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의 간절한 바람, 세월호 참사 아픔 담아

[ 문화 ] 평화노래꾼 홍순관 집사, 첫 개인전 서예와 철조이야기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4년 06월 30일(월) 18:28
   

서예가 아버지 의연 홍종욱 씨를 통해 어릴 때부터 붓글씨를 써왔던 어린 소년이 무려 30년 만에 다시 붓을 잡았다. 꼬박 17시간 동안 붓을 잡았다. "그저 좋아서. 그저 미쳐서. 그저 행복해서"였다고 했다.

'평화 노래꾼' 홍순관 집사가 첫 개인전 '서예와 철조이야기 - 역설의 꽃 평화'展을 진행중이다. 지난 겨울부터 준비해온 50여 점의 작품들이 오는 6일까지 평화박물관 전시장 스페이스99에서 전시된다.

그동안 발표한 곡의 노랫말과 신앙적 고백, '위안부'할머니의 간절한 바람과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담은 메시지를 담았다.

그 한편에는 고철덩이들이 함께 전시된다. 자동차 부품들인데 전혀 새로운 미학을 뿜어낸다. 죽은 기계들을 기름걸레로 한달동안 닦아내 꽃으로 꽃밭으로 장수하늘소로 새우로 혹은 수줍은 여인으로 환생시켰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있고 연주를 잘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 무엇보다 어떤 노래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홍순관 집사는 그동안 생명과 평화에 대해 노래했듯 이번에도 역시 자신만의 독특하고 따뜻한 시각으로 평화를 논한다. 산업쓰레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고 먹을 갈고 붓을 쥐어 혼을 담아 글을 새겨넣었고 그 마음으로 노래했다.

홍 집사의 오랜 벗 김응교 시인은 "천박한 대중용 노래를 거부하고 가난을 벗삼아 귀한 노래만 불러운 외로운 가수와 그 아내가 용접봉으로 저 고철들을 이어붙이며 얼마나 눈물을 삼켰을까"라며 벗에 대한 안쓰러움을 전하면서도 "버려진 폐기물들은 어느새 아가미를 얻고 허파를 얻고 호흡을 얻어 살아있는 생명들로 태어났다"고 감격해 하며 "홍순관에게 '붓글씨'는 사랑의 집이며 '죽은' 부품들이 글자와 더불어 합주하는 이번 서예전은 죽은 영혼들이 부활하는 거대한 침묵의 콘서트"라고 소감을 전했다.

칼럼니스트 김규항 씨는 평화를 "평화란 흔히 생각하듯 어떤 무작정하게 조용하고 온순한 상태가 아니다. 평화란 온 세상이 잃어버린 조화를 회복하는 것, 억압과 착취와 불평등이 사라지고 모두가 인간으로서 위엄과 조화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화야말로 때론 가장 소란스럽고 사납다"고 평화를 정의했다.

홍순관 집사의 이번 전시에 대해서도 "목소리만큼이나 맑게만 보이는 홍순관의 글씨에선 평화를 위한 싸움의 함성이 들려온다고. 자본주의적 가속과 오염의 직무를 수행하다 버려진 자동차 고철들로 지어낸 그의 조각들은 영성으로 선취한 평화의 풍경들"이라고 평했다.

한편 홍순관 집사는 이번 전시회를 마무리짓고 음반을 발표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가수가 5년 동안 음반을 발표하지 못했다. 27년동안 노래했는데 음반을 사줄 만명의 팬도 없는 것이냐"면서 "이번 전시는 내게 있어 또 다른 노래이고 평화를 향한 몸부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예와 철조이야기 - 역설의 꽃 평화'展은 오는 12일부터 판교생태학습원에서 전시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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