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나의 길을 가다

[ 땅끝에서온편지 ] 디아스포라 리포트/프랑스 성원용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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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7월 01일(화) 10:58
   

디아스포라 리포트 10 나의 길을 가다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는 분 가운데 서초교회 김석년 목사님이 계시다. 나는 그로부터 인생과 사역 철학을 배웠다.
 
"천천히, 꾸준히, 즐기면서, 그분과 더불어, 나의 길을 가다."
 
유럽의 생활과 사역을 위한 맞춤옷과 같은 인생철학이고 사역철학이다.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내게도 딱 맞으니 내 것으로 삼기로 했다. 프랑스 생활이 차분하고 깊이가 있어 좋지만 한국과 미국을 다녀올 때마다 "이렇게 살다가는 남들에게 뒤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하는 조바심에 시달리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생각을 극복하고 있다. 주님이 주신 나만의 길을 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의 길을 가는 사람은 최선을 다해서 살지만 경쟁하지는 않는다. 경쟁하지 않으니 지거나 이기는 것도 없다. 최선을 다했을 때 느끼는 보람과 그렇지 못했을 때 느끼는 후회만 있을 뿐이다. 소망과 비전은 가득하지만 헛된 야망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주님이 주신 오늘을 즐기며 꾸준히 천천히 주님과 함께 나만의 길을 걸어가는 기쁨과 믿음의 모험만 있을 뿐이다.
 
지난 18년은 파리선한교회의 창립과 목회, 이 교회를 통한 한ㆍ불 선교협력 및 다양한 선교협력 관계 구축, 그리고 프랑스와 유럽과 아프리카 불어권 이슬람권 선교를 위한 기초를 마련했다. 앞으로 20년간은 이 기초 위에 선교의 집을 지어 나갈 예정이다. 남들 보기에 눈에 드러나지도 않고 내가 보기에도 엉성하기 짝이 없는 이 일을 위해서 근 20년이 걸렸으니 더 견고하고 아름답고 쓸모 있는 선교 사역을 세우는 일에는 그 이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나만의 길을 가는 용기와 인내와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한 것이다.
 
10회의 연재를 진행하면서 지난날의 사역들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모든 순간이 오직 주님의 도우심과 은혜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나니 앞으로 해야 할 일들도 나름대로 그려볼 수 있게 되었다. 오직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리며, 이런 기회를 준 기독공보사에도 감사드린다.
 
앞으로 20년은 다음 사항을 선택하고 집중해 보고자 한다.
 
우선, 선교를 위한 인프라(infra, 가장 기본이 되는 기반 시설들)를 구축하는 일에 힘쓰려고 한다. 여기에는 시설확보, 관계구축 등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관계를 구축하는 일에는 최선을 다했으나 시설을 확보하는 일에는 소극적이었다. 그것을 위한 재정 확보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된 것과 신학적 확신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신대에서 우연히 마주친 최윤배 박사님(그 분은 늘 우연히 마주친다!)과의 만남을 통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었다. 그는 나에게 성경과 교회사를 소개하면서 선교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마침 프랑스 개혁교회가 우리에게 사택과 선교센터로 사용할 수 있는 건물과 땅을 제공하겠다고 약속을 한 상황이었고 파리 중심에 있는 루터교회 예배당을 구입하도록 소개한 상황이어서 최 박사님과 만남은 참으로 시의 적절했다. 이런 건물과 시설들은 우리가 확보하지 않으면 세상에 팔려나갈 교회재산들이니 이제 확신을 가지고 최대한 확보하여 앞으로 있을 사역을 도모하려고 한다.
 
둘째, 지금까지 진행하던 사역들을 더 정교하게 다듬고 풍성하게 하려고 한다. 많은 일을 하기 보다는 여기서 꼭 필요한 일들을 선택하고 그 일들에 집중하여 효과를 극대화하고 싶다.
 
셋째, 유럽, 중동,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한인교회들이 건강하게 부흥하여 선교의 거점으로서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헌신하려고 한다. 이 일을 위해서 유럽. 중동. 한국의 뜻있는 교회와 목회자들이 기도하며 준비를 시작했다.
 
넷째, 나의 한계를 인정하며 내가 할 수 있는 한계까지만 감당하려고 한다. 여기서 나름대로 노력해 보지만 언어와 문화의 한계를 넘기 어렵다. 프랑스 주류사회의 문턱이 높음을 실감한다. 하지만 우리 다음 세대들은 그 일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나는 그 길을 여는 문지기 정도는 될 것이다. 모르드게가 페르시아 궁궐에 깊이 들어가지는 못했으나 에스더가 들어가는 길을 열어서 민족을 구원하는 일을 이룬 것처럼, 나는 모르드게의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한다. 앞으로 유럽과 아프리카 선교를 위해서 후배들이 프랑스에 많이 들어오는 날을 기대한다.
 
지금까지 변함없이 함께 해주신 명성교회, 대천중앙교회와 격려와 충고로 품어주시고 밀어주신 선후배 목사님들께 감사드리며, 파송교회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창동염광교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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