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놓는 교회, 담을 쌓는 교회

[ 연재 ] 프리즘

안교성 목사
2014년 09월 17일(수) 10:24

한국 그리스도교 신앙과직제협의회와 본교단의 사명

우리 신앙에 있어서 교회는 핵심적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단독자로만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의 지체로서 하나님을 믿는다. 이런 맥락에서 칼뱅은 어거스틴을 뒤이어 '교회는 신자의 어머니'라는 교회론을 강조하였다. 이토록 중요한 교회는 본질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존재양식은 의심할 여지없이 명백한데, 바로 '하나됨'이다. 예수님께서는 대제사장기도(요 17장)에서, 교회, 선교, 일치를 하나로 제시하셨다. 선교 없는 교회가 언어도단이듯이 일치 없는 교회와 선교도 마찬가지다.
 
초대교회는 들불처럼 번져나갔지만, 또한 인종, 계급, 성 등의 넘어야 할 장벽이 많았지만, 모든 교회는 서로 하나라는 의식을 가졌다. 즉 단일조직에 앞서 일치의식이 있었다. 이 의식은 니케아 신조에 '하나요 거룩하고 보편적이며 사도적인 교회'로 표현되었다. 이 특성 중 일치와 관련된 것은 절반인데, '단일성'과 '보편성'이다. 교회사를 보면, '거룩성'과 '사도성'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지면서도 '단일성'과 '보편성'에 대해서는 무심한 모습을 목격한다. 그 결과 교회는 분열을 거듭했고, 교회분열이 당연시되었고, 심지어 교회분열을 교회성장의 빌미나 독선의 변명거리로 삼는 경우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마냥 지속될 수는 없었다. 특히 복음이 새로 제시되는 곳에서는 복음에 대한 새이해가 나타났다. 세계선교운동은 선교현장에서 교회분열의 비복음성을 발견하였다. 선교사는 분열된 교회로서는 세계선교의 과업을 완수할 수 없음을, 현지인은 교회분열의 역사를 수용할 이유도 답습할 필요도 없음을 발견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교회일치운동인 에큐메니칼운동은 세계선교운동의 자녀요,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는 제2의 종교개혁운동이라고 부른다.
 
한국교회는 이런 전통 속에서 태어났다. 이것이 한국교회 초기의 자랑스러운 교회일치의 역사이며, 대표적인 예가 4개 장로교선교부의 연합으로 탄생한 단일장로교단인 본교단이다. 본교단은 비록 감리교와의 초교파연합교회를 만들려는 시도는 실패했지만, 초창기부터 국내외 에큐메니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지도력을 발휘해왔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세계교회협의회 부산총회 유치도 본교단이 그동안 에큐메니칼운동에 헌신해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
 
에큐메니칼운동은 크게 세 가지 흐름이 있다. 생각을 모으는 '신앙과직제', 힘을 더하는 '생활과사역', 말씀을 나누는 '전도와세계선교위원회'가 그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일이 녹록치 않았다. 그러나 20세기 초반 이후 세계교회는 이 길을 계속 걸어왔다. 가톨릭교회와 정교회는 역사성에도 불구하고 형제들을 만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종교개혁교회들은 개혁의 가능성이 자기 안은 물론 형제 안에도 일어날 것을 기대하였다. 자생적 교회로 출현한 독립교회들은 하나님의 독특한 역사의 증인으로서, 보편교회와의 교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에큐메니칼운동, 특히 '신앙과직제'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우리는 아직 하나가 아니라는 사실, 그러나 교회는 하나라는 믿음, 하나가 되기 위하여 과거와 현재를 극복하는 사랑,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소망 등에 대하여 상기시킨다. 다시 말해, 교회일치운동은 인간의 일에 앞서 하나님의 일이다. 즉 이것은 인간의 과제(aufgabe) 이전에 하나님의 은사(gabe)이며, 인간의 사명(mission) 이전에 하나님의 위탁(commission)이다.
 
가야 할 길이 멀고 의미 있을수록, 도중의 유혹과 회의가 많은 법. '신앙과직제'가 형제를 알아가며 천국의 완전한 일치를 미리 맛보는 노력이라는 점을 왜곡시키며, 행여 손 내미는 형제들의 따귀를 때리는 일은 없어야겠다. 세상에 담을 쌓는 사람은 많지만 다리를 놓는 사람은 적다. 그런데 우리 교단은 한국의 모든 교파와 만남이 가능한 교단이라고 한다. 세상에, 아니 먼저 교회 간에 다리를 놓는 일이야말로 우리 교단의 존재이유이다.

안교성 목사
장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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