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의 손부터 잡자

[ 기자수첩 ]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4년 08월 19일(화) 11:46

지난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 간의 일정을 마치고 돌아갔다.

그가 보여준 '약자를 위한 행보'를 통해 가톨릭 교리의 옳고 그름을 떠나 크리스찬으로서 '우는 자와 함께 우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지난 4월 16일 이후 일상을 잃어버린 세월호 유가족들은 교황의 각별한 애정에 "힘들 때 손을 잡아주어 고맙다"며 눈물을 흘렸다. 자식을 떠나보내고 너무나 오래 기다렸던 위로를 로마의 '교황'을 통해 받아야 하는 것이 안타깝지만 누구도 하지 못한 '쉬운 말', "희생자들의 아픔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겠다"는 말을 대신 해주어서 고맙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목숨을 걸고 단식 중인 '유민이 아빠' 김영오 씨에게는 청와대 경호원까지 저지하며 두 손을 잡아주었고 떠나는 순간까지 아직도 찾지 못한 10명의 실종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기도했다.

사소하게는 교황 전용기가 아닌 전세기로 한국을 찾은 점도, 전용 방탄차 대신 국산 준중형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헬기가 아닌 KTX를 타는 모습까지도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가진자'의 여유를 통해 이 시대의 약자를 너무 오랫동안 잊고 지낸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우리의 목사님들이 그들의 손을 잡아주지 못하는 것은 얼마나 바쁜 탓일까?

사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정의, 평화는 그동안 한국교회가 끊임없이 외치던 울부짖음이다. 이를 위해 목회자들은 지난 일을 반성하고 회개하겠다며 무릎을 꿇기도 했고 추모기도회를 열며 유족들을 위로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눈물을 흘리기 보다 소외된 이웃들의 손을 먼저 잡고 희망을 전하는 교회가 됐으면 좋겠다.

이 와중에도 교황 방한을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은 반대 집회를 열었다.

'가톨릭과 교황의 정체'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회는 지금 교황이 보여준 진정한 섬김과 나눔부터 먼저 생각해 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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