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유병언 체포는 본질 아니다"

[ 교계 ]

박성흠 기자 jobin@pckworld.com
2014년 07월 04일(금) 10:21

기독교인 304인 양심선언 '정부의 책임' 요구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304명의 의미를 담아 '평범한' 기독교인들이 '304인 선언'을 발표하고 유병언을 구속하는 것이 본질이 아니라고 밝혀 주목된다.

신학자와 역사학자 목사 교수 기업인 등 기독교인 개인 500여 명은 '304인 선언'에서 유병언이 본질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국회가 끝까지 책임을 다하는 것이 본질이라고 지적하고 "세월호 참사의 구조과정과 청해진해운의 인허가 과정 그리고 생명이 경시되어온 국가정책의 수립과 추진 등에 관한 모든 진상을 규명하라"고 요구했다.

'304인 선언'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총무:구교형)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생명평화마당, 예수살기,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한국YMCA전국연맹, 인문학아카데미 깊은계단 등 다양한 기독교 단체들이 이 선언문을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500여 명의 기독교인 참여하면서도 '304인 선언'이라고 하는데 대해서도 "세월호사건의 희생자(사망자 293명, 실종자 11명)의 숫자를 '생명과 이웃사랑을 위한 참회의 숫자'로 여기고 참 신앙을 실천하려는 평범한 기독인들의 마음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선언문 전문.
대통령, 정부, 국회는 실종자 수습, 성역 없는 진실규명과 책임자처벌 끝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유병언 체포가 문제의 본질이 아닙니다. 대통령과 정부와 국회가 책임을 다하는 것이 본질입니다. 사고 처리와 실종자 수습을 완전하게 마무리 지으십시오. 유가족들의 요구와 사고를 둘러싼 국민들의 요구를 성실히 이행하십시오. 무려 293명입니다. 그리고 두 달이 지났습니다. 아직도 11명의 실종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양하고 중요한 국민들의 요구가 이어졌지만 남은 것은 여야간의 정쟁뿐입니다. 해경을 해체하겠다는 것 말고 뚜렷한 대책은 하나도 없습니다. 더구나 사태의 추이는 추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언론은 '김엄마, 신엄마' 같은 미묘한 어휘로 사건을 신비화하고 있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오직 '유병언 일가 찾기'에만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해결되거나 해소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누가, 언제, 얼마나 관여되었고 무엇을 숨기려 했는지 조금도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규정을 어긴 사람과, 과적을 한 사람은 있는데 그걸 관행처럼 여기며 눈감아주었던 행정기관과 공무원들에 대한 추적과 처벌과 사후 대책, 악덕 기업주의 뒷감당을 해주었던 정치인과 고위공무원들에 대한 추적과 처벌과 사후 대책은 없습니다. 마치 '선장 이준석과 배후 유병언만 잡으면 된다'식의 시나리오만 남으면서 국민들은 다시 실망하고, 다시 절망하고, 다시 포기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준엄히 경고합니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지 마십시오. 사건을 축소, 은폐, 왜곡하지 마십시오. 희생자들과 그들의 가족들과 국민들을 기만하지 마십시오. 무엇보다도 유족들의 요구를 들으십시오.

첫째, 진상을 규명하십시오. ⑴ 구조과정, ⑵ 청해진해운 인허가 과정, ⑶ 생명이 경시되어온 국가정책의 수립과 추진 등에 관한 모든 진상을 규명하십시오.

둘째, 책임자를 처벌하십시오. '이준석 선장, 유병언 회장'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련 책임자들을 납득할 수준으로 분명히 처벌하십시오.

셋째, 11명의 실종자들을 끝까지 찾아내십시오. 혈육을 만나지 못한 팽목항 가족들은 지금도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 언론은 이들의 존재를 잊지 말고, 마지막까지 일을 매듭지어주십시오.

마지막으로, 국가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주십시오. 대통령, 국회의원, 공무원은 국민들이 직접 뽑고, 세금으로 먹여 살리는 '국민들의 공복'입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단순하게 '돈', '성장' 따위에 머물지 않음을 자각하십시오. 핵발전소 문제, 민영화 문제, 무리한 사업 추진에 따른 사회문제와 환경 파괴 문제 등에서 획기적인 정책 전환이 일어나고,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십시오.

더불어 국민여러분. 잊지맙시다! 세월호는 우리의 의무입니다. 이번만큼은 떠난 이들의 억울함과 살아남은 이들의 아픔을 보듬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의무입니다. 이번만큼은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밝혀내고 개선해야할 문제들을 개선해야합니다. 그것이 우리 대한민국을 발전시키는 유일한 길입니다. 이번만큼은 모두가 끝까지 지켜보고 국가와 권력이 스스로의 힘을 정확히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관철시켜야 합니다. 그것이 반복된 좌절감과 절망감에서 우리의 마음을 구하는 단 하나의 길입니다.

하늘의 하나님, 우리를 도우소서!
2004년 7월 1일 생명과 이웃을 사랑하는 평범한 기독교 304인의 양심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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