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은 어떻게 태어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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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 목사 sscc1963@hanmail.net
2014년 05월 20일(화) 15:24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감독: 마크 웹, 액션, 12세, 2014)
 
   
 

스파이더맨은 미국 영화에서 영웅주의를 표 현하는 여러 캐릭터 가운데 하나다. 인간적으로 보면 영웅주의이지만, 종교적으로는 구원자를 연상케 한다. 인간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서 인간을 구출하는 영웅의 출현에 대한 기대와 사람들의 무지와 오해로 인한 배척,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웅으로 살 수밖에 없는 고뇌 등은 메시아의 생애와 상당히 닮아 있다.

슈퍼맨을 비롯해서 미국의 영웅주의를 대변하는 영화들은 메시아 신앙의 대중문화적인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따라서 이런 영화는 단순히 재미로만 볼 것이 아니라 내용을 포함해서 영화에서 표현되고 있는 '영웅'에 대한 의미를 비판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대중문화를 통해 표현된 영웅주의는 자칫 잘못하면 메시아 신앙을 왜곡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양자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메시아 신앙을 영웅주의로 오해해서는 안 될 것이며, 영웅주의를 메시아 신앙으로 대체해서도 안 된다. 
 
영웅의 출현을 정당화하는 이유로 영화가 제시하는 두 캐릭터는 맥스 딜런과 해리 오스본이다. 전기 기술자 맥스 딜런은 도시의 전력망을 디자인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뛰어난 업적에 비해 사람들의 관심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에 늘 불만이다. 스파이더맨의 활약은 물론이고, 그에게 향하는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늘 흠모하던 그는 어느 날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그러나 이 사고로 그는 오히려 고압전기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 잘못 사용되면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 고민하며 갈등하지만, 결국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었던 그는 악의 역할을 자처한다. 
 
또 다른 악의 출현은 그린 고블린인데, 그린 고블린은 치명적인 유전병으로 생사의 기로에 있었던 해리 오스본이 자신의 병을 고칠 뿐만 아니라 스파이더맨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서 거미독을 주입함으로써 나타난 결과였다. 그린 고블린이 된 해리는 음모를 통해 회사로부터 자신을 쫓아낸 사람들을 보복할 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을 자신이 이루려고 한다. 이로써 두 사람은 서로 절친한 친구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적대적인 관계가 된다.
 
악의 출현과 관련해서 생각해보자. 맥스와 해리의 변신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것은, 한편으로는 악의 출현이 인간의 욕망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정욕구이며 또한 생명에 대한 욕구 그리고 힘(능력)을 소유하려는 욕구이다. 먼저 이런 주장을 긍정할 수 있는 이유는, 성경이 말하는 인간의 타락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성경은 인간의 타락을 선악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얻어 판단의 주체가 되려는 욕구로 설명하고 있다. 이것은 결과적으로 인간이 하나님처럼 되려는 욕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악의 출현이 영웅에만 기울이는 사람들의 관심과 상대적으로 사람에 대한 무관심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비록 인정욕구를 통제하지 못해 스스로 악의 역할로 나섰지만, 맥스 딜런은 사람들이 모두 스파이더맨에게만 집중하는 것을 보고 늘 부러워했었다. 해리 오스본의 변신 역시 스파이더맨처럼 스스로를 치료할 뿐만 아니라 놀라운 능력을 가진 스파이더맨에 대한 동경과 무관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면 모든 인간에겐 인정욕구가 있고 생명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거의 집착 수준이기 때문에 종말의 순간까지 악의 출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해진다.
 
이것은 영웅의 출현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대중문화에서 표현되는 영웅은 비록 필요에 따라 생성되고 또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캐릭터로서 한편으로는 정의감을 북돋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것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경향은 오히려 악을 낳을 수도 있는 것이다.
 
영웅의 등장이 필요하기는 해도 그것이 결코 바람직한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는 사실은 역사로부터 배울 수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히틀러다. 독일 역사에서 히틀러는 독일 민족을 전후 경제적인 수렁에서 건져낸 영웅이면서 구세주였다. 히틀러와 나찌의 등장은 영웅에 대한 간절한 기대와 영웅의 출현이 맞물려서 일어난 역사의 비극이었다. 어려운 시대에 영웅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그러나 메시아에 대한 기대와 전혀 동일하지 않다는 점은 명심할 일이다.

최성수 목사/神博ㆍ영화 및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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