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신학 ②

[ 목회·신학 ] 현대신학산책

박만 교수
2014년 08월 25일(월) 18:59

호트 :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진화의 사실성 여부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지만 전문생물학자들은 진화를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실상 화석자료, 생물 지리학적 분포, 비교 해부학, 지질학, 발생학, 방사성 연대 측정법, 최근의 유전적 시간표 연구 등이 모두 진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윈의 진화이론은 한 때 가설(hypothesis)이었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론(theory)이 되었고 이제는 견고한 원리(principle)가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여전히 진화론과 그 신학적 의미에 제대로 된 관심을 보이고 있지 않는데 저는 이런 태도가 어서 극복되어 교회가 다윈 이론이 가지는 신학적 의미를 진지하게 탐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의 경험으로는 기독교 신앙과 진화 현상은 서로 잘 어울릴 뿐 아니라 이를 통해 기독교 신앙은 더 풍요하게 될 수 있습니다.

필자 : 하지만 진화가 일어나는 것을 직접 관찰한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호트 : 진화과학에 의하면 새로운 종은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지질학적 격리나 부모 개체군에서의 점진적인 유전적 이동을 통해 조상들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갈라지면서 등장합니다. 이런 과정을 흔히 종분화(speciation)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는 데는 짧게는 수 만 년 길게는 수백 만 년이란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없고 오직 여러가지 간접 자료들로서만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이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진화론이 입증되지 않은 가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자연 현상들 중에는 긴 기간에 걸친 엄밀한 관찰에 의해서만 진위여부를 말할 수 있는 것들이 있고 진화 현상 역시 여기에 속합니다.

실제로 그 누구도 하와이 섬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목격하지 못했지만 그 섬들이 수백만 년에 걸친 화산활동으로 생겼음을 별로 의심하지 않습니다. 빅뱅(대폭발) 역시 누구도 직접 보지 못했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빅뱅이론을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진화론도 마찬가지로 우리가 종분화를 직접 관찰하지 못했다고 해서 결코 약화되지 않습니다. 현재 이용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자료로부터 그 내용을 실제로 추론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 : 우리가 진화 현상을 깊이 연구한 생물학자들이 아니기 때문에 그것이 사실이냐의 여부에서 이미 우리의 논의가 막히게 됩니다. 어쨌든 이 자리에 계신 두 분은 모두 진화를 경험적 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그것이 가지는 신학적 의미를 탐구하고 계신데요. 그럼 진화가 사실이라면 성경이 말하는 창조 이야기와는 모순되지 않을까요?

샤르댕
: 성경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비롯한 천지 만물의 창조주임을 분명히 합니다. 그런데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는 하나님이 창조주시며 인간을 비롯한 모든 만물은 하나님의 피조물임을 선포하고 고백하는 이야기이지 창조의 구체적인 방법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진화라는 방법을 통해서 만물을 만드셨다고도 볼 수 있는 것이지요.

실제로 기독교 전통에는 하나님의 창조를 완결된 창조라기보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창조로 말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곧 창조-진화 논쟁에 있어서는 성경을 문자주의적으로 읽는 유신론적 창조론과 무신론적이고 유물론적인 진화론 외에도 하나님의 존재하심을 고백하면서 그 분이 모든 진화의 시발점이자 궁극적 완성임을 말하는 유신론적 진화론도 신학적으로 가능합니다. 실상 유신론적 진화론이야 말로 기독교 신앙 전통을 존중함과 동시에 오늘날의 주류 생물학의 발견과도 함께 길을 갈 수 있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만 교수 /  부산장신대ㆍ조직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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