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직제협의회 오해와 진실> 구교와의 대화 "헌법과 전통에 부합한다"

[ 교계 ]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4년 09월 22일(월) 08:08

 2000년 초반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 천주교가 정기적으로 대화와 만남의 장을 마련해 오다 지난 5월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 창립 총회를 기점으로 공식적인 조직을 완비하고 신앙과 직제에 있어서 개신교와 천주교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모색하고 이를 통해 일치의 가능성을 찾아 가기로 뜻을 모았다.

 세계교회협의회(WCC)의 근간이 되는 '신앙과 직제'(Faith and Order) 위원회에도 로마 가톨릭이 참여해 친교하고 대화하고 있는 만큼 한국 그리스도교가 신앙과 직제협의회 아래 모인 것은 세계교회의 흐름과도 보조를 맞추는 일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이같은 교회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오는 22일 개막하는 본교단 제99회 총회를 앞두고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 직제협의회'를 창립한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과연 가톨릭 교회와 대화하는 것이 마땅하냐는 것으로서 일부에서는 절대로 대화해서는 안된다는 강경론도 있는 형편이다. 과연 개신교와 가톨릭은 대화는 물론이고 만나서도 안되는 상극인가. 본교단의 헌법과 그동안 우리나라 개신교와 가톨릭의 만남의 족적들을 통해 이번 신앙과 직제협의회 창립의 의미와 앞으로의 과제들을 짚어본다.

 △신앙과 직제협의회가 창립되기까지, 어떤 여정을 걸었나
 개신교와 천주교 간의 만남과 대화의 노력은 이미 세계교회 차원에서 진행되는 일이다. 로마 가톨릭은 교황청 교회일치 촉진위원회가, 개신교는 WCC 신앙과 직제위원회가 이 일에 앞장서 왔고 1968년부터 시작한 '그리스도인 일치 공동기도주간'을 통해 매년 한차례 그리스도교가 함께 모여 기도회를 갖는다. 이 기도주간에는 전 세계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한 가지 주제를 정해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면서 일치를 경험한다. 세계교회 차원의 이 같은 만남은 1982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신앙과 직제위원회 회의에서 '세례 성만찬 사역에 관한 문서(BEM 문서)'를 채택하는 결실을 거뒀으며, 이 문서를 바탕으로 리마 예식서가 탄생하기도 했다.

 그리스도교가 함께 모이는 노력은 국내에서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와 정교회 한국대교구를 비롯해서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대화위원회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돼 왔으며, 1986년부터 매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주간 공동기도회'를 갖고 있다. 일치를 향한 노력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2002년에 '그리스도교 일치회의'를 구성해 일치포럼과 신학생 교류 등 만남과 대화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기도 하다.

 특히 앞서 언급한 '그리스도인 일치 공동기도주간 기도회'를 통해서 개신교와 천주교는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오고 있다. 지난 2009년 열린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에서 당시 교회협 회장이던 김삼환 목사(명성교회)와 천주교 서울 대교구 교구장이던 정진석 추기경이 손을 맞잡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 자매임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당시 기도회에서 설교를 전한 김삼환 목사는 "그리스도인은 분열과 갈등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역사를 만들어 나가면서 하나님이 우리를 회복시켜 줄 것을 간구하자"고 선포했다. 올 1월에도 목민교회에서 열린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에는 교회협 회원교단 소속 교회의 교인들과 한국 천주교인들이 모여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임을 확인하는 감격적인 만남을 갖고 한 목소리로 기도한 바 있다.

 이번에 출범한 신앙과 직제협의회는 당장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결실들을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앙과 직제협의회가 지향하는 중요 과제는 개신교와 천주교가 서로를 보다 잘 이해하고 친교하자는 데 있다. 이를 위해 협의회는 '가깝게 사귀고, 함께 공부하며, 함께 행동하고, 함께 기도하자'는 것을 사업의 방향으로 정하면서 만남과 대화에 방점을 찍었다.

 △개신교와 가톨릭, 한 뿌리 공감대 필요하다
 교단 총회를 앞두고 신앙과 직제협의회에 대한 이견이 나오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니다. 그만큼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번 협의회 출범도 교회협과 천주교 지도부 간에 있었던 합의이다보니 향후 대화와 만남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지역교회들이나 교인들의 호응과 관심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한 과제가 남아 있다. 이는 결국 협의회 출범만으로 개신교와 천주교 사이에 만들어진 간극까지 좁히기는 어렵다는 의미로 하나로 향하는 길에 들어섰다는 데 방점을 찍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다름에도 불구하고 개신교와 천주교는 하나의 사도신경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신앙적 유산을 하나로 공유하고 있다. 특히 본교단의 경우 천주교와 개신교의 세례가 다르지 않다는 점을 통해 뿌리가 하나임을 인정하고 있다. 본교단 89회 총회 때 보고서를 제출한 '주기도문, 사도신경 재번역 및 세례연구위원회'는 '천주교 영세 교인에 대한 세례'에 대해 에베소서 4장 5절의 '세례도 하나이요'라는 구절과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조의 '하나의 세례를 믿사오며'를 근거로 천주교회에서 받은 세례를 인정하는 해석을 내렸고 이를 총회에 보고했다. 당시 세례연구위원회는 "교회가 어느 지역에 위치하고 있든, 어느 시대에 살든지 간에, 세례는 오직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베푸는 세례 하나만 있다고 하는 뜻으로서, 보편교회의 표지들 가운데 하나"라면서, "한 걸음 나아가서 이는 정식으로 베풀어진 세례는 한 번으로 족하고 그것이 반복되어서는 안된다는 뜻도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 장로교회는 로마 천주교에서 일단 정식으로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영세를 받은 사람에게 당연히 입교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로마 천주교에서 영세를 받은 사람에게 장로교가 다시 세례를 주는 것은 성경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종교개혁 당시로부터 오늘까지 역사적인 전통으로 내려오는 재세례 반대 입장에 정면으로 거스르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으로써 로마 천주교에서 영세를 받은 이들에게 다시 세례를 주지 않고 입교하게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하고 이를 채택한 바 있다.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