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별력 상실한 종교지도자들의 탄원서

[ 논설위원 칼럼 ] 논설위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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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8월 11일(월) 17:16

천주교, 개신교, 불교, 원불교의 4대 종단 지도자들이 내란음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 언론ㆍ보수단체 등의 반발은 물론이고, 각종 온라인에 종교 지도자들의 태도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석기는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9월 구속 수감됐다. 국회의원 신분으로 혁명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를 결성하고 국가 주요시설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내란을 음모ㆍ선동한 혐의로, 그는 1심에서 징역 12년과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항소심 결심 공판 직전에 4대 종단 지도자들이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비종교적인 처사였다. 국민들의 정서와 법 감정도 정면으로 무시한 참으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이었다.

물론 종단 지도자들은 이번 탄원이 구속자 가족들의 하소연에 따른 종교인의 인도주의적 제안이라며 "내란음모 사건 피고인들에게도 우리 사회의 화해와 통합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석기는 일반 형사범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적화통일하려는 북한의 대남혁명론을 추종한 민혁당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은 반민족주의자다. 복역 중에 사면을 받고 통진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지만, 또다시 대한민국 전복을 꿈꾸는 반국가 단체를 조직해서 내란음모를 일으킨 중범죄자다.

선처의 탄원은 피고가 죄를 인정했을 때 긍휼을 베풀어 달라는 인도주의적 행위이다. 하지만 이석기와 그 일당은 법정에서 죄를 인정하기는커녕 계속 무죄를 주장할 만큼 반성이나 회개의 모습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가증스러운 것은, 구속된 후에도 32건의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 '집회와 시위를 24시간 내내 가능하도록 하는 집시법 개정안'도 있다. 지금도 보좌관 등 의원실은 유지되고 있고 연간 6억 원이 넘는 세비가 지급되고 있다. 이처럼 반국가 범죄를 저지르고서도 반성은커녕 철면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이석기와 일당을 선처해 달라는 탄원은 어떤 논리로도 설명이 안 된다. 국가내란음모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종북세력이 선처의 대상이라면, 종교지도자들은 선량한 국민들에게는 얼마나 관대했던가 하는 부분을 되짚어 봐야 한다.

다행히 검찰은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이석기 의원에서 1심 구형량과 동일한 징역 20년, 자격정지 10년을 구형했다. 검사는 "1심 형은 너무 관대하다. 그는 상당기간 사회로부터 격리시키지 않으면 제2, 제3의 내란모의를 계속할 우려가 높다"고 구형 사유를 밝혔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종북세력을 종교지도자들이 선처해 달라고 탄원하는 것은 진정한 화해와 사랑의 정신이 아니다. 탄원을 하려면, 북한정권의 폭압으로 신음하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통과시켜달라는 그런 탄원서를 국회에 제출함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본다. 다른 종단의 이야기는 고사하고라도, 탄원서에 서명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 특히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김영주 목사가 참여한 탄원서 제출은 개신교 전체 의사로 인식되거나 매도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

신중하지 못한 종교지도자들의 이석기 탄원서 문제로, 여기에 포함된 개신교가 많은 국민들에게 실망을 준 부분에 대해 깊이 각성하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정동호 목사 / 남해읍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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