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필사본 전시회를 보고

[ 기고 ] 독자투고

박옥배 장로
2014년 08월 12일(화) 16:13

 
필자가 섬기는 방송국에서 주최하고 있는 '한국교회 성경필사본 전시회'가 이달 말까지 연장전시에 들어갔다. 지난 6월 23일 개막 이후 현재까지 2만 명의 찾는 이들이 찾았고, 최근엔 날마다 500~1000여 명에 이를 만큼 관심이 뜨겁다. 이 전시회는 위기의 한국교회에 '성경말씀으로 돌아가자'는 운동이요, 후손들에게 '믿음의 유산'을 물려주는 운동이 되고 있다.
 
이른바 현대판 서기관들이라고 할 수 있는 318명이 쓴 성경필사본에는 318가지의 간증이 있다. 가족구원의 염원을 담은 필사성경이 눈에 띈다. 남편과 사별한 뒤 홀로 외아들을 키운 어느 권사님은 서른 살이 된 아들마저 불의의 사고로 잃는 아픔을 겪는다. 재혼하지 않은 채 시어머니를 공양하는 며느리와 손자의 영혼구원을 위해 필사한 성경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또 병상에서 주님을 영접한 남편이 '퇴원하면 교회에 같이 다니자'는 굳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별세하자 남편을 생각하며 쓴 부인의 성경은 망부가가 되었다.
 
자녀에게 신앙의 유산을 물려주기 위해 쓴 성경이 단연 많다. 직장생활하면서도 입대한 아들을 위해 매일 밤 3시간씩 필사해 제대 선물로 준 어머니의 성경, 그 아들은 이 성경을 가보 1호로 명명했다. 성경공부하다 한글과 숫자를 깨우치고 쓴 성경에는 37살에 홀로 돼 4남매를 신앙으로 키운 어머니의 눈물겨운 고백이 담겨있다. 아들 목사안수 때 선물한 어머니의 필사성경과 두 아들에게 신앙의 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어머니가 정성을 다해 쓴 두 권의 성경에는 진한 모성 너머 기도와 눈물이 엿보인다.
 
이 뿐인가?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을 생각하며 아픈 마음을 추스린 어머니의 성경과 만성신부전증을 앓는 24살 여자청년이 이면지에 쓴 성경에서는 여호와 라파, 치유의 하나님이 임하시고, 돋보기로 봐도 읽기 어려울 만큼 작게 쓴 청각장애인의 성경필사, 그것도 자그마치 열 번의 필사라는 사실에 놀라움을 넘어 기적이 아닐 수 없다. 폐암 선고를 받았다가 치유 받고 쓴 어느 장로님의 성경이 눈길을 끈다.
 
아버지가 쓴 필사성경도 애잔한 감동을 준다. 낡은 입출항 일지 노트에 쓴 성경을 시집가는 딸의 결혼 선물로 줬던 아버지의 성경, 사위가 잘 보존해 오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해 장인을 감동케 했다. 50세에 목회를 시작했던 목사님이 입퇴원을 반복하며 틈틈이 쓴 성경, 이제는 고인의 유품으로 딸에게 남아 있다.
 
대를 잇는 필사성경도 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써준 한글성경과 편지, 그 아들은 딸에게 영어성경과 편지를 써주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생전에 보시던 성경을 옆에 놓고 샤프펜슬로 한 자 한 자 옮겨 쓴 며느리의 효심 깊은 성경에는 대를 잇는 신앙이 스며있다. 한 가족 4대가 함께 써서 만든 가보성경에는 대를 잇는 믿음의 계보가 또렷하다.
 
세계에서 단 하나 밖에 없는 성경을 쓴 이들은 모두 한 목소리로 고백한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119:105)
 
박옥배 장로(광주제일교회ㆍCBS 선교협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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