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중독자들의 '새삶 찾아주기'에 헌신

[ 기획 ] <연중기획>이웃의 눈물 / 오지의눈물 / 카지노 반대운동 펼치는 방은근, 엄대현 목사

표현모 기자 hmpyo@pckworld.com
2014년 05월 26일(월) 11:34
   
▲ 버스를 개조해만든 도박중독예방센터 앞에 있는 방은근(오른쪽), 엄대현 목사.

【강원도 사북=표현모 차장】 누구든 한번쯤은 들어가고 싶어지는 아름다운 건물과 조경, 눈이 휘둥그레지는 세련되고 화려한 인테리어, 여러 종류의 음료수는 무제한 무료, 더없이 친절한 직원들…. 앞에 열거한 것들로만 판단하면 지상낙원과도 같은 이곳은 강원도 사북에 위치한 강원랜드 카지노다.
 
지난 2일 방은근 목사(태백중앙교회 원목), 엄대현 목사(생명샘교회)와 함께 들어가 본 카지노는 그야말로 '별세계' 같았다. 하루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매일 이곳에서 '잭팟'을 꿈꾼다. 더러는 가족 혹은 친구들과 여행 와서 한번 들러본 이들이고, 더러는 대규모 회의나 모임에 참석차 왔다가 재미삼아 들어와 본 이들이다. 그러나 이중 약 30~40%는 도박에 목숨을 거는 중독자들이다.
 
도박예방상담센터에서 중독자 상담 및 재활사역을 하고 있는 방 목사는 '등산복 등 편한 복장을 하고 눈이 퀭한 사람들'은 밤새 도박을 한 중독자들일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방 목사의 설명을 듣고 찬찬히 사람들을 살피니 중독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방 목사와 안면이 있는 중독자들은 도박장에서 "또 오면 어떡하냐"며 꾸지람을 당하기도 했다.
 
한 게임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테이블마다 탄식소리가 요란하다. 카지노 객장 바로 옆 사무실에는 친절하게도 은행이 들어와 있다. 돈을 잃은 사람들은 '다음 판에는 꼭!'이라고 말하는 듯한 비장한 표정으로 은행에서 현금을 찾느라 분주하다. 5만원짜리 묶음을 들고 지나는 이들이 자주 눈에 띈다. 카지노 내에 은행이 있는 경우는 외국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라고 한다.
 
VIP룸은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 같다. 철통보안으로 안에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그 안에서 하룻밤에 수십억의 돈을 베팅하는 사람도 있단다. 입장료도 안내고 들어온 허름한 3인에게조차 직원들은 친절하기 그지 없다. 이미 카지노 안에서 사역을 하다가 쫓겨나기도 하고 여러차례 마찰을 빚은 바 있는 방 목사에게 직원들은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강압적인 방법이 별다른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안 카지노측은 방 목사가 오면 그저 말썽만 일으키지 않고 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반면, 성격이 대쪽같은 엄 목사는 카지노 안에서는 물 한모금도 마시지 않는다. 객장 내에서 기자가 물 한잔을 권하자 엄 목사는 "카지노의 것은 물 한방울이라도 먹지 않는다"며 사양했다.
 
객장을 나와 건물 밖으로 나오니 눈빛이 예사롭지 않은 남자들이 담배를 피우며 서성이고 있다. 사채업자들이다. 그 옆을 지나가니 "돈 필요하냐"며 슬쩍 말을 건다. 카지노측에서도 이 사람들이 사채업자임을 모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
 
   
▲ 가스총을 소지하고 다녀야 할 정도로 방은근 목사는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

"행여라도 돈 빌릴 생각하지 마요. 이 사람들에게 100만원 사채 쓰면 선이자 20% 떼고, 하루에 1만원씩 이자가 붙습니다." 방 목사의 설명이다.
 
카지노 셔틀버스가 운행되는 곳에서 약 100m 떨어진 지점에는 방 목사가 운영하는 도박예방상담센터가 있다. 25인승 버스를 개조해 내부에 중독자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책과 성경이 구비되어 있고, 간단히 빵과 계란 후라이를 요리해 먹을 수 있게 시설을 갖추어 놓았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중독자 중에서도 도박으로 전재산을 탕진한, 말 그대로 갈데까지 간 이들이다. 소문을 듣고 찾는 이들은 이곳에 들어와 쉬다가 방 목사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 중에는 마음을 돌려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 새 삶을 살고 있는 이들도 많다.
 
"고한, 사북 주민이 9000여 명 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지난 10여년 간 자살하거나 변사체로 발견된 건만 1000건이 넘었어요. 하루 자살자가 4명이 넘는 경우도 있어요. 한마디로 인간도살장입니다."
 
방 목사는 가지고 있던 자료 한 장을 보여주었다. 2011년 1월부터 10월까지 '정선 관내 자살 변사 건수에 대한 정보 공개(수사과)' 자료였다. 1월-9건, 2월-6건, 3월-6건, 4월-7건, 5월-5건, 6월-7건, 7월-7건, 8월-7건, 9월-7건, 10월-7건. 방 목사에 따르면 자살 및 변사자의 수가 너무 많아 정보공개를 멈췄다고 한다.
 
도박 중독으로 인해 사람이 이렇게 죽어나가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정부는 당초 15년간 운영하기로 했던 카지노를 지난 2012년 10년 더 연장 운영하기로 했단다. 국회에서도 2025년까지 연장 운영하는 것을 승인했다.
 
"처음에는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죠. 강원도에서는 카지노에 취업한 사람들이 인간관계로 복잡하게 얽혀있어 카지노 반대운동을 하면 역적이 돼요. 아무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었어요. 그런데 카지노 들어선 후 지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어나가는거예요. 파산하는 집들도 늘어나고. 당장 카지노 문을 닫아야 해요. 완전히 강도거든요. 강도가 칼로 사람을 찔렀는데 칼을 든 강도는 잡지 않고 찔린 사람들만 병원에 데리고 가면 완전 해결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이곳에서 강원랜드 문닫는 것 찬성하는 사람은 방 목사님 밖에 못 봤어요."
 
방 목사의 권유로 카지노 반대운동에 참여한 엄 목사의 말이다. 엄 목사의 말대로 이곳에서 카지노 반대를 외치면 순식간에 역적으로 몰린다. 방 목사는 사채업자에게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을 여러 차례 받고 폭행을 당한 적도 많다. "늘 신변에 위협을 느낀다"는 방 목사는 최근 이곳 사역을 시찰하고 돌아간 지인으로부터 가스총을 선물받아 소지하고 다닌다. 이날 방 목사를 만난 음식점에서도 일면식 없는 택시기사로부터 "도박예방상담센터 차량이 제일 꼴보기 싫은 차니 치워 버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황이 이러니 카지노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방 목사, 그리고 이에 동참하고 있는 엄 목사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많은 목회자들이 속으로는 동의하더라도 겉으로는 참여할 수 없고, 주민들로부터는 불편한 사람 혹은 기피대상이 때문이다.
 
인근의 성직자들이 '도박을 걱정하는 성직자들 모임'을 만들어 사역을 하긴 하지만 이들도 교인들 눈치 때문에 적극적인 활동을 하지는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늪과 같은 도박중독의 폐해를 아는 이들은 이 사역을 포기할 수 없단다. 그것이 설령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라 하더라도.
 
"한 목사님이 3일 금식기도하고 강원도에 왔으니까 카지노에 들러 악의 세력을 물리치는 기도 한번 하자고 들렀데요. 들른 김에 호기심에 딱 한번만 해볼 생각으로 들어왔는데 그날 엄청나게 벌었다네요. 근데 그분 어떻게 됐는지 아세요? 이후에 재미로 한번 두번 들르더니 중독이 되어 교회까지 관뒀데요. 카지노에는 호기심에 한번 들르는 것도 안되요. 악마의 유혹은 달콤하지만 헤어나기 힘들만큼 강력하거든요. 교인들도 명심하셔야 돼요. 도박중독자의 30%는 기독교인이라는 통계가 있으니까요."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