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일 장애인 교류를 위한 섬김

[ 땅끝에서온편지 ] 땅끝에서온편지/일본선교사 김병호 목사(7)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4년 08월 19일(화) 11:20

일본선교사로서 또 하나의 사역이 있다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일본기독교협의회(NCCJ)가 공동으로 2년에 한 번씩 상호 나라를 방문하여 실시하고 있는 프로그램 '한ㆍ일 장애인 교류 세미나'의 섬김이다. 이 모임은 1990년대에 한국 NCC 장애인위원회에서 일본을 한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계속 이어지지 못하다가, 2002년 일본NCC 장애인 위원회 에서 한국을 방문하여 한국NCC와 합동으로 교류 세미나를 가진 것을 제1회로 시작하여 제7회를 지난 2014년4월에 제주도에서 가졌다.
 
필자의 오랜 친구 목사로서 지체장애인이 있어, 부산에서 장애인 교회를 설립하여 장애인 선교에 앞장 서고 있는데 그 당시 일본의 장애인 편의 시설과 장애인 자립을 위한 재활 시설 등을 둘러보기 위하여 동료 장애인들과 함께 몇 차례 일본을 방문해 온 것도 이 프로그램을 섬기게 된 또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50명 정도 모이는 '한ㆍ일 장애인 교류 세미나'의 주요 프로그램은, 설정 된 주제에 맞추어서 주제강연을 듣고, 발제는 총 4명으로, 각 나라에서 2명씩 하는데 1명은 장애인으로서의 신앙적 경험 및 간증을, 또 1명은 장애인 단체 혹은 장애인 시설을 운영하는 실례를 발제하고, 그후 장애별로 나누어서 분과토의와 전체토의로 진행되며 폐회후에는 그 나라의 장애인 시설 방문을 한다.
 
14년 동안 일곱 번의 교류프로그램을 계획, 추진, 번역, 통역, 진행을 하면서 경험한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일본 참가자의 장애 종류는 지체, 시각 청각 장애인 등 다양하게 참가하는 반면, 한국 참가자는 청각 장애인의 참가가 적은 편이다. 그것은 NCC 장애인 위원회에서의 활동에서도 청각 장애인의 참여도가 낮다고 한다. 그것은 수화 통역자가 부족한 이유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일본측은 청각 장애인이 2-3명만 참가해도 수화 통역 도우미가 4명 이상 동행하면서 교대로 도우고 있다.
 
특기할 것은, 한일 양국에서 청각장애인들이 참석했을 때에 수화 통역자들의 수고는 정말 대단한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어로 강연을 하면 한국어 수화 통역자가 수화 통역을 하게되고, 그와 동시에 한국어를 일본어로 동시 통역을 하면 그 통역을 들은 일본어 수화 통역자가 일본어 수화 통역을 하게 된다. 어떤 때에는 일본의 청각장애인이 순서를 맡아 수화로 강연을 했는데, 그 수화를 일본어 음성으로 통역을 하면 그것을 듣고 한국어로 통역을 하면 그 통역을 들은 한국어 수화 통역자가 한국어 수화 통역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많은 시간을 요하는 한편의 작품을 만드는 것 같은 큰 감동이 있었다.
 
한일 양국의 언어가 다른 것 처럼 수화도 다르지만, 닮은 동작이 몇 가지가 있어서 청각 장애인들끼리는 중간에 통역 없이 닮은 수화 몇 가지를 가지고 의사를 주고 받고 하는 모습을 보았다. 마치 우리가 영어 단어 몇 개만 알아도 손짓 발짓 하면서 미국인과 의사 소통을 하는것과 같이 그들은 재미있게 그네들의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곤 하였다. 그럴때는 수화를 모르는 이들이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였다.
 
둘째, 일본 참가자는 교역자 보다는 신도의 참여가 많다. 교역자의 참여도는 20%도 안되지만, 한국 참가자의 대부분은 교역자들이다. 장애인교회 목회자, 시설 운영자, 교단의 장애인 담당자 등 참가자의 90%이상이 교역자라는 사실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신도들이 많이 참석했으면 한다.
 
셋째, 일본측 주제강사는 행사가 끝날때 까지 참석한다. 분단토의에 들어가기도 하고 전체토의 시간에도 참석하여 보충 설명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측 주제강사 등은 자기가 맡은 시간에만 와서 강의하고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넷째, 일본 참가자는 장애인을 신앙적(신학적) 관점으로, 당연히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접근을 하는 반면, 한국 참가자는 선교적 대상의 관점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국NCC측에서는 이 모임의 타이틀을 '한ㆍ일 장애인 선교대회'로 하자고 주장하기도 하였다.
 
다섯째, 일본 참가자들은 '장애인과 함께 혹은 더불어'라는 생각이 강한 반면 한국 참가자들은 '장애인을 위하여'라는 생각이 강하다. '함께'와 '위하여,더불어'는 장애인을 접근하는 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교회는 장애인들만 모이는 교회가 없다. 한국에 장애인들만 모이는 교회가 있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한다. 하나님의 교회는 건강한 자, 장애를 가진자, 배운자 못배운자, 빈부 차이 없이 다양한 무리들이 함께 모여 서로 도우는 신앙 공동체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의 교회에 장애인 한 두명이 있다면 함께 도우면서 아름다운 하나님의 교회를 만들어 간다는 생각이고, 한국교회는 효과적인 전도를 위해서 장애 종류별로 모이는 교회를 만들었다고 좋게 이야기 하지만 이것은 장애인에 대한 뿌리깊은 차별에서 온 것이며 장애인을 위하여 라고 말하지만, 한 두 명의 지체장애인을 위하여 엘리베이터 설치를 해야 하고, 한 두 명의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점자 성경, 찬송가를 비치한다는 것도 귀찮을 뿐이다.
 
근년에 와서 한국사회와 한국교회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시설면에서도 많이 좋아지고 장애인 차별 금지법이 만들어지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을 대하는 모든 부분에서 좋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것 뿐이고 아직도 관념적으로 장애인을 멸시하고 소외하고 차별하고 있는 것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사회는 그렇지만 우리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가지고 약자를 도우고 섬기며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8회 '한ㆍ일 장애인 교류 세미나'는 2016년에 일본 북해도에서 가진다고 계획하는데 더 나아지는 기대를 가져본다.

일본선교사 김병호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