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목수, 문화공간 창출로 새로운 목회 모델 제시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 / 도토리숲으로 지역사회에 생기 불어넣는 생극교회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7월 01일(화) 10:42
   
▲ 생극교회 앞에서 포즈를 취한 안치석 목사와 윤순현 씨.

【충북 음성=표현모 차장】충북 음성군 생극면.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이곳에는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별다른 시설이 없다. 특히 어린이들은 방과 후 여가시간을 보낼 수 있는 시설이 거의 없어 따분하게 오후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시골마을에 지난 2013년 4월 생극초등학교 인근 건물에 사무실 한칸 크기의 문화공간이 생겼다. 이름하여 '도토리숲'. 생극면이 큰 나무라면 이 문화공간의 크기는 도토리만할 정도로 작은 공간이다. 그러나 이 작은 공간이 1년 조금 넘은 기간동안 생극면 전체에 가지고 온 변화는 상상 그 이상이다.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는 문화 발전소 '도토리숲'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 예사롭지 않은 시골교회

본교단 충주노회 생극교회(안치석 목사 시무)는 특이하게도 논두렁 한 가운데 위치해 있다. 얼핏보면 가정집 같다. 매주 출석교인은 15명 수준. 1988년 창립해 단 한번도 자립해본 적이 없는 교회다. 이 교회에 안치석 목사가 10년 전 33세의 젊은 나이로 부임했다.
 
공동체와 영성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안 목사는 아내 윤순현 씨와 함께 생극교회에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특별한 목회를 해나갔다. 안 목사의 특별한 목회는 교회 구조와 인테리어에서부터 드러난다. 가정집 같은 교회로 들어서면 먼저 단촐하지만 깔끔하고 친환경적이고, 왠지 세련되기까지 한 실내디자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예사 안목이 아니다.
 
교회 2층에는 안 목사의 목공예 작업실이 있다. 교회에서 주는 사례로는 세 명이나 되는 자녀를 키우며 생활할 수 없기 때문에 가진 직업이다. 또한, 참된 영성은 노동에서 나온다는 안 목사의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가정 재정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아내 윤순현 씨에 따르면 안 목사는 주문 받은 가구를 며칠 동안 심혈을 기울여서 만들고 기껏해야 재료비만 받는다고.
 
생극교회는 시골에 있지만 여느 시골교회와는 좀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교인들의 연령대이다. 대부분의 시골교회가 60대 이상의 촌로들이 출석하는 반면, 생극교회에는 40~50대 교인들이 많다. 안 목사가 10년 전 부임할 때만 해도 60대 이상 고령의 교인들이 많았지만 10년간 세상을 떠난 교인들도 있고, 자연스럽게 비교적 젊은 층들이 교회를 찾는다고 한다. 아마 안 목사의 메시지가 40~50대의 젊은 시골 교인들의 영적 감수성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 도토리들이 모여 이룬 숲

지난 10년간 안 목사는 영성공동체를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계속해서 하나님의 뜻을 찾는 기도를 드리다가 어느날 갑자기 생극면의 어린이들과 주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이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와 함께 최근 계속되는 교회의 대사회 이미지 하락 속에서 교회가 사회에 하나님의 축복을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였다.
   
▲ 목공예 제작을 하고 있는 안치석 목사.

 
하지만 뜻과 아이디어가 아무리 좋아도 이를 추진해나갈 수 있는 재정이 문제였다. 그러나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돕는 사람들도 따라 붙었다. 교회가 공사비로 200만원을 제공했고, 안 목사의 뜻에 공감한 한 집사가 300만원을 헌금했다. 교인의 도움으로 창고로 쓰고 있는 15평의 공간을 얻어 공사를 시작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겨울 내내 안 목사 혼자 공사를 진행했다. 돈이 없어 몸으로 떼웠다는 표현이 맞겠다.
 
결국 2013년 4월 28일 비영리문화공간과 작은 도서관을 겸한 '도토리숲'이 조용히 개원됐다. 전에 없던 정체불명의 공간이 생기자 호기심에서 한두 사람이 찾아와 뭐하는 곳이냐고 묻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대도시에서 문화적인 혜택을 누려본 귀농한 사람들, 여러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속속 찾아와 자발적으로 재능기부를 했다.
 
이렇게 시작한 교육 및 문화사업은 성인 통기타 동아리, 청소년 통기타 교식, 어린이 과학교실, 목공교실, 그림 강좌, 리본강좌, 가죽공예, 독서나눔 동아리, 영화 동아리, 손뜨개 모임, 힐링 아동요리, 흙놀이(도예) 강좌, 효소/산야초 강좌, 여름 음료 특강, 크리스마스 종이접기 특강 등으로 늘어났다. 이렇게 강좌가 많은데도 도토리숲은 강사섭외를 해본 적이 없단다.
 
도토리숲에서는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걱정 속에 살아가는 학부모들을 위해 교육강좌를 열기도 하고, 영화상영을 하고, 3개월에 한번씩 장터를 열기도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물건을 가져나와 팔고 판매금 10%를 도서관에 기증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의 경제교육도 시키고, 도토리숲에 대한 인지도도 높인다. 지난해 4월 1회 장터의 수익금으로는 티벳난민을 도왔다고 한다.
 
"내 것은 거저 내놓고, 내가 필요한 것은 사가는 형태예요. 주민들의 모습 속에서 제가 추구하던 진정한 교회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답니다." 안 목사의 설명이다.
 
도토리 숲에는 하루 20~30명의 아이들이 자기 집 드나들듯이 찾아온다. 아이들은 책을 보기도 하고, 강좌를 듣기도 하고, 심지어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데 가방 좀 맡아달라고 오기도 한다.
 
운영은 모두 주민들과 도토리숲의 가치를 인정하는 이들의 후원으로 이뤄진다. 한달 운영비는 대략 60~70만원. 3분의 1은 후원회비, 3분의 1은 커피 판매로 채워지고, 나머지 3분의 1은 항상 기적적으로 하나님이 채워주신다고 한다.
 
   
▲ 지역 어린이들과 주민들에게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도토리숲의 내부.

사실 기업의 후원 제의도 있었지만 풀뿌리 주민들의 참여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아름다운 전통이 깨질까봐 거절했다고 한다.
 
"하나님의 사랑은 진정성에 의해 전달된다고 생각해요. 도토리숲을 하면서도 이것을 이용해서 전도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주민들을 섬긴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거든요. 주민들이 그 마음을 느끼시는 것 같아요."
 
작은 도토리들이 모여 이루어진 도토리숲. 언젠가 이 안에서는 작은 도토리들이 커다란 도토리 나무로 성장할거고, 그러면 이 숲은 더욱 넓어져 더 많은 사람들에게 쉼과 열매를 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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