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그리스도인과의 이혼

[ 성서마당 ]

김병모 교수
2014년 05월 19일(월) 16:55

이혼의 문제는 부부가 다 그리스도인인 경우에도 종종 발생하지만, 둘 중의 한명만 그리스도인인 경우에 더 자주, 더 심각하게 발생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은 삶의 방식에서부터 삶을 사는 이유, 목표, 목적에 이르기까지, 하나에서 열까지 서로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치 하늘과 땅이 서로 다르고 하나님 나라와 세상 나라가 서로 다르듯이 말이다.

예수님의 공생애 때에는 아직 이방선교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부부 중 한 쪽만이 하나님을 믿고, 다른 쪽은 다른 신을 믿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침을 주지 않으셨다. 하지만 바울이 사역할 때에는 이방선교가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그런 와중에 이런 새로운 상황이 발생했다. 이 새로운 상황은 그리스도인이 비그리스도인과 결혼함으로써 생겨난 것이 아니라, 비그리스도인 부부 중에 한쪽만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다른 쪽은 받아들이지 않음으로써 생겨났다. 그래서 바울은 이혼에 대한 예수님의 지침(막 10:2~12)을 이 새로운 상황에 적합하게 해석하여 적용한다.

이 새로운 경우에서도 그리스도인은 비그리스도인 배우자와 이혼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이제는 성도가 된 그가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살면서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선한 영향을 주면, 상대방도 거룩해지고 구원을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고전 7:14~16). 따라서 만약 상대방이 계속 그와 함께 살기를 원한다면, 그는 비록 상대방이 비그리스도인이더라도 그와 함께 사는 것을 조금도 부정하게 여기지 말고 계속 그와 함께 살아야 한다.

그렇지만 만약 비그리스도인 상대방이 이혼을 원할 때는 어떡해야 할까? 예수님의 이혼 금지 명령에도 불구하고 이혼해도 괜찮다. 이런 경우에는 더 이상 이혼 금지 명령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둘이 평화롭게 살라고 부부로 맺어주시는데, 이런 경우에는 비그리스도인의 이혼 선택으로 인해서 더 이상 둘이 평화롭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이혼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에 불순종하는 것도 아니고, 그리스도인으로서 부끄러운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 결혼을 깨뜨리는 것은 그가 아니라 비그리스도인 상대방이기 때문이다. 그는 예수님의 지침을 따라 그 결혼에 끝까지 충실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이런 식으로 이혼하게 된 그리스도인은 재혼해도 되는가를 바울에게 묻는다면, 그는 아마도 헤어진 비그리스도인 상대방이 살아있는 동안에는 재혼하지 말라고 대답할 것이다).

우리는 이 바울의 지침을 어느 정도 권위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이 지침을 주고 난 후에 바울은 "나도 하나님의 영을 받았다"고 선언한다.(고전 7:40) 

김병모 교수
호남신학대학교ㆍ신약학
 

이 기사는 한국기독공보 홈페이지(http://www.pckworld.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