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은 왜 화를 냈을까?

[ 기독교교육이야기 ] 기독교교육이야기<9>

장순애 교수
2014년 10월 06일(월) 19:08

교단총회가 끝나고 10월에 들어서면, 모든 교육 목회자들의 마음이 바빠진다. '내년을 위한 필살기로 무엇이 좋을까?' 여기저기 세미나들을 기웃거리고, 이제까지 해 온 교육 프로그램 중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없애며, 또 무엇을 새로 시작할 것인가를 너나없이 모두 고민한다. 다윗도 그랬던 것 같다. 명실상부한 통일왕국을 세우고 종교적 기틀을 다진 왕이었으니 새롭게 기획하고 실행할 일이 좀 많았겠는가? 그중에 하나, 교회학교에서 무언가를 기획하고 시작하려할 때마다 나를 깨우치는 사건이 있다. 바로 사무엘하 6장 1~11절의 사건이다.

사무엘하 6장에서 다윗은 아주 바쁘다. 우선 다윗은 사람들을 모은다. 한 두 명이 아니라 삼만 명을 뽑아 모았으니 시간도 경비도 노력도 많이 들었을 것이다.(1절) 그리고 다윗은 일어나 가서 하나님의 궤를 메어 오려한다. 물론 혼자가 아니라 뽑아서 모은 모든 사람들과 함께(2절) 그들이 하나님의 궤를 새 수레에 싣고 몰고 나온다. '그들'이 했지만 다윗이 그 새 수레를 만들게 했으리라. 그들로 하여금 싣게하고 몰게하고 나오게 했으리라.(3절) 다윗이 연주한다. 그 연주를 위해 얼마나 많은 악기들을 준비했는지...(5절) 그러나 얼마 후, 소들이 뛰고, 웃사가 손으로 붙들었다. '자기 생각에' 금방이라도 떨어질것만 같았던 하나님의 궤를.(6절) 그 순간 여호와께서 웃사를 쳐서 죽이셨다. 웃사가 잘못함으로.(7절)

여기까지 읽고나면 "'하나님의 궤'를 운반하는 일은 '하나님의 일'인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겁니까?" 하나님께 대들고 싶다. 다윗도 그랬던 것 같다. 하나님께 대들었다는 말은 없지만 성경은 '다윗이 분하여(David was angry 8절)'라고 기록한다. 다윗은 왜 화가 났을까? 진노하시고 죽이시는 하나님의 행동 앞에서, '여호와를 두려워하는' 것이 인지상정일진대, 다윗은 왜 '여호와를 두려워하기 전'(9절)에 먼저 화부터 났을까?

'화'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내가' 기획하고 '내가' 준비하고 '내' 돈과 '내' 시간과 '내' 수고를 기울여 만든 일이 실패하면, 마치 '내가' 망가진 것 같고 화가 난다. 더구나 '하나님의 궤'를 옮기는 '하나님의 일'을 했는데 그 '하나님'께 인정은 커녕 진노하심을 받았고, 수만명 앞에서 기획자인 '다윗 자신'이 망신을 당했으니 당연히 화가 나지 않겠는가?

그러나 하나님은 우리가 어떤 교육계획을 세우기 전에 그 일이 진정으로 '하나님의 일'인가를 먼저 물으신다. '하나님의 궤를 옮기는 일'이니 당연히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다. 아닐 수도 있다. 그 일의 의도가 '나'를 세우는 것이라면(다윗은 사울과의 차별화를 꾀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일을 하는 과정과 방식이 '하나님의' 방식이 아니라 내 방식이라면(심지어 다윗은 블레셋 사람들의 방법을 따랐다), 그 일이 아무리 교회에서 행해지고, '하나님'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행사라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진노하시는 일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역시 다윗은 다윗이다. '그 날'이 가기 전에 다윗은 여호와를 두려워한다.(9절) '하나님 앞으로 재빨리 돌아오는' 다윗의 주특기가 여기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어 정말 다행이다.

장순애 교수 /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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