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창-진정성과 휴머니즘

[ 데스크창 ]

안홍철 편집국장 hcahn@pckworld.com
2014년 07월 09일(수) 14:42

 
2008년 12월 미국 덴버공항에서 여객기가 이륙하다 미끄러져 38명의 승객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습니다. 잠시 후 불과 몇 십 분 만에 방송카메라와 기자들이 공항으로 들이닥쳤고 이를 숨기려 했던 공항 측이나 항공사는 놀랐습니다. "어떻게 알았느냐?"는 공항직원의 질문에 기자들의 대답은 간단히 "트위터"였습니다. 이 같이 급박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현장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고 나아가 미디어의 역할을 합니다. 요즘은 오히려 기존 언론사들이 그러한 트윗 내용을 기사화 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이용자 수도 꾸준히 늘어나 그 영향력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의 국내 월 활동 사용자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1천300만 명, 일 활동 사용자는 780만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트위터는 대형 재난이나 선거 등에서 속보를 전달하는데 언론사보다 더 효과적이어서 정통 미디어 보도의 환경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 년 간 튀니지와 이집트, 리비아, 중국 등지에서 진행 중인 시민민주혁명의 시시각각 소식과 사진, 동영상을 전송해 주고 있는 것도 SNS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투표 모습과 투표소 분위기를 전달해 주거나, 사건 현장을 동영상으로 찍어 방송국에 전달해 주는 일은 이제 새로운 일이 아닙니다. 얼마 전에도 유명인의 트위터 문자가 그 자체로 뉴스의 속보가 되고, 네티즌들은 언론보도가 아닌 트위터를 통해 사건을 먼저 접하는 경우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가 기존 미디어 시장의 변화를 예고 하고 있고 언론사 역시 그 흐름을 타지 않으면 뒤쳐질 수 밖에 없게 됐습니다.

더 이상 언론사의 일방적인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정보를 전달 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이른바 SNS를 기반으로 한 소셜 미디어 흐름에 언론사들이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홈페이지를 SNS와 연동시켜 트위터, 페이스북과 연결해 운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소셜 에디터'를 두어 SNS만을 전담해 온라인에서 사람들과 신뢰를 쌓고 정보를 교환하는 일을 맡도록 하고 있습니다.

본보의 기자들 중에도 자신이 누군가와 인터뷰 하기 전에 SNS의 팔로어 들에게 질문을 주고 받으며 독자들을 직접 뉴스에 참여시키는 기능도 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한 '소셜 댓글'은 기자들과 독자들이 직접 대화를 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통로를 제공합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아직은 SNS에 정제되지 않은 글이 많다는 이유를 내세워 소통보다는 정보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이것은 자사 논조에 대한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는 유연성을 갖고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죠. 실제로 2011년 한 언론사는 자사 홈페이지 메인에 트위터를 연결했으나, 트위터 이용자들의 '안티성' 댓글에 시달려 10분도 안 되어 중단한 바 있습니다.

본보는 교계신문 최초의 홈페이지 개설에 이어 모바일웹과 스마트기기 앱을 개발,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옷은 갈아입었으나 속이 변하지 않으면 독자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현재 언론사 웹사이트 방문자들의 유입 경로를 보면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한 것은 10% 미만이라고 합니다. 아직은 포털이 대세이기 때문에 이러하겠지만 달라지는 언론환경에서 '영혼없는' 기계적인 대응이 아니라 얼마나 진정성과 휴머니즘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다가서느냐에 따라 경쟁력은 달라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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