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아닌 몸으로 예수를 보여주겠다"

[ 우리교회 ]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4년 07월 15일(화) 17:49

홍천 도심리교회 이야기

교회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미 수많은 목회자와 신학자들이 물었을 테고 신앙의 선배들은 물론 지금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와 지금 목회 현장에서 활동하는 목회자들이 묻고 있는 질문이다. 따라서 교과적인 해답과 정답이 이미 나와 있지만 여전히 되묻고 다시 곱씹어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이기도 하다.

   
 강원도 홍천 도심리에 자리한 도심리교회 모습.
그리스도의 복음을 이땅에 알리고 전해 하나님의 피조물을 구원하기 위해 교회는 존재한다. 교회는 어떻게 창조주와 그리스도의 복음을 이 땅의 사람들에게 알리고 전하여 구원할 것인가. 여기에서는 수많은 방법론이 등장하고 그에 따르는 또다른 수많은 찬반론이 나와있어 어느 이론에 수긍하고 어떤 방법에 고개를 가로 젓느냐에 따라 또다시 수많은 논란이 야기된다.

   
 홍동완 목사
강원노회 도심리교회 담임 홍동완 목사는 "처염상정(處染常淨)하는 교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처한 곳이 더러워지더라도 깨끗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사자성어는 오늘날 교회가 금과옥조로 새겨야 할 말이 아니냐고 묻는다. 세상의 많은 교회와 목회자가 오염된 사회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을 만큼 깨끗함을 유지하지 못하는 아픈 현실에 대한 반성이 묻어 있다.

도심리교회는 강원도 홍천 도심리에 자리한 아담하다 못해 코딱지만한 교회다. 등록된 교인이래야 고작 스무 명에 불과하고 주일예배에 출석하는 교인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10여 명 남짓하다. 서울에서 가자면 고속도로를 달려 국도를 타고 다시 소로로 접어들고서도 비포장 도로를 구불구불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28가구가 띄엄띄엄 들어앉아 마을을 구성하고 있는 도심리는 이름과 달리 산골 펜션을 떠올릴만큼 아늑하고 편안하게 숨을 쉬게 한다.

세계선교의 꿈을 품고 아프리카 선교사를 준비하던 홍동완 목사는 12년전 지인들과 함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이곳 도심리로 들어왔다. 당시 마을 사람들은 목사가 장애인을 수용하는 기도원을 설립하는 줄 알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홍 목사는 반상회에 찾아가 각서를 쓰고 마을사람들과 대화하면서 타협을 이끌어 냈다. 당시 마을의 반장은 "집집마다 다니면서 예수 믿으라고 말하지 마시오"라고 요구했고, 홍 목사는 그렇게 하겠노라고 대답했다. 그는 속으로 울음을 삼키면서 '말로 예수 믿으라 하지 않는다. 행동으로 예수의 사랑을 보여줄 것이다'고 다짐했다.

   
 도심리교회 내부 모습.
그렇게 홍 목사는 도심리 마을에 정착했고 10년 동안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그의 다짐처럼 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주었다. 마을의 대소사에 참석하고 이웃의 농사일을 거들어 주는 것은 물론 따뜻한 말동무가 되어 '예수 믿으라고 말하지 말라'던 사람들의 마음 문을 열었다. 홍 목사가 마을에 들어온지 8년째에 주민들은 홍 목사를 마을의 반장으로 선출했다. 반장목사님이 된 것이다.

10여 명 출석하는 교회를 '사랑을 나누는 교회'로 취재하기로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홍동완 목사를 인터뷰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찾은 도심리교회는 그러나 '사랑을 나누는 교회'로의 필요충분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홍천군의 협력과 지원을 받아 '행복한 마을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는데 도심리교회가 중심이 되어 진행하고 있었다.

도심리교회가 추진하는 '행복한 마을'은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문화와 예술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친환경 농산물로 소득을 높이고 △인정넘치는 농심(農心)을 표현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행복한 마을'을 추진하면서 나오는 얼마간의 수익금은 마을기금으로 쌓여 마을 사람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계획이 세워졌다.

홍 목사가 도심리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농사꾼이 생산하는 농산물은 돈벌이의 수단만이 아니라 생명을 나누는 일이라는 인식의 변화를 시도한 것. 지금 교인들은 하늘땅공동체를 이루어 '무농약 무제초제 무욕심'의 친환경 농업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공동으로 분배하고 있다. 농도직거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입학하면서 부른 '부름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는 다짐은 졸업할 때에 '수원까지는(혹은 대전까지는) 가오리다'로 변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신대원(M.Div) 졸업생들은 "갈 곳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홍 목사는 후배들의 모습에 안타까워 한다. "강원노회만 해도 복음화율은 4퍼센트에 불과해요 그러면 90퍼센트 이상 가야 할 곳이라는 얘기잖아요".

세계선교의 꿈이 변한 도심리교회의 모습은 우리 시대의 땅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지구는 둥그니까 내가 있는 옆 자리가 '땅끝'일 수도 있다. 복음이 필요한 곳이라면 아프리카도 강원도 홍천도 복음을 전할 '땅끝'이라는 사실을 도심리교회가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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