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인 제게도 문제가 있는걸까요?

[ 상담Q&A ] 상담 Q&A

김경 교수
2014년 09월 03일(수) 11:48

Q. 저는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둘째 아이(9세)의 유분증이 점점 심해져 걱정입니다. 변이 뭍은 바지를 아이에게 직접 빨게 하고, 혼을 내기도 하고, 때리기도 하고, 때론 남편도 저와 합세해 혼을 내어도 나아지질 않습니다. 요즈음은 남편을 닮은 이 아이의 우유부단함과 소심함을 보면 참을 수 없이 감정이 치밀어 올라 막대하게 되어 저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우선 아이에 대한 통제하지 못하는 감정적 반응을 인식한 것이 매우 다행입니다. 자신과 부부관계, 그리고 가족원들이 이 둘째 아이의 증상을 발전시키는 데 어떤 역할을 해 왔는지를 더욱 구체적으로 통찰하면 치유를 위한 놀라운 지혜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둘째 아이의 증상은 가족의 관계 게임에서 생겨났을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가족이나 집단에서 문제행동을 나타내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 안에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생각하고 해결을 위해 그 사람에게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문제가 유분증이든, 인터넷 중독이든, 왕따 행동이든, 문제를 지닌 당사자를 비난하고, 돌발적으로 대하고, 심지어 가족원들과 연합하여 공격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당사자에게 집중하면 할수록 문제는 점점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때로는 그 증상이 일시적으로 없어졌다가 다시 생기기도 합니다. 때로는 그 증상은 없어졌는데 다른 유형의 증상이 동일인에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이 아이에게서는 증상이 없어졌는데 다른 아이에게 다른 형태의 문제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유분증과 같은 증상이 발전되는 것은 반드시 그 아이 안에 원인이 있기 보다는 아이가 속해 있는 가족이나, 학교, 집단 등의 사회적 환경, 즉 체계(system)의 역기능으로 인한 것일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유분증은 부모의 과도한 통제에 대해 말로 반항할 수 없을 때 아이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법입니다. 과도한 과외활동을 하게 하거나, 부부간의 심한 갈등에서 축적되어 있는 분노 등을 아이에게 무의식중에 투사하거나,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에 대한 반항의 표시로 아이가 선택한 것이 유분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므로 가족은 체계로서 이 아이에게 보다 낳은 정서적, 관계적 환경을 제공해 줌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 이경남차장/knlee@pckworld.com

 
구체적인 방안으로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 아이를 문제아로 지목하지 말고, 가족원 모두가 아이의 증상발달에 어떻게 기여 해 왔는지를 깨닫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축적된 부부갈등이 무의식중에 아이에게 투사되지 않도록, 그래서 아이가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부부갈등을 다루는 상담 및 가족 전체가 치료적 과정에 책임감을 가질 것을 제안합니다. 둘째, 아이가 자신의 발달적 과정의 필요들을 말로 표현하고, 감정을 안전하게 표출하고, 원하는 것을 두려움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 주십시오. 그러면 아이가 유분증을 통해 반항할 필요가 점점 없어질 것입니다. 기독교의 '환대'의 개념을 이 아이와의 관계에서 적용해 보십시오. 상대방을 변화시키려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변화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해 주는 가족의 노력이 근본적 해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김경 교수/서울여대 목회상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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