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바닥 인생을 사는 것 같아 절망스럽습니다

[ 상담Q&A ] 상담Q&A

이상억 교수
2014년 08월 12일(화) 15:05

Q.저는 인생의 실패자이며 낙오자입니다. 하는 일마다 실패입니다. 교회에 다니면 복을 받는다고 해서 교회도 열심히 다녔지만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알량한 몸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밑바닥 인생을 사는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


A.옷에 흙이 묻어 더럽다고 털어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 역시 흙인 주제에 별걸 다 더럽다고 털어내려 한다 싶었습니다. 죽어 흙이 될 생각 말고 살아 흙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래서 더러우면 더러운 대로 살아야겠습니다. 훗날 그 더러움이 또 다른 열매를 탐스럽게 맺게 할 양분이 될 거라 믿으며 말입니다. 이런 삶과 저런 아픔이 모여 있기에 고약한 냄새도 나지만 누군가를 넉넉히 살리는 좋은 흙이길 소망합니다. 이 아무개라고 불리길 원하는 이현주 목사님의 시를 소개합니다. 
 
   
▲ 이경남차장 knlee@pckworld.com
너는 흙이니 흙으로 살아라/죽어서 흙 될 생각 말고/살아서 너는 흙으로 살아라/온갖 썩는 것 더러운 것/말없이 품 열고 받아들여/오래 견디는 참 사랑/모든 것 삭이는 세월에 묻었다가/온갖 좋은 것 살아있는 것/여린 싹으로 토해내어/마침내 열매 맺히도록/다시 말없이 버텨주는 흙으로/ 흙으로 살아라 너는 흙이니/오오, 거룩한 흙으로 살아라
 
저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구분하는 사람입니다. 성공 경험을 많이 하게 되면 사람은 자신감을 갖게 됩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은 또 다른 성공을 불러오는 좋은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만, 행여 실패하게 되면 한없이 절망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공과 실패와 상관없는 자존감이 필요한 것입니다. 자존감은 성패에 잇댄 결과 지향이 아닙니다. 성공이든 실패든 삶의 과정이라 여기고 '그럼에도 살아내자!'는 삶에 대한 확신을 일컫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양육하실 때에도 자신감을 고취시키는 교육보다는 자존감을 형성시키는 가르침이 필요한 것입니다. 단순히 결과만을 가지고 칭찬하거나 혼내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보고 훈육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결과가 참 궁금한 인생들 아니겠습니까? 결과만 좋다면 영혼이라도 팔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도님,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내 맘에 쏙 드는 결과 중심의 삶을 내려놓자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행여 결과가 그리 유쾌하지 않더라도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을 바라보며 살겠다는 결심이 있어야겠습니다. 물론 건강, 물질, 명예 등 하나님께서 주시는 복을 부정하자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그것만을 하나님의 복이라 판단하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래서 '하는 일마다 실패'라고 자포자기하듯 말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더 나아가 기독교는 '결과'라는 단어를 '세상의 마지막 때(계 22:13)'와 연결시킨다는 것을 잊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요 6:40).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지금 당장 결과가 나쁘다 여기는 그 결과도 궁극적 결과는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오히려 "선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는 말씀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마 19:30). 때문에 스스로를 겸비케 해야겠습니다(고전 9:27). 성도님, 오해하지 마세요. 실패를 경험하고 계신 성도님께 "그냥 흙으로 사세요"하고 저주하듯 말씀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아직 끝이 아니라고, 반드시 주님이 잘해주실 거라고, 그러니 자존감 잃지 않으셔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기도할게요. 하나님께서 반드시 함께 하실 것입니다(삼상 7:12).

 이상억 교수 / 장신대 목회상담학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