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법칙과 적폐(積弊)

[ 기고 ] 군부대 폭력 종식을 위하여

서광욱 목사 skw1821@daum.net
2014년 08월 20일(수) 10:54

 
1931년 허버트 하인리히(Herbert W. Heinrich)는 자신의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이라는 책에서, 흔히 말하는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이라는 통계적 가설을 소개한다. 당시 그는 미국의 트래블러스 보험사라는 회사의 엔지니어링 및 손실통제 부서에 근무하고 있었다. 업무 성격상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던 그는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하나의 통계적 가설을 제시한다. 그것은 바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하인리히 법칙, 즉 1:29:300법칙이 나온다.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으로,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을 통계적으로 입증하였다.
 
다시 말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그리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폐단이 되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하인리히 법칙'은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더 큰 대형사고를 방지할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경고한다.
 
지금 28사단 윤 일병 사망사건으로 국민적 분노가 들끊고 있다. 상상을 초월하는 잔인한 집단폭력이 우발적 사고가 아니라 의도적이고 반복적으로 자행되었다는 사실 앞에 군에서 25년동안 군종목사의 신분을 유지했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과 좌절감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25년 동안 군은 구타와 가혹행위 등 고질적인 군내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군이 부단한 자기개혁을 통해 구타 및 가혹행위 등 악습을 근절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가혹행위가 근절되기는커녕 오히려 음성화 되어 가고 무서운 폭력성이 장병들의 내면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실체를 마주하면서 우리 모두는 놀라뿐이다.

이런 것이 '적폐'(積弊)가 아닌가? 적폐는 '오래 쌓인 폐단'을 의미한다. 오랜 기간 쌓인 폐단은 단기간의 노력으로 그 뿌리를 쉽게 뽑을 수 없다. 이번 28사단 윤일병 사망사건도 어찌보면 '적폐'(積弊)가 빚어낸 더 큰 사고의 경고성 징후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그동안 군대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안고 있던 비정상적인 적폐들이 그 민낯을 드러냈다고도 보여진다. 이제 남은 일은 과거부터 지속되어 온 뿌리 깊은 적폐(積弊)를 반드시 발본색원하는 일이다. 더 이상 방치하면 더 큰 화(禍)를 불러 올 것 같다. 구약 노아의 시대를 보라. 노아의 시대는 죄악이 관영한 시대였다. 그리고 오랜 기간 죄악이 쌓이고 쌓여 마침내 심판의 대상이 되지 않았는가?

지금은 출혈과 통증이 있더라도 비정상적인 적폐를 도려내는 용기와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서광욱 목사/총회군농어촌선교부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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