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스런 밥 한끼로 어르신들께 사랑 전해요"

[ 우리교회 ] 경주중앙교회, 매주 수요일 300명 어르신들께 밥차 봉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8월 29일(금) 16:23
   
 

【경주=표현모 차장】 지난 6월 경주. 황성공원에는 수백명의 노인들이 모여 있었다. 경주중앙교회(오세동 목사 시무)의 빨간 밥차 무료급식날이기 때문이다. 아니 여기서는 무료급식 같은 단어도 왠만해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경주중앙교회의 교인들은 수요일을 지역의 노인들에게 정성스럽게 따뜻한 밥 한끼를 대접해드리는 날로 생각하고 있다.
 
이날 경주중앙교회의 교인들이 모셔야 할 어르신들의 숫자는 330여 명. 식사를 대접해드려야 할 노인들의 수가 예상보다 많아도 봉사자들은 허둥대지 않는다. 옆에서 본 봉사자들의 모습은 가히 '프로페셔널'이라 할 만했다. 목소리를 높이는 일도 없다. 곳곳에 배치된 성도들이 밥과 국이 더 와야 하는지, 아니면 그만 와도 되는지 수신호를 보내면 대기하고 있던 교인들은 일사분란하게 신호를 따른다.
 
매주 수요일 이곳으로 식사를 하러 온다는 한 할머니는 "이곳 밥과 반찬이 너무 맛있다"며 "가장 좋은 점은 내가 얻어 먹는다는 느낌보다 자식들에게 대접받는 느낌을 받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곳에 식사를 하러 오는 노인들은 다른 급식소에서 처럼 줄을 서서 밥과 반찬을 받지 않는다. 그저 그늘막에 다른 노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으면 교인들이 음식을 식판에 담아 식탁 앞에 놓아준다. 물론 따뜻하고 친절한 미소와 함께. 교인들은 노인들에게 안부를 묻고, 몇 주 안보이다가 찾아오는 노인을 만나면 안부를 묻기도 한다. 
 
담임 오세동 목사도 식판을 나르며 노인들에게 담소를 건넨다. 물론 대부분의 노인들은 이 사람이 교회 목사인 것을 알리가 없다. 그렇다고 오 목사도 궂이 티를 내려고 하지는 않는다. 오 목사는 "식사 봉사를 시작하면서 우리는 몇 가지 원칙을 세웠는데 그 중 하나가 절대 교회 나오라고 이야기 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사회 봉사가 전도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며, 우리는 그저 우리가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나눌 뿐이라는 생각으로 이 일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오 목사는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 많기 때문에 교인들이 음식을 식판에 담아 앉아있는 노인들에게 전달하는데 이는 봉사를 통해 노인들이 대접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며 "봉사를 진행해보니 경주중앙교회는 역시 저력있는 교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식사봉사를 처음 시작할 때는 교인들 45명 정도가 자원봉사를 시작했는데 지금은 60명을 넘어설 정도로 교인들의 참여율이 높다. 심지어는 안 믿는 분들도 식사를 한 후 고맙다는 마음을 표현하며 봉사에 참여하는 이들도 있다. '밥값'이라고 봉사자의 손에 꼬깃꼬깃 접은 천원 짜리를 손에 쥐어주는 어르신도 있다고.
 
무료급식을 위해서는 봉사에 참여한 모든 교인들이 수고를 하지만 특별히 더운 여름에도 더운 불 앞에서 조리를 하고 있는 주방팀의 수고가 가장 크다. 주방팀장인 정명희 권사는 "주방팀의 일은 당일 보다 전날 더 많다"며 "미리 장을 본 후 나물을 다듬고, 생선도 손질하고, 고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팀장 추수경 권사는 "어르신들 점심 드시는 모습을 보면 보람되고, 즐거운 모습으로 봉사하시는 성도들을 봐도 감사하고, 어르신들로부터 감사 인사를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며 "식사를 마치신 후 '집에 있으면 따뜻한 밥 한끼 못 먹는데 뜨거운 밥 줘서 고맙다, 꿀맛이다'라고 칭찬하시면 피곤이 싹 가신다"고 말했다.
 
경주중앙교회가 무료급식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장유대성교회가 매주 밥차에 운전기사까지 지원을 해주기 때문이다. 장유대성교회에서는 이전에 부목사로 섬겼던 오세동 목사가 급식봉사를 위한 밥차를 지원해 줄 것을 요청하자 매주 조건없이 지원을 해주고 있다.
 
경주중앙교회는 식사봉사를 전도 동력화할 생각이 전혀 없었지만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효과로 전도의 열매는 부지불식간에 영글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교회가 매년 진행하는 새생명사랑축제가 지난 6월 8일 열렸는데 새신자가 500명이 넘게 온 것. 평소대로라면 100명도 모이기 힘들었다고 한다. 교인들이 봉사를 통해 전도에 대한 자신감도 회복하고, 지역 사회에 좋은 인상을 꾸준히 심어놓았기 때문이다.
 
경주중앙교회는 최근 또 하나의 기도제목이 생겼다. 바로 성전 건축이다. 현재 교회는 빠른 시일 내에 시공사를 선정해 내년 7월 완공 및 입당예배를 드리는 것을 목표로 전교인들이 함께 기도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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