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 고훈목사의 詩로 쓰는 목회일기 ]

고훈 목사
2014년 06월 17일(화) 13:42

식당에서 

수요 낮 예배 후 심방을 마치고 심방가족과 함께 네 명이 점심 식사하러 추어탕 집에 들어갔다. 먼저 와 식사하는 젊은 집사 내외분이 일어나 정중히 인사를 한다. 나도 부부의 두 손을 잡고 반가이 축복의 인사를 하고 자리를 잡았다. 비서집사에게 우리교인 같은데 저 두 분의 식사 값을 포함해 6인분을 지불하고 오라했다. 두 부부가 식사를 마치고 계산하러 가다 내가 지불한 것을 알고 감사한다. "목사님 죄송해요 우리는 안산제일교회 집사가 아니고 타 교회 집사입니다"라며 겸연쩍어한다. "집사님 우리 교인 아니면 어때요 목사는 누구에게도 목사이고 집사님은 어느 목사에게도 집사님입니다." 그들이 떠나고 식당 주인이 와서 "저 집사님이 목사님 일행의 식사 값을 다 내고 갔습니다. 카드를 주십시오. 취소하겠습니다"라고 한다. 그때 마침 우리교인 6명이 식사를 하러 들어왔다. 내 카드 취소하지 말고 저분들의 식사 값으로 계산하십시오. 결과는 타 교회 집사님이 우리교회 집사님 여섯 분을 대접한 것이다. "마른 떡 한 조각만 있고도 화목하는 것이 제육이 집에 가득하고도 다투는 것보다 나으니라."(잠 17:1) 
 


이제 안산으로 일어나게 하소서


희락이 말라 버린 땅
웃음은 떠나고
"삼가 명복을 빕니다"
조문 플래카드와
펄럭거리는 노란리본이
이제는 섬뜩하게 응시하고
 
   
▲ 그림 지민규 mongori@naver.com

서로 만나는 반가움보다
안타까움에 얼굴 보기 차마 송구스럽고
대낮인데도 아무것 할 래 없는
끓어오르는 무능한 분노
세상이 이럴 수는 없습니다
 
모두 돌아왔는데
아직 잠자는 모습으로도

돌아오지 않는 이들
살아있길 기도하며
팽목항에 쓰러진 어머니 아버지들
 
안산은 이렇게 날마다 침몰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방황하는 허무한 도시
 
거기 아직 남은 자들이 모두 돌아오고
한반도를 암흑으로 몰아넣는
사람 같지 않는 사람들이
심판으로 용서받는 그날까지
우리에게 새 걸음은 없습니다
 
주여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하며 살고
기쁜 사람들 기쁨으로 사는
사람의 세상이 되도록
우리를 긍휼히 여기소서 

고훈 목사 / 안산제일교회ㆍ국제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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