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리포트/8. 선교네트워킹

[ 땅끝에서온편지 ] 프랑스 성원용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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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6월 16일(월) 16:04
   
▲ 주일 예배후에 교회를 방문한 동역자들과 함께.

디아스포라 리포트 8 선교 네트워킹

 나는 본래 내성적이고 조용한 편이라서 사람들과 쉽게 사귀지 못한다. 나는 혼자 조용히 놓아두면 제일 편하고 행복하다. 이런 나에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목회가 그다지 적성에 맞을 수가 없다. 더구나 적극적으로 낮선 사람을 만나야 하고 없는 길도 만들어야하고 막힌 상황에 맞서야 하는 선교사의 길은 내 성격에 맞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종놈이 성격과 적성에 맞추어 일할 수 있겠는가? 종은 자기의 주장이나 개성이나 적성보다 주인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주님의 종으로 18년 선교현장에서 지내다보니 내게 없던 성격과 적성이 개발되고 그것이 이제는 은사와 성품이 되어 버렸다. 지금은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일도 제법 잘 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어느새 사람, 지역, 기관, 선교지, 교회 등을 연결하는 일을 사명처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말 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인데 지금은 그 일이 내게 가장 자연스럽고 잘 할 수 있는 일이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 누가 내게 "당신의 무슨 일을 하는 선교사요?"라고 물으면 "나는 선교 네트워커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작가가 어느 단계가 되면 자기만의 색깔과 작품 세계가 나오듯이 나에게도 이제  나만의 선교세계와 색체가 나오고 있다는 생각한다.
 
지난 18년 동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이 프랑스를 다녀갔다. 동기들, 선후배들, 심지어 선배가 아는 후배가 목회하는 교회의 학생들, 다양하게 이리저리 얽힌 지인들까지 찾아와 지내고 갔다. 나는 그때마다 가이드, 민박집 주인, 픽업, 호텔 및 민박집 알선자, 목사, 선교사, 아저씨, 깊은 밤에 급하게 출동해서 지갑 털린 여행자를 도와야 하는 긴급구조요원으로 변신한다. 딱히 도와주는 사람도 없으니 혼자서 북치고 장고 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살았다. 그렇다고 무슨 댓가를 받고 이런 일을 한 것은 아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도 자주 했다. 그러면서도 잘해야 본전이었다. 나는 항상 해야 하는 일이지만 본인들은 평생에 한번 올까말까한 일이니 내가 한번만 소홀히 하면 서운하게 생각하고 다시 볼일이 없게 되기도 한다. 풍성하게 대접하면 "역시 좋은 곳에서 잘 살고 있구먼!", 대접이 소홀하면 "좋은 곳에 살면서 궁상떠네!"라고 하는 것 같은 생각에 늘 조심스럽다. 제 3세계에 가서는 선교비라며 챙겨주고 간다는데 여기는 그런 분들이 극히 드물다. 혹시 그런 일이 있어도 내 쪽에서 받아들기도 어색하다. 그래도 기왕 하는 것 잘하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서 섬겼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이런 상황은 축복이었다. 이런 일들이 내 성격과 기질을 많이 바꾸어 놓았고 다양한 인맥을 형성해 주었다. 그리고 그 인맥은 나에게 중요한 선교적 자산이 되었고, 나로 하여금 선교네트워커가 되게 하는 길을 열었다. 이제는 이곳에 다녀간 모든 분들이 하나님께서 나에게 보내 주신 소중한 보석임을 깨닫는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고 선교네트워크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더 성심껏 모든 이들을 맞이하려고 한다.
 
어느 사역자 한분이 나에게 "목사님을 위해서 기도하면 대한항공 모닝캄 잡지에 나오는 비행기노선 지도처럼 파리에서 전 세계로 연결하는 뻗어가는 수많은 라인이 보입니다"라고 했다. 나는 그런 그림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분의 말에 동감하며 진실로 그런 사역을 펼칠 수 있기를 소망해 보았다.
 
선교네트워커로 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선교사가 정치하는 것 아니냐?", "저 친구가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저러는 것 아닌가?"하는 괜한 오해도 받아야 하고, 밥 사드리고 대접하면서 이해시키고 설득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목회에 쏟아야 할 에너지가 소진되기도 하고 당장에 어떤 가시적인 결과도 나타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우리 교회 교우들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교우들은 오랜 시간 불평하지 않고 이해해주고 기도와 협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이야말로 최고의 선교 동역자들이다. 그들은 나에게 눈물겹도록 고마운 이들이다.
 
최근에 진행하는 일은 아프리카 선교사들과 현지 교회들이 자립구조를 갖추게 만들려는 선교프로젝트 네트워킹이다. 나의 오랜 친구인 보은 예수마을(보나콤)의 강동진 목사가 만들어낸 선교를 위한 양계와 농업 프로그램을 프랑스 릴(Lille)이라는 도시에서 시작하고, 서부아프리카의 아비장 한인교회(백성철 목사), 중동의 두바이한인교회(신철범 목사)에 소개하여 아프리카 자립선교의 중요한 프로젝트로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 이 사역을 통해서 아프리카 선교가 새로운 도약과 자립의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내가 프랑스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들은 바로 이런 것들이다. 여러 선교사와 선교지가 함께 하는 어깨동무선교가 이루어지도록 네트워킹 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하나님 나라의 선교에 큰 시너지가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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