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교육감 대거 진출, 기독교학교 "혼란 속 예의주시"

[ 교계 ] 자사고 정책 고작 5년만에 바뀔 듯, "우린 누굴 믿고 학교 정책 결정하나요?"

장창일 기자 jangci@pckworld.com
2014년 06월 09일(월) 16:37

    전국 17개 시ㆍ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교육현장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2010년 첫 민선 교육감 선거에서는 16개 시ㆍ도 중 보수 10명, 진보 6명이 당선됐었지만 이번 선거로 4년 만에 상황이 역전됐다. 4년만에 전국 교육감들의 성향이 뒤바뀐 가운데 벌써부터 자율형사립고가 사라질 것이라는 등의 전망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진보 교육감 시대를 맞은 전국의 기독교 사학들은 변화와 개혁이라는 시대적 과제 속에서 다양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내다본 교육현장의 변화상들 집어본다.

    △기독교 학교들, "혼란이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 소재 기독교 고등학교 교장은 "혼란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기독교 학교의 경우 종교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왔다"면서, "종교과목도 시 교육청에서는 복수과목을 정해두고 이를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했지만 그동안은 암묵적으로 건학이념에 따라 학교가 종교과를 선택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줬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진보 교육감 취임 이후엔 이미 정해져 있는 원칙대로 학생들에게 선택권을 줘서 건학이념에 따른 종교교육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엔 종교과목이나 예배를 모든 수업이 끝난 뒤 특활활동처럼 진행하게 될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물론 아직 교육감이 취임한 것이 아니지만 학교현장에서는 무척 걱정하며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기독교 학교 교목은 "진보 교육감 당선으로 인해 아무래도 기독교 학교에서는 우려하는 분위기가 많은데 일면으로는 교권회복 등의 분야에서는 기대를 하는 반응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새로운 정책들'에 대해 걱정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물론 기존의 모든 것, 예를들어 사학의 설립 이념까지 뒤흔드는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자사고는 지고 혁신교육 뜬다
 13명의 진보 교육감 당선 직후부터 "자율고가 지고 혁신학교가 부상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사고(자율형사립고)는 이명박 정부가 2010년 도입한 학교 모델로 첫해에만 전국에 25곳이 생겼고, 이듬해에는 22개교,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1개교씩 추가로 지정됐다. 현재 전국에 49개교가 있으며 이 중 절반인 25개교가 서울에 있다. 전국의 고교 2,322개교와 비교하면 자사고의 비율은 2.1% 수준이다.

 진보 교육감들은 이미 공약집을 통해서도 자사고에 대한 이견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자사고로 인해 일반고가 황폐해졌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말해 자사고가 우수한 학생들을 모집하다보니 일반고에는 '낙오자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 서울의 자사고의 경우 지난 해까지 중학교 내신 50% 이내 학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오는 7월 취임하는 교육감들이 자사고를 폐지할 경우 이들 학교들은 자동적으로 일반 고등학교로 전환된다. 전국의 자사고 중 38개교가 진보 교육감 관할 지역에 있는 만큼 교육감 취임 이후에는 상당수가 일반고로 전환될 가능성이 큰 형편이다.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한 대광고등학교 교목실장 우수호 목사는 "만약 새 교육감의 정책에 따라 불과 5년 전 자사고로 전환된 학교들의 허가가 취소될 경우 학교현장에서는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면서, "이제 겨우 학교의 체질을 자사고로 바꿔가고 있는데 이를 다시 원점으로 돌린다면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고, 자발적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권리문제도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 목사는 "자사고 신청할 때는 정부를 믿고 학교가 결단을 했는데 몇해 지나 '없앤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도대체 누굴, 어떻게 믿고 교육현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진보 교육감들의 공동 공약 중에 들어있는 혁신학교는 큰 바람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진보 교육감들은 후보 시절이던 5월 19일 △무상급식 실시 △혁신학교 확대 △고교평준화 확대 △교육복지 강화 △친일독재 교과서 반대 등을 공동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혁신학교란 학생과 교사, 학부모가 자발적으로 맞춤형 학교를 만드는 실험적 교육 정책으로 학급당 학생 수가 20여명에 불과하고 토론과 현장학습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이미 혁신학교는 2010년부터 도입됐다. 현재 경기도와 서울, 광주, 강원, 전북, 전남 등 6곳에서 578개교가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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