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하나님의 것이라 경이롭다

[ 4인4색칼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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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26일(화) 14:32

이예랑
국악방송 MCㆍ동안교회

 
동갑내기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동갑내기 그녀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됐다. 만석고에 박쥐가 날아들 정도인 유지의 철부지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부족함 없이 유복하게 자랐다.

그러던 그는 그녀를 보며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몸으로 힘겹게 열 식구를 부양하면서도 지극한 효성으로 부모님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에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 존경심까지 느끼게 됐다.

그는 결심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여자와 결혼을 하겠노라고. 매일 같이 그녀를 찾아가 사랑을 고백했고 찾아가기 전에는 반드시 양말까지도 새 양말로 갈아 신을 정도로 정성을 다하며 그녀가 일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마냥 철부지였던 막내아들이 좋아하는 여성이 있다며 철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이자, 남자 집안에서는 도대체 누구를 만나서 저렇게 사람이 되어 가느냐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자신에게 시집 올 때 가져오라며 최신형 냉장고, 세탁기, 전화기 등 여자는 꿈도 못 꿔볼 선물을 보냈다. 그녀가 자존심 상하지 않도록 명절이나 생일 등 기념일에 그런 큰 선물을 보냈다. 사업을 하던 그는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돈을 벌어서 즐거운 것이 아니라 돈을 벌면 그녀에게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기쁨이 생겼다. 큰 목돈이 생기는 날은 어김없이 돈뭉치를 신문지에 말아 그녀에게 곧장 달려갔다. 그녀는 그의 사랑을 받아 들이는 것 조차도 벅찰 만큼 먹고 살아가는 길이 치열했다. 그녀의 우선 순위는 무조건 부양하고 있는 식구들이었기 때문이다.

동생들 학비 낼 날짜만 세가며 청춘을 보냈던 터라, 그런 그녀를 대단하고 귀한 여성이라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며 그는 그녀 몰래 동생 학비를 내놓기도 했다. 보통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만을 보고 다가왔던 남성들은 그녀의 그런 처지를 보면 부담스럽게 느끼기 마련이었는데 그는 달랐다. 그는 '나와 동갑인데 어떻게 이 여자는 이렇게 큰 짐을 혼자 감당하고 있을까' 생각하며 "당신 이제 고생 다 끝났어요"라고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업 현장에 새 기계가 들어와 그는 젊은 사장으로서 기계 점검차 회사를 방문했다. 겨울 끝자락이라 앵클 부츠를 멋들어지게 신고 새 기계를 툭툭 치게 되었는데 그만 그 돌아가는 기계 속으로 몸이 빨려 들어가 버렸다.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사고라서 그 현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됐다. 그때 그의 나이는 28세였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그때의 상황을 떠올려보아도 이렇듯 눈물이 앞을 가리는데 아마도 처참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병원으로 옮겨져 의식을 잃기 직전 그는 그녀의 이름을 나직하게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달려왔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그녀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살점이 떨어져 나간 그를 보며 모든 사람들은 그녀에게 한번 울고 두 번 울지 말라며 헤어질 것을 당부했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도 아니었고, 남자가 좋아해서 쫓아다닌 사이였는데 지금 저런 의식 불명이 된 남자인데 정에 이끌리면 안된다고들 충고했다.

과연 이 남녀의 사랑은 이뤄졌을까? 한 편의 드라마같은 이 이야기는 필자 부모님의 러브스토리다. 또한 필자가 세상에 태어나게 된 이야기다. 한 생명이 이땅에 태어나기까지는 누구에게나 경이로운 과정이 있다. 청탁받은 총 6편의 글 서두에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모든 일이 하나님의 경이로운 계획 가운데 있음을 말하고 싶어서다. 다음회에도 계속되겠지만 우리의 부모, 자녀가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고 그들을 통해 경이로움이 이어진다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매일 그 분이 준비하신 것들을 맛보며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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