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문화'의 정착을 바란다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칼럼

강병만 목사
2014년 10월 06일(월) 19:17

이화여대의 교수였던 김은우 교수는 우리나라 기독교의 선교역사가 다른 종교와 비교해 볼 때, 특이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기독교 복음이 전파된 지 100여 년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예수 귀신을 섬기는 무당이 없다고 하는 부분이 참으로 신비롭기까지 하다고 했다. 이유는, 불교나 유교, 도교 등등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래 종교들이 토착화 되어지는 현상이 100여 년이 걸리지 않았는데, 기독교만은 아직도 그 토착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면서 진단한 말이 아직도 예수 귀신을 몸신으로 섬기는 무당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이 의견에 동의한다. 한국인들은 외래종교를 쉽게 받아들였고, 기독교 복음도 역시 짧은 시간에 민족의 복음화가 다 이루어져 간다고 할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정치, 경제, 사회, 종교 분야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러나 이젠 우리 사회에 기독교문화가 중요한 문화현상으로써 형성돼야 한다. 그것이 더욱 민족복음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아날로그 세대와 디지털 세대, 스마트 세대와의 문화 간격이 너무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가 아니다. 이젠 복음이 전파된 지 130년이나 되었다. 그러므로 시간적으로 우리 사회에 기독교문화가 형성돼야 한다는 것을 넘어, 정착되어 가야 한다.

고려대학교 백완기 교수는 '한국의 행정문화'라는 저서에서 문화와 행위에 대해 말했는데, 그 일부분을 요약하면 이렇다. 인간의 행위를 조건 지우고 결정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하면서 생물학적 욕구, 심리적 요인, 사회적 요인, 물리적 요인, 유전적 요인 및 문화적 요인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요인 중에 특정한 집단의 구성원의 행위를 다른 집단의 구성원의 행위와 구별짓게 하는 유일한 기준은 문화적 요인밖에 없다고 말한다. 사람의 희로애락에 대한 표현은 누구에게나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그 희로애락을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문화현상으로서 사회마다 다르고 집단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는 인간의 행위나 사고를 집단별로 사회별로 유형화(類型化) 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그러므로 기독교문화가 구별되고, 차이점을 드러내고 그 문화를 형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기독교 복음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퓨전'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퓨전이라는 말은 혼합이라는 의미이다. 이번 제 99회 총회에 참석하면서 몇 가지가 '퓨전 총회(?)'라고 하는 생각이 든다. 재판국에 대한 불신이 심하게 나타났고, 혼란을 벗어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국가 법, 세상 법, 관례, 총회 결의사항, 재판국, 제1재심, 제2재심, 제3재심, 특별재심, 헌법위원회 등등 복잡하게 섞이고 섞여서 '재판천국(?) 총회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이것이 진정한 우리 총회의 모습인가? 참된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의 보고 내용과 그 처리는 유약한 면을 보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은 임원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것, 저것 다 섞어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퓨전 총회(?)'가 되어가는 그 시작인가? 참으로 기독교의 정체성,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라는 이름에 걸 맞은 그 정체성, 복음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워나가야 한다. 더욱 나아가 기독교 문화를 우리 사회에 형성해 나가는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기독교문화를 우리 사회에 형성하고자 하는 것은 진정한 성경말씀에 기초한 믿음의 삶을, 현실생활에서 형성해 가자고 하는 것이다.

복음이 전파된 지 이미 130년이 되었다. 이젠 기독교문화가 형성되어야 할 때다. 기독교의 가치 의식을 공유함으로 기독교 문화가 형성된다. 그 공유하는 가치를 서로 다같이 공유하고자 할 때, 그 문화는 그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쉽게 생각하자. 옛날에 오산, 재령, 평양 같은 도시에서는 주일이면 모든 성도들이 다 교회를 가기 때문에 장이 서지 않았다고 한다. 단순히 율법적으로 안식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주일이면 다 교회를 가다보니 장이 서지 않는 것이다. 문화적 존재로서의 기독교인의 행위를 말하는 것이다. 기독교 문화가 형성되고 정착되는 그 날이 속히 오기를 기대한다.

강병만 목사 / 청담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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