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과 법 (上)

[ 더불어함께 ]

정현미 교수
2014년 07월 25일(금) 11:42

정현미 교수 / 이화여대

 
양성평등 혹은 성평등이란 말은 현대 사회를 사는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는 않다. 양성평등은 사회정의의 실현이라는 기본정신에서 출발하고, 당연히 지켜져야 할 사회적 덕목이라는 것은 누구나 받아들일 것이다. 성평등에서 성은 젠더(gender)의 개념으로 문화, 경제, 가족, 국가, 종교, 법같은 주요한 제도와 공동체 속에 역할과 구분이 내재돼 있다.

성평등을 인식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실재로 받아들이고 실현하기까지에는 너무나 간극이 커서 그 사이를 메우는 수단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것을 역사는 말해 주고 있다. 사회에서 이룬 성평등도 투쟁과 정책의 산물이었다. 여성공무원할당제, 여성공천할당제, 여성과학기술인력채용목표제, 여교수임용목표제, 고용평등 등 다양한 법제와 정책을 통해 정치, 경제, 교육, 산업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성평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회에서는 이러한 사회의 성평등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교회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과 사랑으로 이룬 신앙공동체이므로 굳이 성평등을 말하지 않아도 되는가? 교회에서는 직분에 따라 역할이 구분되지, 성에 따른 차별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교회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보니 사회에서 일어나는 유감스러운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교회 내 예배위원의 불평등한 성비, 여성 목회자의 과소평가, 여성 비하적 발언 등은 오랜 기간 동안 교회라는 특성에 가려져 어느 누구가 나서서 지적하는 것이 이상할 정도로 고착화 되고 있다. 그것들은 교회 내에서 문제점의 인식으로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제도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부분이라고 하더라도 성폭력 문제는 결코 사회에서 벌어지는 남녀 간의 문제쯤으로 넘겨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몇 년 전 어느 대형 교회 목회자의 성폭력이 알려졌고, 당시 그것은 몇몇 타락한 목회자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 오랫 동안 쌓여왔지만 감추어져 있던 간음과 성폭력의 문제, 왜곡되거나 흐려진 성윤리의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문제는 결국 가해자 측의 흔한 대응인 성중독 주장, 일방적 사과, 주변 사람들의 감싸기, 새로운 교회의 탄생으로 귀결되면서 교회 조직체의 문제해결 능력의 취약점을 보였다.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등 성범죄는 올바른 성인지를 함양하지 못한 결과에서 비롯되고, 특히 직장이나 교회와 같은 조직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양성 간의 불균등한 권력 관계의 표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평등 정책의 과정을 보면 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양성불평등의 인식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그것의 예방과 대책을 위한 입법들이 1990년대 이후 증가하였다. 성희롱 금지에 관해서는 여성발전기본법이 최초로 명시한 이래, 남녀고용평등법,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 등에서 규정하였다. 성희롱예방교육과 성희롱행위자에 대한 징계는 법률시행 초기에는 남성들의 불만과 반감을 일으키기도 하였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성희롱 및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그것은 매년 반복적이고 강제적인 성범죄 예방교육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교회 내의 성범죄 관련 문제도 덮어둘 것이 아니라 사회의 성범죄예방교육처럼 지속적인 점검을 위한 제도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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