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의 사회, 통합의 교회

[ 논단 ]

육근해 관장
2014년 07월 25일(금) 13:24

육근해

한국점자도서관 관장
왕십리중앙교회 권사

 
전통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편견, 차별, 멸시가 존재하던 우리나라에 1988년 장애인올림픽을 계기로 인식의 변화가 찾아왔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 정책에서부터 모든 부분에 걸쳐 장애인을 고려하고 함께하는 사회를 지향하며, 나아가 더불어 사는 통합의 사회로 발전돼 가고 있다.

이런 사회적 기류 속에서 기독교만은 아직도 통합이 미약한 수준이다. 특히 비장애인과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지체장애인들에 비해 시각이나 청각장애인들은 그들만을 위해 설립된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시각 및 청각은 별도의 언어적 소통이 필요한 장애영역이기 때문이다.

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들로 구성된 교회에서의 신앙생활은 여러 면에서 편리하긴 하다.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마음도 쉽게 통한다. 하지만 장애인들이 교회 문을 나서면 다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살아가야 한다.

비장애인이 교인의 대부분인 교회에서 시각ㆍ청각장애인들이 함께 예배드리는 것을 보았는데, 그들만을 위한 예배를 별도로 만들거나 특정 시간을 정해 예배를 드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통합이 아니다. 통합이란 장애 여부를 떠나서 누구든지 원하는 시간에 모두가 드리는 예배를 함께 드릴 수 있어야 한다. 통합이란 '배리어프리(barrier-free)'의 의미까지도 포함돼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오해는 '성인은 통합해도 좋은데 아동의 경우에는 예배 분위기를 해칠 수 있으므로 따로 예배드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제자들에게 어린 아이가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고 하신 예수님은 예배 분위기가 좀 해쳐져도 장애와 비장애 아동이 함께 주님을 찬양하고 경배하는 것을 기뻐하실 것이다. 우리가 성경 속 예수님의 제자처럼 예수님의 뜻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통합예배를 드리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교우들을 위해 수십 권의 성경책을 비치하는 옆에 점자성경과 점자찬송가 주1) 1~2 세트를 준비하고, 필요하다면 가까운 장애인 기관과 연계해 점자주보를 만들어 제공하면 된다.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영상에 자막이나 수화를 띄워주면 된다. 교회 밖 장애인 기관들을 찾아다니며 봉사하고 섬기는 일도 중요하지만, 교회 안으로 장애인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기회와 장소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장애인 기관을 후원하고 봉사하러 간다고 해서 그리스도인의 사명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해라고 생각한다.

21세기는 교육, 문화, 복지 모든 분야에서 통합이 화두가 되고 있다. 장애인이나 장애아동의 경우 모두가 통합을 원한다. 이런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이웃을 향해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더디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더욱 앞장서 통합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바로 주님 사랑을 실천하는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불식시키고 인식을 개선시키는 것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그들과 함께 하는 통합이 이루어지고 그 안에 배리어프리가 실천될 때 비로소 우리는 주님이 원하시는 모두가 행복한 천국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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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점자성경은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20권으로 되어 있다. 점자찬송가는 악보 없이 가사만 점자로 표기 제작되어 있고, 교독문은 별도로 제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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