서 일하기도 바쁜데 아내의 상태도 그렇고 아내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하나씩 떠맡다 보니 이제는 지치네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A.질문하신 분은 너무 과도한 기능을 하다 보니 이제 삶의 에너지가 소진되어 지쳐있는 상태로 보입니다. 전문직에서의 중요한 기능뿐만 아니라 집에서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아내가 지금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영역까지 떠맡아 하려니 지칠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아내의 우울증 그리고 심화된 낮은 자존감과 무기력감으로부터 비롯되는 분노의 목표물이 되어 지금 결혼관계의 위기를 맞고 있는 듯합니다.
   
▲ 이경남차장 / knlee@pckworld.com

 
현재 부부의 관계양상을 가족치료에서는 '과대기능-과소기능'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과대기능 혹은 과소기능은 결코 혼자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두 사람의 관계에서 한 사람이 과대기능하는 사람이 있을 때, 상대방은 과소기능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한 사람이 지나치게 많은 책임감을 느끼거나 상대방의 능력을 충분히 신뢰할 수 없어 상대방이 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기능마저 대신 떠맡아 해 감으로 과대기능자가 되고 상대방은 점점 과대기능하는 사람을 의존하게 되어 자신이 해야 할 역할마저도 하지 않게 되고 과소기능자가 되는 것입니다.
 
과대기능자는 흔히 자신의 내적인 결핍을 연약한 사람을 과도하게 보살피거나 어떤 일을 대신 해 줌으로 생기는 유능감으로 대신 채우려 합니다. 하지만 결혼관계에서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기능을 하게 되면 지치게 되는 것입니다. 자신을 돕지 않는 과소기능자에게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합니다. 반면 과소기능자는 처음에는 편하긴 하지만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의존함으로 점점 자신이 해야 할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되고, 이러한 과소기능이 오랜 세월 동안 진행되면 질문하신 분의 아내가 겪고 있는 것과 같이 자신의 무기력과 무가치함이 핵심적인 정서적 고통으로 자리잡게 되고 여기서 비롯되는 분노는 부부관계를 단절로 이어지게 합니다.
 
부부관계의 회복과 발전을 위해서는 결혼생활 25년 동안 진행되어 온 과대기능-과소기능의 관계 패턴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과대기능자는 세상 모든 일에 대해 과도하게 책임을 떠맡는 것을 중단하고 자신이 해야 할 기능에 초점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즉, 상대방이 부족하더라도 능력을 신뢰하고, 인내하고, 격려함으로 자기 기능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과소기능자 역시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것을 중단하고 자신의 능력과 자원을 사용하여 제대로 자기의 기능을 찾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경에 나오는 마리아와 마르다의 이야기는 많은 성경해석가들이 마리아의 권리에 초점을 두지만, 어떤 측면에서 보면 과대기능함으로 고통을 받는 마르다에 대한 예수님의 깊은 사랑에서 비롯된 다음과 같은 제안이 이야기의 초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몇 가지만 하든지 혹은 한 가지만이라도 족하니라."

김경 교수 / 서울여대 목회상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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