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만찬

[ 성서마당 ]

김병모 교수
2014년 06월 17일(화) 11:26

교회 공동체를 배려하라

김병모 교수
호남신학대학교ㆍ신약학

교회 모임은 당연히 참석자들에게 유익해야 한다. 그런데 고린도교회에 그와 반대인 경우가 있었다. 특히 성만찬 모임이 그랬다. "이는 너희의 모임이 유익이 못 되고 도리어 해로움이라.(고전 11:17)" "그러므로 너희 중에 약한 자와 병든 자가 많고 잠자는 자도 적지 아니하니.(30절)" 아니, 성만찬 모임이 도대체 왜 이런 엄청난 손해를 야기했단 말인가?

먼저 우리가 고려해야 할 것은 교회 예배 의식의 틀이 갖춰지기 전인 그 당시의 성만찬 방식은 요즘 우리의 성만찬 방식과 사뭇 달랐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일반 공동식사와 성만찬이 아직 분화되지 않은 상태였거나 일반 공동식사의 끝에 성만찬이 행해졌을 것으로 보인다.

고린도교회는 저녁 시간에 부유한 교인의 집에서 성만찬을 행했다. 그런데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서 자기 먹을 것을 준비해 온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고, 가난하거나 노예여서 먹을 것이 없이 늦게 온 사람들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부른 배를 두들긴 반면에, 다른 사람들은 고픈 배를 움켜쥐었다.

이런 성만찬에 대하여 바울은 "너희가 먹는 이것은 '주님의 성만찬'이 아니라 '자기의 만찬'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한다.(20~21절) 그들은 이것을 주님의 몸과 피를 기념하는, 그들에게 유익한 주님의 성만찬으로 행했지만, 바울은 이것은 그저 "자기의 죄와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29절).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큰 잘못인가? 고린도 교인들은, 특히 부유한 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가? 성만찬에서는 예수님의 죽음과 그 죽음으로 생겨난 교회의 공동체성이 잘 드러나야 한다(24~26절). 그런데 부자들은 가난한 자들을 배려하지 않았고, 그 결과 교회공동체는 부른 배를 두들기는 자들과 고픈 배를 움켜쥐는 자들로 분열되었다(18절). 이것은 부자들이 가난한 자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고 하나님의 교회를 무시하는 것이다(22절). 이것은 주님의 몸과 피를 합당하지 않게 먹고 마시는 것이고 주님의 몸과 피에 대해 죄를 짓는 것이다(27절). 29절의 '주님의 몸'은 성만찬의 떡과 피를 가리킬 수도 있고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공동체를 가리킬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후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주님의 몸인 교회 공동체를 배려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 생각하면서 성만찬에 참여하는 것은 결국 '자기의 죄와 심판을 먹고 마시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바울은 다른 사람들을 기다렸다가 모두 함께 먹으라고 권면한다(33절). 다시 말하자면, 성만찬에는 개인으로 참여하지 말고 교회 공동체로 참여하라는 말이다. 그래야만 그들의 성만찬 모임은 더 이상 손해, 범죄, 심판의 모임이 아니라(34절), 정말로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에 참여하는 유익한 모임이 될 수 있다.

우리의 성만찬 모임도 '주님과 나'라는 수직적인 차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너와 나'라는 수평적인 차원은 상당히 경시되고 있다. 그런데 수평적인 차원이 결여되면, 수직적인 차원에도 커다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두 차원을 다 고려하면서 성만찬을 행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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