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시간

[ 논단 ]

이준삼 장로
2014년 05월 19일(월) 16:47

찬란하게 떠오른 태양도 서쪽으로 기울면 어두움이 온다. 그러나 고통의 밤이 지나면 다시 새날은 밝아 온다. 세월호 참사 이후 멈춰버린 시간 앞에 아무말도 할 수 없다. 그 누가 멈춰버린 시간을 탓하겠는가? 우리는 태양이 서쪽 하늘로 기울어 진 후 멈춰버린 시간 앞에 서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이 1%라도 있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환경과 신분을 초월해 세상을 바꾼 장영실같은 그런 사람 말이다. 우리 중에는 물꼬를 바꿀 수 있는 그런 열정과 도전 정신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했다.

지난 4월 16일 발생한 참혹한 세월호 참사로 한국교회와 대한민국이 슬픔에 잠겨 있다. 선장 단 한 사람만이라도 정의감과 사명감이 있었더라면, 아니 선장으로서의 최소한의 판단만 내렸더라도 모두가 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승무원들은 자신만 살겠다고 500명에 가까운 승객을 버려두고 도망갔으니 참으로 비극 중에 비극이다. 인간의 존엄성을 상실한 채 황금만능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욕심이 국가적 재앙을 가져왔고 그것은 총체적 부실이고 거짓이며 죄악이다.

출항전 항해사가 선사에 과적 위험성을 여러 차례 경고 하고, 물류 팀장에게도 주의를 당부했으나 묵살당했다고 한다. 세월호는 권고 적재량보다 3배 많은 3608톤의 화물을 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수부 조사 결과 청해진해운 측 간부들은 평소에도 선원들의 과적 경고를 번번이 무시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배와 관계된 사람들이 기본을 무시했으니 어찌보면 이번 사고는 예견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번 참사로 인해 우리는 수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러나 그 희생은 너무나 큰 충격이고 국민적 아픔이었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면 국가가 강력한 법 제정을 통해서라도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이번 사고에 연류된 모든 기관과 단체들을 철저히 조사해 더 이상 불의와 속인수가 이 땅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여야 한다.

한편 국민들은 '우리 역시 죄인'이라는 마음으로 국민적 계몽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제 '빨리 빨리'라는 성과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좌우전후를 살피며 옆에 있는 사람들을 챙기는 성숙한 문화가 요구된다. 그리고 한국교회는 오직 말씀과 복음을 중심으로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뤘던 초대교회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판단, 생각, 행동이 기울면 안 된다. 기울다 보면 언젠가 침몰하게 되는 것이다. 성경은 말한다. "그런즉 저희를 두려워하지 말라 감추인 것이 드러나지 않을 것이 없고 숨은 것이 알려지지 않을 것이 없느니라"(마 10:26)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기는 날이 오는 것이다.

스타트리뷴의 에번 램스타드 경제 에디터는 "세월호 참사를 겪는 한국인의 충격은 미국인들이 2001년 911테러(사망 2936명, 부상 6291명) 직후 겪었던 상황과 유사하며 모든 것이 멈춰버려 소상공인 등이 충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당시 부시 대통령은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토크쇼에 출연해 "일상으로 돌아가자"며 상처 치유에 나선 반면, 세월호 사건과 911테러의 원인과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아직 그런 사람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마음이 아프지만 이제 우리는 멈춰버린 시간을 다시 돌려 내일의 희망을 바라봐야만 한다. 이제는 비탄과 정신적 공항상태에 빠져 있기보다는 회복과 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도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준삼 장로
男宣全聯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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