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숨쉬는 교회

[ 4인4색칼럼 ]

김기태 교수
2014년 07월 25일(금) 11:34

김기태 교수
호남대ㆍ한국미디어교육학회장


필자가 출석하는 교회 이름인 문화교회를 붙여 "문화교회 장로입니다"하고 인사하면 문화사역을 전문으로 하는 교회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이어서 문화사역이 무엇이냐는 질문에서부터 색다른 문화사역 프로그램이나 정보를 달라는 주문까지 이어진다. 질문 안에 이 시대 문화와 문화사역에 관한 이해의 정도와 수준 그리고 현실이 그대로 담겨있다. 문화교회는 과거 문화동이라는 지명에서 유래된 교회 이름이다. 문화선교를 전문적으로 지향하는 교회는 아니지만 문화를 통한 지역과 세상과의 소통, 건강한 문화 확산 등 이 시대 모든 교회들이 가고자 하는 '문화적인 교회'를 지향하는 교회일 뿐이다.

오늘날 문화선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문화의 시대, 문화로 말하고 문화로 듣는 시대, 즉 문화로 소통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지역과 세상이 사용하고 있는 문화적 코드(부호)를 읽고 쓰지 못하면 소통이 불가능하다. 넓은 의미에서 문화는 인간이 사용하고 있는 모든 소통 방식이나 수단의 총칭이다. 교인들의 옷 입기도 문화이고, 사용하는 말도 문화이며, 즐겨 먹고 마시는 음식도 문화적 코드이다. 의복문화, 언어문화, 음식문화와 같이 사실상 인간 삶에서 문화 아닌 것은 없다. '자연' 외에는 모두 '문화'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선교, 문화사역은 인간 삶의 총체적 관습과 흔적을 대상으로 한다.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하신 말씀을 공간 또는 장소적 의미를 훨씬 넘어서는 시공간적, 통전적, 통찰적 의미에서의 명령으로 읽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화선교를 특별한 장르의 예술이나 예술인들의 활동으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전문적인 음악, 미술, 무용,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예술 분야들이 오늘날 문화선교의 대표적인 활동에 포함되지만 전유물은 아니다. 문화선교가 곧 문화예술 공연 또는 전시, 작품 활동과 동의어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사역을 이야기하면 곧바로 주일 오후 찬양예배나 특별한 공연을 위한 음향장비, 영상기기 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제한하는 것은 올바른 설명이 아니다. 문화사역의 필수품이 전자기타와 드럼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최근 많은 교회에서 젊은이들의 문화적 취향을 맞추기 위해 신기술 전자 음향장비들을 구입, 사용하는데 정작 어떤 내용의 콘텐츠를 예배나 집회에 사용하는게 영적으로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본말이 뒤 바뀐 셈이다. 하드웨어 보다는 소프트 웨어가 더 중요한데도 교회가 이를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문화사역에 대한 보다 진지한 이해와 실천이 필요한 이유이다. 문화적 도구보다 문화적인 예배가 본질이다.

문화사역이 잘 이루어지는 교회라면 결국 교회 전체가 문화적으로 변해야 한다. 문화적으로 세련된 회의, 문화적인 공간배치와 장식 그리고 교인들간 문화적인 언어 사용 습관, 문화적인 옷입기 등 모든 면에서의 '문화적'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식당에서 차례 지키기, 다른 부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정숙하게 예배 드리기, 함부로 쓰레기 버리지 않고 버려진 쓰레기는 먼저 줍기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교회가 바로 문화적인 교회이다. 이런 문화적인 소양과 훈련을 바탕으로 세상을 향해 나아가서 실천하는 것이 곧 문화선교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소외된 이웃과 사회에 따뜻한 손길을 베풀기 위해 세미한 눈으로 세상을 살피는 문화적 안목이 바로 성공적인 문화사역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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