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위해 땅끝 주방에 섰다"

[ 문화 ] MBA 출신 컨설턴트서 셰프로 변신, 마창선 선교사 이야기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4년 08월 26일(화) 11:47
   
 

과거에는 사람들이 인정하는 MBA출신 컨설턴트였던 한 남자.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 신발 브랜드 컨버스 패션 브랜드 엘록 코오롱 스포츠 등등 수많은 브랜드들을 성공적으로 론칭하며 승승장구하던 한 남자가 지금은 말레이시아의 작은 카페에서 '밥짓는 남자'로 살아가고 있다.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마창선 선교사. 그는 "복음을 위해 주방에 섰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셰프'(생명의말씀사)의 저자 마창선 선교사는 복음 선포가 불법인 말레이시아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청년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다.

"나의 직업은 셰프지만 내 역할은 선교사"라고 소개한 마 선교사는 "이 공간을 통해 대학생들과 거부감 없이 만날 수 있다. 그들에게 나는 그저 한국에서 온 '마 셰프' 일뿐이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 먼저 만남이 이뤄져야 일어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페 공간은 복음의 첫 물꼬를 틀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소개했다.

우리가 소위 '땅끝'이라고 불리는 곳은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 특히 복음선포가 불법인 중동 및 이슬람 지역을 뜻한다. 이 곳은 선교사 활동 금지 지역으로 오늘날 이런 국가나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71억 세계 인구 중 22억이나 된다.

이처럼 선교활동이 거부된 지역을 '접근 제한 지역'이라고 하는데, 최근에는 '창의적 접근 지역(Creative Access Nation)', 줄여서 '캔(CAN)'으로 부른다. 마 선교사는 "창의적 접근 지역이라고 불리는 곳에서는 직접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어렵다. 이런 곳에서는 전통적인 선교 방법이 아닌 '창조선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창조적 방식으로 선교를 한다는 것은 주로 선교지에서 비즈니스와 문화 학술 등을 통해 일종의 위장된 신분으로 선교하는 것을 뜻하는데 이 가운데 마 선교사는 한류 문화를 통한 '비즈니스 선교'를 시도하고 있다.

그는 주방장이라는 신분으로 '다리 카페 1호점'을 열고 커뮤니티 센터와 기숙사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평소에는 다른 곳과 다름없는 평범한 카페지만 전도집회를 열기도 하고 전도지를 전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든 선교지는 광야다. 40도가 넘는 주방에서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조리해야 하고 아내가 고된 사역 속에서 여러가지 질병으로 시달려야 하며 아이들이 넘어져 이빨이 여러개 부러져도 본인은 아파서는 안된다.

교회와 선교사들에게 "복음을 위해 주방에 섰다"고 하면 사업한다고 오해하고 사업가들은 수익도 안나는데 왜 그러느냐고 수군댄다. 육체적으로 힘이 들어도 제대로 된 이해나 평가를 받지도 못한다. 가끔은 고독함도 느낀다. 허탈하기도 하고 지적 갈증도 느낀다. "나는 비즈니스 맨인가. 주방장인가 컨설턴트인가 선교사인가"

안식년을 맞아 1년 동안 한국에 머무르고 있는 그는 "강의하고 글쓰고 컨설팅을 하는 게 너무 좋다. 인간적인 생각으로는 말레이시아로 다시 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다"고 장난섞인 농을 던졌다. 그러나 이내 여전히 교회를 건축하고 목회를 해야만 선교를 한다고 생각하는 교회의 사고방식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실제로 다리 카페 2대 셰프로 내정된 한 목회자가 파송된 교회에서 지원이 끊겼다. 교회 목회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마 선교사는 "이곳에서는 목사가 살 수가 없다. 교회를 건축할 수 없는 나라다. 목사들은 학력을 숨기고 고졸로 살아가야 한다. 이런 곳에서 전통적인 선교방식만 고집해서는 복음을 전할 수가 없다"고 피력했다.

그래서 그는 주변에서 신학에 대한 권유를 많이 받지만 기회가 된다면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싶다고 한다. 보다 전문성 있는 위치에서 비지니스 관계자와 네트워크를 통해 복음을 전하고 싶은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나의 과거의 경험과 지금의 전문성,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경험해온 6년의 시간을 통해 하나님께서 복음의 새로운 통로를 내실 것을 믿는다"는 마 선교사는 "이 책은 선교에 헌신했더니 하나님이 성공으로 갚아 주시더라는 내용이 아니다. 해피엔딩을 장담할 수 없는 이야기다. 이 책은 복음을 위해 실패를 무릅쓸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며 그런 도전에 관한 이야기다"라고 거듭 강조하며 "하지만 이곳엔 여전히 인적물적 재원이 필요하며 같은 뜻을 품은 동역자를 기다린다"고 덧붙였다.

그는 안식년을 맞아 1년 동안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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