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플학점과 종교의 자유 (하)

[ 법창에비친교회 ]

서헌제 교수
2014년 06월 30일(월) 18:46

대법원 1998.11.10, 96다37268 판결/ 헌법재판소 2007.3.13, 2007헌마214 결정

서헌제 장로
중앙대 교수ㆍ들꽃교회

채플(chapel)이란 '열린 예배'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데, 교회에서 드리는 엄숙한 예배의식에 따르기 보다는 대학의 강의나 강연형식에 맞춘 예배이다. 기독교 계통의 대학들은 모두 채플과목을 운영하고 이를 교양필수로 지정하여 일정횟수 이상의 출석을 요구하고 있으며, 학점 취득보다는 출석에 비중을 두고 있다. 요즘 들어서는 성직자들이나 교목에 의한 설교보다는 외부 인사의 특강이나 공연, 영상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여 비기독교인에게도 거부감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기독교 대학들이 채플을 교양필수로 하여 반드시 이수하도록 하는 것은 이들 대학이 대부분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지도자를 육성"을 교육 이념으로 삼고 이를 실천하는데 채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졸업요건으로 채플 학점이수를 요구하고 이를 이수하지 않을 경우 학위수여를 거부하는 것이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가이다. 이는 '종교계 학교의 종교교육의 자유와 학생들의 소극적 종교의 자유가 충돌하는 경우 이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하는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 위 대법원 판결은 대학예배에의 6학기 참석을 졸업요건으로 정한 대학의 학칙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반하는 위헌무효의 학칙이 아니라고 판시함으로써 일정한 조건 하에서 대학측의 종교교육의 자유가 우선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사립대학이 수행하는 교육의 공공성에 반하고, 학생들로부터 채플수업에 대한 거부권을 박탈함으로써 기독교 신앙을 가지지 않을 소극적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반기독교 단체를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난은 본인의 의사에 상관없이 강제로 배정되는 중고등학교에서는 몰라도 학생 스스로 선택해서 입학하는 대학에 대해서는 올바르다고 할 수 없다. 수많은 대학 중에서 어느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학생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그 대학의 건학이념이나 교육방침에 동의한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만일 그러한 취지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다른 대학에 가면 될 것이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채플이 복음 전도나 종교인 양성에 직접적인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에게 종교교육을 함으로써 진리, 사랑에 기초한 보편적 교양인을 양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라는 부분은 채플운영에 있어서 유의할 대목이다. 일반대학은 세상진리의 탐구를 목표로 하지만 기독교적 세계관을 교육목표로 하는 대학에서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그리스도를 가르치는 것이 그 본질적 사명이요 이를 가르칠 수 없다면 대학의 존재의의가 사라진다. 하여 재학생들이 채플과목에 참여하지 않고도 졸업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기독교 대학의 종교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서 결코 승복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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