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시찰회, 갱신의 길

[ NGO칼럼 ] NGO칼럼

최영일 목사
2014년 07월 29일(화) 13:41

부목사 시절 교회의 분열의 현장에서 고민하던 중 교회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 교우들에게 사랑할 이웃을 찾아주는 일 역시 목회자의 중요한 사역이라 생각했던 필자는 신대원 1학년 시절 잠시 휴학을 하고 경험했던 사역의 기억을 되살려 외국인노동자 관련 현장을 다시 찾아갔다. 어느덧 사회의 천덕꾸러기가 되어버린 우리네 교회의 비전과 갱신의 가능성 그리고 대안을 그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감히 수식어를 붙이자면 '작은 자'들과 함께 하는 그 현장이 주는 감동과 역동성, 소망은 기대 이상이었다. 기독교인들이 주축이 된 NGO였음에도 불구하고 타종교인 비종교인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시민들이 고통당하는 이주자들의 더 나은 삶과 변화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동참하였고 필요할 때마다 한 마음으로 연대했다.

그곳에서 발견한 목회자의 리더십과 교회의 가능성과 대안은 주로 전통적인 교회 안에 머물러 있었던 내게 매우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뒤 직접 현장을 일구고 그 가능성을 구현해보고 싶은 마음에 개척의 뜻을 밝히고 2006년 김포로 떠나왔다.

한국의 개신교가 초기 외국인노동자 인권운동 등에 주도적일 수 있었던 이유나 배경에 관한 사회학 석사 논문이 나올 정도로 그 기여도는 결코 작지 않다. 특히 본 교단의 센터들이나 선배 사역자들의 영향력 또한 그 역사나 규모에 있어서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거슬러 올라가면 영등포산업선교회를 중심으로 한 산업선교의 경험과 그 인적자원이 이주노동자운동으로 이어져 온 까닭이다.

또한 반드시 긍정적인 의미만을 내포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러한 역사에 기반을 두어 오늘의 이주자 선교 현장의 사역분야, 인적 자원, 신학적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지고 다양해졌다.

이렇듯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한국사회의 이주 역사의 초기에 한국교회는 외국인노동자를 포함하여 이주자들과 함께 울고 함께 웃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오늘날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수많은 고통당하는 자들을 향해 건네는 교회의 위로의 말들이 얼마큼의 위로를 주고 어느 정도의 공감의 무게를 가지고 전달될 수 있을지 감히 의문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다. 그동안 교회가 스스로 건강한 영성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적극적인 소통을 하지 못하고 일방적이고 나아가 소위 작은 자들과 함께하는 역사적 맥락에 일관되게 서 있지 않았기 때문은 아닐까?

교회갱신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한 이때에 교회갱신의 노력들을 다방면에서 시작해야 하겠지만 한 편에서는 시찰회를 중심으로 작은 자들의 인권과 복지를 포함해 환경문제 등 지역시민들과 삶으로 함께하는 다양한 NGO적 삶을 활성화시키면 어떨까 싶다.

요즘 필자는 지역 목사님들과 만날 기회가 있으면 종종 '일하는 시찰회'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방자치 시대에 교회가 이 사회의 소위 '작은 자'들 혹은 시민사회와 공감가득한 이야기들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는 지역성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만남과 삶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동일한 행정구역내 지역성을 띤 시찰만큼 그 지역의 작은 자들이나 영적인 필요와 가용한 자원 및 협력과 기도의 지점을 잘 아는 적절한 공동체는 없다.

개인적으로도 이주민센터를 시작할 때 시찰내 지역 교회에 공간 사용 등에 대해 제안서를 내었고 시찰내의 뜻있는 목사님들과 교회들이 사무실을 비롯해 필요한 자원들을 공유할 수 있도록 기꺼이 동참해주었기에 무리 없이 지역에 뿌리 내릴 수 있었고 짧은 기간 내에 정착할 수 있었다.

규모가 있다 해도 한 교회가 자체적으로 지역의 어떤 필요에 대해 모든 것을 전문적으로 혹은 장기적 전략을 가지고 규모 있게 사역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렇기에 노회의 지원을 기반으로 지역 내의 시찰 교회들이 연대하고 협력하여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그것에 기반하여 전문 인력들을 발굴해내고 양성하고 지원함으로 지역사회에서 꼭 필요한 수요에 대해 한 마음으로 대응하고 작은 자들을 섬기는 삶을 시도하는 것이야 말로 지역을 변화시키고 지역교회의 건강성도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교회들이 그 지역 내에서 자연스럽게 기독교적 리더십을 구축하고 기독교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통과 선교적 접촉점을 확보하고 나아가 지역교회의 갱신과 신뢰회복 나아가 지역사회 선교를 촉진하는 열매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최영일 목사 / 김포이주민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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