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두건 사용

[ 성서마당 ]

김병모 교수
2014년 06월 10일(화) 11:42

김병모 교수
호남신학대학교ㆍ신약학

오늘은 고린도전서 11장 2~16절에 나오는 여자들의 두건 착용을 둘러싼 갈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당시의 유대에서는 여자가 외출할 때에 머리(얼굴)를 가렸다. 그리스에서도 그것이 통례적이었다. 유대에서 여자가 공공장소에서 머리를 가리지 않는 것은 남자의 욕망을 자극하는 부끄러운 짓으로 간주됐다.

바울 교회들이 모여서 예배할 때도 여자는 머리를 가리는 것이 통례였다. 그런데 고린도교회에서 남자들과 동등하게 기도와 예언의 은사를 받은 여자들이 남자들과 동등하게 예배 중에 머리를 가리지 않고 기도하며 예언하는 낯선 상황이 벌어졌다. 대부분의 교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그러면 안 된다고 주장했을 것이고, 반면에 그녀들은 성령이 남자들에게와 똑같이 우리 여자들에게도 이 은사를 주셨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은사 사용 문제에서뿐만 아니라 두건 착용 문제에서도 남자와 여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을 것이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더 타당한가?

바울은 여자도 남자와 동등하게 예배 중에 기도하며 예언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여자는 남자와는 달리 반드시 머리를 가리고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5절). 그는 심혈을 기울여 이 주장의 근거를 제시한다. 성서적으로도 남자는 여자보다 우월하고(남자는 하나님의 형상이고, 남자가 먼저 피조되고, 여자는 남자의 조력자로 피조됐다, 7~9절), 이성적으로도 남자에게는 짧은 머리가 적합하고 여자에게는 긴 머리가 적합하고(13~15절), 교회 전통적으로도 여자는 머리를 가린다는 것이다(16절).


이제는 21세기에 살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우리는 '여자는 예배 중에 머리를 가려야 한다'는 이 바울의 요구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개인적으로만 그러는 것이 아니다. 개신교회 전체가 그렇다. 과연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 단지 바울이라는 한 사람의 말이 아니라 성령 충만한 사도가 성령의 감동으로 한 말이고, 또 구약이 아니라 신약에 있는 말인데도, 괜찮은 것인가? 괜찮다면, 왜 괜찮은 것인가?

아마도 우리는 "그것은 그때 그들의 관습이기 때문에, 지금 우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이 주장이 옳다면, 그래서 우리는 이 바울의 요구에 전혀 개의치 않아도 괜찮다면, 우리는 바울을 반면교사로 삼아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바울이 '그때 그들의 관습'을 얼마나 열정적으로 옹호하는지 보라.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 관습과 그 요구에 얼마나 무관심한지도 보라. 우리가 보기에는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한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성서적으로, 이성적으로, 교회 전통적으로 여러 논거를 대며 그것의 준수를 요구하는 바울의 모습이 너무 안타깝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바울의 모습이 우리에게서도 종종 나타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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