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비포장도로

[ 기고 ] 독자투고

한윤배 목사
2014년 09월 23일(화) 14:02

 
중고등학교 시절, 흙먼지가 심하게 이는 돌과 자갈이 많아 걷기조차 힘든 비포장도로를 따라 등교하였다. 그래도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오늘에 이르러 인생길의 종착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비포장도로를 걸었던 경험은 필자의 일생에서 가장 추억에 남는 일이 되었다.
 
충남 공주와 논산 사이에 위치한 어머니의 외갓집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자동차 길도 역시 자갈밭 비포장도로였다. 마침 태극기를 앞세우고 트럭에 탄 동네 사람들이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면서 해방의 기쁨을 마음껏 즐거워 하며 손에 손에 태극기를 휘두르며 타고 지나간 수 십 대의 트럭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나가는 광경은 6살 유치원생이었던 필자에게 또한 가장 잊혀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후 공군 위생병으로 군을 제대한 후 한남대학교에 복학해 선교사 모요한 목사의 소개로 충남 대덕군 삼괴리에 있는 삼괴리교회(현재 삼광교회)를 섬기게 되었다.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하며 문발리 교회, 법곳교회, 수산리교회, 옥동교회를 섬겼다. 그리고 인천소망교회를 개척하고 목회를 하는 동안에도 늘 필자는 비포장도로를 걸어다니곤 했다.
 
인간은 길을 걸어가야만 하는 존재이다. 누구나 인생길을 걸어가고 있고 걸어 나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런데 그 길이 모두 동일하지는 않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8시 50분에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서 침몰된 세월호 여객선도 분명히 정해진 해로를 따라 항해하지 않은 것이 참사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물론 다른 이유도 없지않아 있었다고는 하나 가장 큰 문제는 평소에 늘 다니던 정한 뱃길을 마다하고 엉뚱한 뱃길을 따라 항해한 것이 문제였다.
 
사람은 정도(正道)를 따라 살아가야 한다. 인생의 길에는 누구에게나 참되고 바른 길이 놓여있다. 이 정도의 길을 따라 살아나가지 않을 때 이번 세월호 참사와 같은 큰 슬픔을 누구나 당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를 당한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위한 분향소에 가서 분향을 하고 메모판에 글을 남겼다.
 
"다시는 이러한 큰 슬픔이 영원히 대한민국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기원하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슬픔을 깊이 애도합니다."
 
그리고 노란 깃에는 "온 세계가 이번 대한민국의 백성들이 당한 이 큰 슬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썼다.
 
기도하기를 세월호 참사로 인해 희생된 영혼들이 모두 하나님 나라에 영원토록 들어가 평안을 누리며 살기를 원한다. 성경 말씀에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고 했다. 이 길을 따라 살아가면 하나님 아버지께로 가게 된다는 약속의 말씀을 믿기에 아무리 거칠고 험한 길을 걸었어도 소망을 잃지 않고 하나님이 계신 하늘나라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다. 필자 또한 위험천만한 거친 비포장도로를 걸어 학교를 다니게 하셨던 하나님의 뜻을 지금에 와서야 마침내 깨닫게 되었다.
 
"하나님, 부디 이번 세월호 참사로 인하여 희생된 가엾은 영혼들이 영원히 하나님이 계신 평안한 나라로 들어가기를 다시 한번 간절히 기도합니다."
 
끝으로 예수님이 친히 자신을 가리켜 길이라고 하신 이 길을 따라간다면 분명히 평안한 나라로 들어가리라고 믿는다. 
 
한윤배/신공덕교회 은퇴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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