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를 삼킨 사연

[ 목양칼럼 ] 목양칼럼

김용관 목사
2014년 09월 29일(월) 18:07

어느 교회에서 교구사역을 담당하던 전도사님 한분이 있었다. 어느 날 집사님 댁에 심방을 갔을 때의 일이다. 심방예배가 끝나자 집사님은 전도사님을 대접하기 위해서 과일과 커피를 준비해 가져왔다. 전도사님이 커피를 막 마시려고 하는데 커피 잔에 녹지 않은 커피가 떠다녔다. 스푼으로 몇 번 저어 보았지만 커피는 녹지 않았다. 더 이상한 사실은 커피가 저절로 움직이는 것이다. 집사님이 눈치 채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커피 잔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물위에 녹지 않고 떠 있는 것은 커피가 아니라 작은 벌레들이었다. 물이 그리 뜨겁지 않았기 때문에 벌레들이 열심히 헤엄을 치고 있었다. 검정색, 갈색이 섞여 있는 바퀴벌레 새끼들이었다. 수십 마리는 족히 되어 보였다.

그때 전도사님의 마음 속에는 큰 갈등이 생겼다. 커피를 마셔야하나 마시지 말아야 하나 하는 갈등이었다. 마음 한편에서는 커피를 새로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이 사실을 집사님이 알게 된다면 두고두고 미안하게 생각할 것 같아서 아무 소리 없이 커피를 마시는 것이 집사님을 위한 배려인 것 같았다. 빨리 결정을 내려야 했다. 결국 그냥 마시기로 했다. 커피 잔을 들고 몇 번 더 후후 불어가며 식혔다. 잠시 후 한 순간에 커피를 들이켰다. 목구멍에서 벌레가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 것 같았다. 전도사님은 "집사님, 시원한 물 한 잔만 주세요"하고 부탁하여 물을 마시고 나서야 바퀴벌레를 완전히 삼킬 수 있었다. 속이 거북하고 메슥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나는 이 분의 착한 행실과 따뜻한 성품을 통해 주님의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요즘 찾기 어려운 아름다운 사람이다. 이분은 이웃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분이다. 이런 분이 어떻게 부모에게 불효를 하거나 윗어른들에게 불손하게 대할 수 있겠는가? 이런 분이 어떻게 이웃을 해하려고 거짓증언을 하며, 이웃의 소유를 탐낼 수 있겠는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분쟁과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바로 남을 배려하지 못하는 마음 때문이다. 지나친 과속과 난폭운전으로 다른 사람의 가슴을 철렁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출입구에 차를 주차하여 다른 차들의 통행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도 있다. 주차할 때 옆 차선을 침범하여 한 두 대 더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지게 하는 사람도 있다. 건물 안의 복도나 좁은 인도에서 옆 사람과 대화를 하기 위해 횡대(橫隊)로 걸어감으로 앞질러 가고 하는 다른 사람의 통행을 방해하기도 한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흡연을 하므로 담배연기를 싫어하는 다른 사람에게 불편을 주거나 간접흡연을 하게 하여 건강에 피해를 주는 사람도 있다. 공공장소에서 너무 큰 소리로 전화를 받아 다른 사람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거나 아직도 침을 아무데나 뱉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이런 모습이 행여나 내 자신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이 세상의 모든 고통과 괴로움은 자기만 생각하는 이기심에서 시작된다. 인간의 행복은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마음에서 온다. 이웃 사랑의 실천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 하겠다.

김용관 목사 / 봉일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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